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함께-성평등]영화 속 여성 향한 왜곡된 시선 "침묵하지 않을 때 변화 시작"
2019.06.20 오후 5:29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A Film is a Girl and a Gun'.

근대 영화가 탄생한지 어느새 120여년. 프랑스의 유명 감독 장 뤽 고다르는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여자, 그리고 총(Girl and Gun)'

이 말은 19세기에 등장한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관통한다. 카메라를 쥔 욕망의 주체는 남성이었고, 남성들은 영화에 자신들의 욕망 메카니즘을 담아냈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주최로 진행된 콘텐츠 산업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두번째 강연에서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는 "19~20세기 영화는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 만들어졌다. 남성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는 통로였다"라고 밝혔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어 "영화 제작자들은 대중성과 흥행을 위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고, 연기력보다는 여성의 몸에 집중하는 '여성 몸의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가 말하는 '여성 몸의 장르'는 곧 '꽉 조인 올인원 코르셋 드레스를 입고, 큰 가슴을 드러내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이날 유 교수는 '문화예술,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 현실과 원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하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화계 남성비율을 꼬집었다.

이날 공개한 2017년 한국영화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남성은 제작, 연출, 촬영, 조명 등 영화 제작의 주요 영역을 차지했고, 여성은 미술, 소품, 분장 헤어, 의상 등 부속분야에 우위를 점했다. 직군에 따른 근무기간과 급여 역시 차이 폭이 컸다.

유 교수는 "영화를 만들고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을 쫓아 카메라는 움직이게 된다"라며 한국영화에 여전히 남아있는 '삼종지도(三從之道)'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삼종지도'는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를 이르는 말.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 교수는 이같은 그릇된 인식이 담겨있는 초기 한국영화로 '자유부인'과 '미워도 다시 한번'을 꼽았다. 그는 "한국 막장 드라마의 원조"라며 "즐기고 고뇌하는 남성과 홀로 대가를 치르며 우는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1970~80년대 붐을 일으킨 '호스티스 영화',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유지되는 강한 남성, 사랑받는 여성의 코드에 대해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성관객영화상'이 있었고, 2006년에는 '여성인권영화제'가 생겼죠. 미투운동이 시작되며 의미있는 변화도 있었어요.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도 지난해 생겨났고요."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그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아이 캔 스피크'와 '소공녀'를 소개하며 "침묵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강연에 참석한 콘텐츠 관련 종사자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했다.

"젠더 관점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미지의 영역일 수 있어요.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 분야의 창작인들은 관점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매체 환경은 이미 코스모폴리탄이에요. 창작자들 역시 세계시민적인 관점에서 젠더의 길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보라'는 오는 10월까지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 '함께 하는 세상을 위한 변화의 시선'을 주제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한다. ▲성폭력 피해자 전문 변호사 이은의 '직장 내 성폭력 문제의 실태와 대응'(7월) ▲영화인 임지연의 '영화로 배우는 성평등'(8월) ▲유수미 작가의 '만화로 배우는 성평등'(9월) ▲오빛나리 작가의 '문학으로 배우는 성평등'(10월)이 예정돼 있다.

/김양수 기자 liang@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