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수' 몸살 앓는 화장품…DHC·한국콜마 '퇴출' 확산되나
2019.08.12 오후 4:10
롭스 등 H&B 스토어, DHC 판매 중단…한국콜마, 불매 목록 '곤혹'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돼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화장품 업체들이 구설수에 오르며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눙크 등 주요 헬스앤뷰티(H&B) 스토어들은 일본 화장품 업체 DHC가 '혐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DHC 상품들을 철수시키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일단 전국 매장에 DHC 상품들을 매대에서 잘 안보이는 곳으로 진열을 변경하라고 통보한 상태"라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DHC 상품들을 철수할지는 아직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계 3위인 롭스는 가장 먼저 DHC 상품들을 매장에서 철수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롭스는 이날 오전부터 공식 온라인몰 판매를 중단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상품을 철수시키고 있다.

롭스 관계자는 "일단 공식 온라인몰부터 DHC 제품들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오늘 중으로 모두 매대에서 빠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롭스에 이어 랄라블라 역시 이날 오후 3시부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DHC 제품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오전까지 예의주시하다 오후 3시에 갑작스레 결정된 사안"이라며 "DHC 제품 모두 매장에서 퇴출됐다"고 말했다.

[사진=DHC]


대형마트·편의점들은 일찌감치 DHC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아 안심하고 있는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상태"라며 "DHC 상품은 거의 처음부터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G마켓·옥션·11번가·롯데닷컴·인터파크·위메프·티몬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DHC 상품을 여전히 노출시키고 있어 소비자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DHC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어 우리가 제재할 권한이 없다"며 "화장품 자체에 문제가 있어 식약처에서 판매 중단을 내리지 않는 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매운동을 이유로 DHC 제품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다"며 "만약 그렇게 할 경우 도리어 갑질로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DHC는 지난 2002년 한국에 진출해 현재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입점해 있으며, '딥 클렌징 오일'로 국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현재 화장품뿐만 아니라 고양이 간식, 다이어트 기능식품 등도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만 100억 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대표 일본 뷰티 브랜드로 지목돼 불매 리스트에 오른 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A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DHC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감소했다.

A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기존에도 많은 제품이 판매된 것은 아니었으나, 올해 8월 들어 매출이 급감했다"며 "메이크업·스킨케어도 일부 판매되고 있지만 대부분 클렌징·필링용품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어 해당 매출 감소가 전체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HC는 자회사인 'DHC텔레비전'이 최근 내보낸 한 정치 프로그램의 '혐한 발언'으로 국내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는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며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지"라고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폄하했다.

또 다른 패널은 '조센징'이라며 한국인을 비하하기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패널은 "조센징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시키지 못해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며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서 지금의 한글이 됐다"고 역사를 왜곡했다.

'위안부'를 운영한 일본군을 고발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는 예술성이 없다며 "제가 현대아트라고 소개하면서 성기를 내보여도 괜찮은 건가요? 아니잖아요"라고 막말을 던졌다.

DHC텔레비전은 유튜브를 통해 그동안 극우 성향의 정치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 왔다. 현재 구독자 수가 46만 명인 이 유튜브 프로그램에서는 강도 높은 혐한 발언을 자주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같은 DHC의 혐한 정서는 수장인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앞서 요시아키 회장은 일본 극우 정당 지원, 재일동포 비하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3년 전에는 재일동포를 가리켜 "사이비 일본인은 필요 없으니 모국으로 돌아가라"는 글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 비판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DHC에 대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이런 기업은 머릿속에 두고두고 기억할 것", "한국에서 이 회사의 제품은 영원히 추방돼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DHC 측은 이번 방송의 혐한·역사 왜곡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또 DHC 코리아는 국내 네티즌들이 자사 SNS에 항의하는 댓글을 달자 댓글을 차단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국내 네티즌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잘가요 DHC'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퇴출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사진=한국콜마]


한국콜마도 윤동한 전 회장이 최근 직원 조회에서 막말로 정부를 비판하고 여성 비하 언급을 한 유튜브 영상을 강제 시청케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으로 급부상했다.

앞서 윤 전 회장은 지난 7월 월례조회에서 임직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튼 후 "다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 속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의 대(對) 일본 대응을 비난하며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또 이 유튜버는 여성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며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후 사내 익명게시판에는 "윤 회장이 한 유튜버의 보수 채널을 강제 시청하게 했다"며 "저급한 어투와 비속어, 여성에 대한 극단적 비하가 아주 불쾌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콜마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공식 사과했지만, 도리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설립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거론되며 불매운동에 반일 감정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콜마 제품 목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콜마의 자체 브랜드는 물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터미·미샤·카버코리아 등 한국콜마의 고객사 제품 70~80여 개가 불매 리스트에 기재된 상태다. 이 목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며 빠르게 퍼지자, 납품을 받는 일부 회사들 중에는 한국콜마에 계약취소를 요구한 곳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전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동영상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인 만큼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윤 전 회장은 "제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게 된 고객사와 한국콜마의 제품을 신뢰하고 사랑해줬던 소비자 및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드린다"며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NS에서는 한국콜마의 뿌리가 '일본 기업'이라는 사실이 함께 확산되며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후폭풍이 더욱 거세진 상태다.

윤 전 회장은 1990년 일본 화장품 전문회사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설립했으며, 일본콜마는 현재 한국콜마 지분 12.14%,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12년 10월 기존 한국콜마를 인적분할해 2012년 10월 존속법인 한국콜마홀딩스로 상호를 바꾸고, 화장품과 제약사업 부문은 신설법인 한국콜마로 출범했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 측은 "이미 기술적 독립을 이뤄냈고, 일본콜마 지분은 앞으로 계속 줄여나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윤 회장 이하 임직원은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DHC나 한국콜마의 제품을 철수하는 것은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내부에서 어떻게 결정할 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