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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알앤제이’ 강영석 “공연 중 과호흡 와 최근 운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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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체력 소모 큰 작품…“과해 보여도 크게 느끼고 크게 뱉는 게 맞을 것 같아”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제가 최근에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를 안 했더라고요.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연극 ‘알앤제이’(R&J)에서 ‘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를 연기하는 ‘학생2’ 역을 맡아 물오른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재관람을 이끌고 있는 강영석의 작품 선택 계기는 단순했다.

‘오랜만에 감정 연기를 하면 다른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한참 공연 중인 요즘 만족감에 대해 “너무 과하지 않나. 내가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근데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았어요. 크게 느끼고 크게 뱉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좀 불편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께 제가 드릴 말씀은 ‘처음이라서’입니다.”

연극 ‘알앤제이’는 엄격한 가톨릭학교를 배경으로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탐독하며 일탈의 게임에 빠져드는 4명의 학생 이야기를 다룬다.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극 안에서 학생들은 현실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계를 쉴 새 없이 넘나든다.

매회 무대를 뛰어다니며 감정을 쏟아내느라 얼마 전 공연 중 과호흡이 왔다는 강영석은 남은 무대들을 위해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제가 생각보다 체력이 좋지 않더라고요. 지난주에 공연을 하다가 줄리엣의 침실 장면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숨이 안 빠져나가는 거예요. ‘아, 안되겠다’ 싶어 아파트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머신 3~4㎞씩 뛰고 있습니다. 이 작품으로 체력이 올라갈지 알았는데 이걸 하려면 체력을 올려놓고 시작해야 됐다는 걸 늦게 깨달은 거죠.”

강영석은 “줄리엣을 연기할 일이 언제 또 있겠냐”며 학생2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품과 캐릭터 관련 질문을 중구난방으로 던져도 두 눈을 반짝이며 소신껏 명쾌한 답변을 하는 모습에서는 캐릭터 분석을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 지난해 ‘알앤제이’ 초연을 봤나. 그때 감상을 말하자면.

“손승원·강승호·손유동·송광일 페어로 봤다. 오프닝이 제일 기억에 남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번 봐서는 어렵더라. 엄격한 학교에서 억압받는 학생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서 뭔가를 배워간다는 정도만 느꼈던 것 같다.”

- 강영석의 학생2는 어떤 캐릭터인가.

“연출님이 초반에 ‘학생에 대한 단서가 없으니까 우리가 분석을 해야 되는데 너희가 맡은 역할에서 녹여나는 거다. 그게 너희의 캐릭터다. 분명히 아닌 부분도 있을 수도 있고 학생2인 부분도 있을 거니까 그건 개인이 찾아야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학생2를 벤볼리오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벤볼리오는 친구들과 친하고 로미오도 벤볼리오한테 자기 사랑얘기를 할 정도로 형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줄리엣이 처음에 결혼 얘기를 딱 들었을 때 ‘영광이네요’라고 엄마한테 말하는 게 누가 봐도 거짓말이지 않나. 이를 반영해 학생2가 속에 있는 뭔가를 숨기면서 웃으며 살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크게는 이렇게 잡고 대사들에서 조금씩 찾아내면서 설정했다. 그래서 내 생각에 원판의 학생2를 잘 보여주는 건 줄리엣이 처음 나왔을 때랑 벤볼리오인 것 같다.”

-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없나.

“줄리엣이랑 로미오가 사랑을 해야 되는데 우리는 남자 아이들이지 않나.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잡아나가니까 ‘학생1이 학생2를 좋아하는 건가’ 이런 것까지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냥 감정에 충실해야 될 것 같았다. 학생1과 학생2의 사랑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에 대해 얘들이 느끼는 감정, 억압된 환경에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숨기면서 살아왔던 흑백의 아이들이 느끼는 슬픔 등에 집중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나는 그렇게 많이 안 변한 것 같다. 하나 짚자면 처음에는 친구들이 역할극을 하자고 하니까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좀 적극적이어진 것 같다. 왜냐면 극 초반에 같이 나갈 때 ‘학생2가 망설인다’는 지문이 있었다. 제일 늦게 나가지 않나. 그게 계속 걸리더라. ‘얘는 왜 망설이지? 하기 싫은 건가?’가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런 거다. 그래서 바로 열심히 하기가 좀 그랬는데 어린 아이라고 생각해보면 안 그래도 될 것 같더라. 어리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금방금방 바뀌기도 하지 않나.”

