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총 100조 날아갔는데 차분하라뇨
2019.08.09 오전 6:00
시장 참여자들 분통…위기상황 직시하고 움직여야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이번 주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장중 코스피 19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에 사이드카가 발동되는가 하면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치솟았다.

8월이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무려 100조원에 육박한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까지 악재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악화일로다.

금융당국도 당장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연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를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관련 TF(태스크포스)도 확대 운영하는 모습이다. 감독기관 수장은 휴가 도중 복귀했고 금융위원장은 주말도 없이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당국의 이런 행보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 모양새다. 그들이 한결같이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며 "차분하자"고 외치는 때문이다.

지난 7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 왼쪽부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영훈 기자]


이주 처음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가 대표적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 조치가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며 "미리 예단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코스피는 그러나 3년1개월여 만에 1950선을 하회했고 코스닥엔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하락폭이 7%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은 3년5개월 만에 1200원을 넘겼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당국은 이튿날 예정에 없던 증권시장상황 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차분히 대응하잔 뉘앙스는 여전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수의 대외적 악재에 의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것", "시장 참여자 모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자".

보란 듯 이날 코스피는 장중 1891.81까지 추락했고 마감값으론 3년5개월 내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도 3% 더 떨어졌다.

내가 산 주식이 폭락하는데 차분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입장을 담은 기사에 수백 건의 악플이 달린 건 어쩌면 당연했다. 찾아보니 이들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번 주 여럿 올라왔다.

사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건 그들의 입이다. 금융당국 수장의 말 한 마디가 여론을 조성하고 그 여론이 시장을 움직인다는 걸 그들 또한 모를 리 없다. 역설적으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도 하는 것 아닌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경제 정책을 펼치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며 경제가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불안해하지 말라'는 당국 수장들의 발언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2의 외환위기설까지 나오며 각종 경제 수치가 크게 흔들리는 마당에 단순히 불안해하지 말란 건 시장 참여자들에겐 헛물켜는 소리나 다름없어서다.

사족 하나를 더하고 싶다. 지금 시장엔 차기 금융위원장 인사에 대한 지라시가 떠돈다. 차관급 인사인 그 후임은 곧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한다. 당장 코스피가 1800대로 떨어지고 환율 1250선이 뚫린다 해도 금융당국 수장이 될 그는 청문회에 매달려야 할 판이다. 청문회를 '디스'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지체할 시간이 없단 얘기다.

경제가 한 번 망가지면 다음은 기약하기 어렵게 된다. '립서비스'만이 아니라 불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줄이는 것,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정책 시행이야말로 지금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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