[기자수첩]'아전인수' 가짜뉴스
2019.08.28 오전 6:00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인 혐오표현 등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가 지난 12일 내정 소감으로 밝힌 일성은 인터넷 업계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물론 한 후보자는 허위조작정보나 극단적 혐오표현의 정의를 내려야하고, 이를 판단하는 주체도 고민해야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처음으로 밝힌 포부가 '가짜뉴스'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가짜뉴스 척결의 기수'가 나타났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4월이 총선이라 가짜뉴스 규제론이 다시 부상할 듯 하다"며 "인터넷 게시글 뿐만 아니라 개인간 대화가 오가는 메신저까지 포함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SNS,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메신저에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무수한 글들이 게재되고,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지만 그동안 이를 쉽게 규제할 수 없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명목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가짜뉴스 규제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내 편이 아니면 가짜뉴스'라는 소위 '가짜뉴스 프레임'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구도 문제다. 정부가 제3의 기구를 만들어 여기에 권리를 이임하더라도 구성원부터, 판별과정까지 사사건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게 불보듯 뻔하다.

최근 여당이 게재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 SNS 게시물을 보면 해명한 사안에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어뒀다.

잘못 전해진 사실은 바로 잡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사용하기로 한 '허위조작정보'란 말 대신 '가짜뉴스'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게시물이 사실확인에만 방점이 찍혀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는 인터넷 분야 공약 중 표현의 자유 권리를 신장시키겠다고 했는데 가짜뉴스를 포함해 인터넷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포털 임시조치 완화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포털 임시조치는 게시물 관련자가 내용이 허위사실인지 여부 등을 소명하면 포털에서 해당 게시물 게시를 30일간 삭제하는 제도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는 이 정권의 인터넷 정책 원칙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다. 한상혁 후보자는 9년전 석사 시절 제출한 논문에서 "타율에 의한 규제는 자칫 규제 권한을 지닌 자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말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