- 고전 속 정형화된 이미지의 줄리엣이 아닌, 엄격한 가톨릭학교라는 배경과 금서 속 주인공이라는 데서 나름의 줄리엣을 표현하고 있다. 설명 좀 해 달라.

“그렇게 해서 잡은 학생2에서 줄리엣이 나가야되지만 그 안에도 줄리엣이 있어야 된다. 그게 참 어려웠다. 연출님이 배경을 1910년대 영국으로 정해주셨다. 여자들이 억압받던 시대고 아이들을 아무것도 못하게 가둬놓은 때라서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들었다. 학생2가 생각하는 줄리엣도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이 ‘너 이제 얘 만나서 결혼해야 돼, 너무 좋지?’라고 하면 ‘영광이네요’ 이런다. 근데 속으론 안 좋은 거다. 나는 줄리엣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는 결혼관이 있었을 것 같다. 로미오를 만나고 원수 집안이란 걸 알게 되지만 힘들어하면서도 기뻤을 거라고 생각한다. 얘도 처음 안 사랑이니까. 그게 학생2랑 줄리엣이 겹쳐지는 부분이다. 근데 줄리엣은 좀 더 용감하다. 그걸 보고 학생2가 나중에는 부모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학생2로서 줄리엣을 연기하면서 ‘너도 그래? 왜 그래야 되는 거야, 우리는?’ 이렇게 분노하게 되더라.(웃음) 발코니 신에서도 나는 짜증을 많이 낸다. ‘이름이 뭐가 중요한 거냐고!’ 이런다.”

- 줄리엣이 너무 예쁘다. 본인도 알고 있나.

“그런가? 나는 화만 내는데. 울고불고 하고. 분장을 너무 잘해주신 것 같다.”

- 극의 몰입감이 대단하다. 남자의 모습으로 연기하는 데도 예뻐 보인다.

“그런 게 이 공연의 묘미 아닌가 싶다. 극이 말하고자 하는 게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서 연습 중반부터는 ‘학생2로 가야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줄리엣처럼 보이는 이유는 학생2가 걔한테 공감을 해서다.”

- 정말 많이 운다. 우는 연기가 힘들지는 않나.

“흐름을 잘 타면 계속 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안 보고 있을 때도 계속 운다. 한번 놓치면 힘든데 눈물이 한방울이라도 나오면 계속 나온다. 내가 울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감정이 가지더라.”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찬이 형은 차분하고 착하다. 일단 본인이 착하기 때문에 그게 묻어나온다. 내가 평소에 화를 내거나 그렇진 않은데.(웃음) 승안이는 처음 런을 돌면서 봤을 때 눈이 묘하더라.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 같은 눈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되게 불쌍하고. 정말 배우같다. 감정을 표출할 때 압도되는 뭔가가 있더라.”

- 학생1 역할의 박정복·지일주·기세중 세 배우와 호흡은 어떤가.

“정복이 형은 일단 든든하다. 예전에 공연도 몇 개 봤었는데 너무 잘하는 형이다. 에너지도 넘치고. 일주 형은 되게 따뜻한 느낌이 있다. 여려 보인다고 해야 되나? 안아줘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일주 형이랑 하면 학생2가 되게 형처럼 느껴진다. 세중이 형은 또래라서 그런지 친구랑 하는 것 같아서 그 느낌이 되게 좋다.”

- 전체적인 합도 궁금하다.

“나도 그렇고 에너지가 과한 사람들이 있다. 학생1의 박모군(박정복), 학생3의 강모군(강기둥), 학생4는 둘 다. 이렇게 모이면 편하다. 누구 한명을 죽여서 가면 그 사람만 보일 수도 있고 해서 이 공연은 특히 4명의 결이 중요하더라.”

