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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그때는 日本, 지금은 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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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은 미국 경제 힐링을 위한 사육제”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일본과 중국은 부적절한 중상주의 정책 이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양국은 미국 국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제단에 올려진 희생양이라는 점이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전 회장이며 미국 예일대의 선임 연구원인 스티븐 로치는 최근 미국의 미디어 회사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발표한 칼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로치 연구원은 지난 1980년대에 유행했던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처럼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중국 때리기’는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미국의 거시경제적 불균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미국 국내 저축률의 급격한 감소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무역 적자를 낳으면서 무역 전쟁의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미국 경제는 회복을 위해 제물이 필요했고, 그 대상은 30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아시아의 경제 대국 일본과 중국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특히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일본을 굴복시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이끌어 낸 것에 대해 극찬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를 보면, 자신도 레이건 대통령의 그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낸 후 “미국산 제품을 복제하거나 유사품을 만들도록 허용하는 것은 더 이상 자유무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많은 면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1980년대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처럼 보인다. 단지 주인공이 그 때는 헐리우드 배우 출신인 레이건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고 두 스타가 물리쳐야하는 악당은 1980년대는 일본, 지금은 중국이다.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은 플라자 합의라는 양보를 일본으로부터 이끌어냈다. [프로젝트 신디키트]
1985년 레이건 대통령은 플라자 합의라는 양보를 일본으로부터 이끌어냈다. [프로젝트 신디키트]

1980년대 당시 일본은 지적 재산권 절취뿐만 아니라 환율 조작, 국가 보조금 정책, 미국 제조업의 잠식, 막대한 무역 흑자 등으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됐다. 일본은 미국과의 싸움에서 결국 눈물을 삼켰고, 지불한 대가는 너무 엄청난 것이었다.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의 ‘잃어버린 30년’이었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한 1981년 1월, 국내 저축률은 소득 대비 7.8%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경상수지는 기본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레이건 대통령의 인기 영합적인 세금 감면 때문에 저축률은 절반 수준인 3.7%로 추락했다. 그리고 경상수지와 상품 교역은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제 문제가 상당 부분 스스로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그러한 지적을 부인했다. 무역 수지와 저축률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진짜 원인은 1980년대 전반기 미국에 무역 적자의 42%를 안겨준 일본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무역 관행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일본 때리기’는 닻을 올렸다. 이러한 캠페인을 이끌었던 인물은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였다.

결국 로버트하이저는 원본 영화와 리메이크 두 편 모두에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 것이다. ‘일본 때리기’가 시작된 이후 30년 동안 계속된 고통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 중심에는 라이트하이저가 있었고, 지금 다시 등장해서 중국에 고통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에서 양보를 받아낸 것처럼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빅뉴스넷]
트럼프 대통령도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에서 양보를 받아낸 것처럼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빅뉴스넷]

레이건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국내 저축률을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국내 저축률은 단지 3% 수준이었다. 레이건 시대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의 ‘미국의 새로운 아침’ 구호처럼 세금을 대폭 줄이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번의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였다. 그 결과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연방 예산 적자폭의 확대였다. 국내 저축률은 지난 해 말까지 2.8%까지 하락했고 국제 수지는 계속 악화됐는데, 국민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2.6%, 그리고 상품 교역 적자는 4.5%였다. 1980년대 일본이 했던 악역을 현재 중국이 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표면적으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위협이 일본보다 좀 더 직접적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은 지난 해 미국의 상품 교역 적자의 48%를 담당했는데, 일본은 1980년대 42% 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는 198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급 체인(supply chain)을 고려하면 왜곡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미중 무역적자 중 35~40%는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상품이 중국으로 들어가 조립된 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과정을 거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 무역적자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제는 1980년대 일본의 몫보다 작다는 것이다.

1980년대의 ‘일본 때리기’와는 달리 오늘날 ‘중국 때리기’는 미국의 광범위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편리하게 만들어낸 것인데, 매우 중대한 실수다. 현재 미국의 예산 구조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국내 저축률을 높이지 않고서는 무역 상대국이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결과만 빚을 것이다. 이러한 무역의 다변화는 결국 생산 원가가 중국보다 높은 나라로 교역이 옮겨가게 될 것이고, 이것은 세금 인상과 같은 효과를 미국 소비자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기 위해 라이트 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를 불러왔다. 그는 1980년대 ‘일본 때리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라이트하이저는 과거 ‘일본 때리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 중국과 벌이고 있는 거시경제적 논쟁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적자와 예산 적자의 진정한 원인

‘일본 때리기’와 ‘중국 때리기’ 두 사례에서 모두 미국 정부는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위와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감세가 국내 소비를 촉진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공급 경제학으로 인해 예산 책정과 무역 적자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실패했다. 오늘날에는 공급 경제학이 주는 최근의 부정적 압력이, 낮은 이자율이 주는 유혹과 결합하면서 레이건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초당적인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는 결과를 빚었다.

미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거시경제적 어려움이 저축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 적자를 줄여 무역 적자를 줄이고, 그 결과로 국내 저축률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대안에는 지지자가 없다. 미국인들은 케이크를 손에 넣으면 그냥 먹기를 원한다.

총 GDP의 18%를 잠식하는 의료 시스템, 세계 7대국의 국방비 합계를 넘어서는 엄청난 국방비, 연방 정부 예산을 지난 반세기 동안 GDP의 평균 17.4%였던 것을 16.5%까지 하락케 한 감세 등이 미국 경제를 망치는 진정한 원인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영화를 오늘날 리메이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때리기’라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번 리메이크는 원본과는 매우 다른 엔딩이 될 수 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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