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함께-성평등]사적 모임서 강제 추행 피해…대처와 고발, 합의까지
2019.06.04 오전 9:30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지난해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촉발한 '미투(Me, Too)' 운동의 확산과 더불어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동등한 권리가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는 합의와 함께 양성의 평등이 점차 중요하게 대두됐다. 조이뉴스24는 인권 기획 중 첫번째로 '성평등'에 대한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3월 개소 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과 공동 기획으로 영화산업 내 성평등 실태와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이 밖에도 문화 예술계 전반에서 진행되는 성평등 운동과 성희롱, 성폭력 피해사례 및 유관단체의 지원, 예방과 근절 방지 대책을 알아봤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서는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산업에 종사 또는 참여하는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을 시,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담을 통해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개인 정보는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

지난 회에 이어 한유림 든든 전문위원의 자문을 받아 그동안 든든에 접수된 사건을 통해 분야 및 처리방법별 사례를 살펴보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와 대처 방법을 알아봤다. 본문의 사례는 개인 정보 보호 차 실제 사건을 재구성 및 각색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합의 진행까지

[사진=성폭력예방교육 강사양성 과정, 든든]


연출부에서 일하고 있는 피해자B(여성)는 영화계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맥을 쌓아야 한다는 지인의 권유로 한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선배 감독(남성)에게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했다.

당황해 몸이 얼어붙었던 피해자B는 지인에게 부탁해 자리를 바꿔 앉는 정도로밖에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가해자가 원래 술자리에서 '손버릇이 나쁘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든든에 대면상담을 신청했다.


피해자B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방법들이 가능할지 상담을 받고자 했다. 이에 전문위원은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펼쳐놓고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하는 한편, 선택의 기준은 다른 누구도 아닌 피해자 자신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담 후 피해자B는 변호사가 피해자를 대리하는 합의 절차를 선택했다.

이 사건의 경우 형사고소를 해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가해자의 행동이 '범죄'라는 공식적인 인정을 받는 의미가 있으며, 영화계 내에서 가해자를 제재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마련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고소인 조사, 증인 신문 등으로 피해자가 직접 진술해야 하는 부담과 언론에 보도될 경우 피해자가 드러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B가 가해자에게 바란 것은 법적인 처벌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그리고 '재발방지'였기 때문에 가해자의 사과문과 재발방지각서 작성을 합의조건으로 합의절차를 진행했다. 담당 변호사는 피해자를 대리해 가해자에게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 및 합의조건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가해자 측의 의사를 확인하여 양측이 동의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최종적인 합의 절차는 피해자와 피해자를 대리한 변호사, 가해자와 가해자의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가운데 전문위원이 진행했다. 가해자는 자필 사과문을 제출했고,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합의서에 서명했다. 든든에서는 이렇게 서명된 합의서의 복사본을 보관하고, 합의 이행 여부를 팔로업하고 있다. 가해자가 합의한 약속을 어길 시, 든든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법적 조치 및 권고 등을 진행하게 된다.

[사진=콘텐츠진흥원 성폭력예방가이드북 중]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의 특징과 사건처리 절차의 개선방안

제시된 사례에서처럼, 든든에 접수된 사건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가해자에 비해 경력이 짧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용하거나 피해자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등 위계관계가 뚜렷이 드러나는 특징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직장 내 성희롱'과 유사하나, 영화계 종사자들이 대부분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에 든든에서는 영화단체들과 협력하여 각 단체가 자체적인 처벌규정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현행법으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영화산업 내 처리절차를 두어 공동체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한국영화산업 노사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계약서 상의 직장 내 성희롱 금지 및 징계조치에 대한 규정에 근거하여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표준계약서에 따른 사건처리가 이루어진 전례가 없고, 실효성 있는 징계를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조항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든든은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비롯하여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처리절차의 보완을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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