-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의 퍼크 대사를 인용한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떤 마음으로 몰입하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학생2가 자기한테 하는 위로일 것이다. 나는 드레스리허설 처음 할 때 울컥해서 공연 때도 그렇게 했다. 거기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내가 학생2를 전반적으로 강하게 한다.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고 외강내유로 해봤다. 겉으로는 다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속은 곪아터져서 너무 힘든 걸 여기서 표출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강해져야하기에 돌아간다. 나는 흑백의 사람들에 빨간색 선이 하나 지나가면서 색깔이 입혀지는 듯한 포스터가 되게 좋더라. 그게 딱 내가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인 것 같다. 흑백의 아이들에게 좋든 나쁘든 감정이라는 색이 들어간다. 퍼크 대사는 ‘우리가 이런 색을 알았으니까 전처럼 절망하면서 살지 않을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자기도 확신은 없겠지만 ‘힘들더라도 우리 이제 그게 뭔지 알잖아’ ‘더 괜찮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위로다.”

- 특히 잘하고 싶은 장면이 있나.

“2개의 독백이 있다. 발코니 신하고 로미오가 추방됐다고 유모가 알리는 두 장면이다. 긴 문어체의 대사들을 멋지게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배우라면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혼자 해내야 되는 부분이니까 잘 하고 싶다. 근데 내가 쓰는 말이 아니라 확실히 어렵다.”

- 학생2의 에필로그를 그려본다면.

“시대적인 상황을 봤을 때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한 사람의 변화가 엄청난 걸 가져오진 않겠지만 어쩌면 얘가 살아감에 있어서는 더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되게 부당하고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깨달음을 얻고 나서의 의식 있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학생1이랑 학생3이 레슬링하는 장면 직전에 바지가 한번 찢어졌다. 팔을 올렸다 내렸는데 손가락이 주머니에 꽂히면서 두두둑 찢어진 거다. 조금 찢어졌으면 그냥 했을 텐데 속옷이 다 보여서 레슬링 보고 웃고 있다가 갈아입고 왔다.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지만 그 타이밍이 아니면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 땀을 엄청 흘렸다.”

- 작품 속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학창시절 충격을 준 문학작품이나 공연이 있나.

“다른 충격인데 홍광호 선배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저 사람은 뭐지?’ 이랬다. 노래를 너무 잘하시더라. 아주 우상이 됐다. 이모부가 표를 주셔서 VIP로 우블(오른쪽 블록) 3열에서 봤다. ‘지금 이 순간’ 끝나고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기에 나도 바로 일어났다. 압도당했다. 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진짜 좋아하는 배우가 한명 생겼다. 조정석 선배다. 모리츠를 너무 잘해서 ‘헤드윅’도 보고 작품들을 찾아서 봤다. ‘저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니구나’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더라. 역시 너무 잘해서 ‘다 잘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알고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연습실에서 우리끼리 얘기할 시간이 많았다. 정복이 형의 주도 하에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

- 지난해 혼공족이 두 번째로 많이 관람한 연극이고 재연도 반응이 좋다. 그만큼 재관람 관객의 비중이 높은데 관객들이 ‘알앤제이’를 보고 또 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볼수록, 할수록 좀 되게 새로운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객석이 나뉘어져있지 않나. 일반 객석에서 보는 거랑 무대석에서 보는 거랑 완전 다를 것이다. 한번 봤을 때 ‘어? 이거 뭐지?’ 이렇게 느꼈으면 한번 더 볼 수밖에 없는 공연이고 ‘뭐야’ 이렇게 되면 안보는 공연이고, 모 아니면 도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관전 포인트를 설명해보자.

“내가 작년에 처음 봤을 때 느낀 것처럼 ‘그래서 얘네가 뭘 하자는 거지?’라고 느낄 수가 있다. 마음을 좀 열고 봐야 되는 것 같다. 분석할 여지가 되게 많다. ‘갑자기 왜 저렇게 표현하지?’ 싶은 지점과 갑작스러운 행동 등이 엄청 많다. 처음엔 혼란스러울 텐데 몇 번 보시면 ‘아, 저런 이유가 있구나’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우리 공연은 순간순간의 표정이 중요한데 4명을 다 볼 수 없다. 내가 몇 번 하지? 36회였나? 그 정도는 봐야 되지 않나.(웃음)”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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