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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안나 카레니나’ 김소현 “평상시도 안 웃고 감정 눌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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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무대에서 웃지 못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평상시에 쾌활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눌러서 연기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러시아 최고의 귀부인이자 미모와 교양을 갖춘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안나’ 역으로 열연 중인 김소현은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연출님께서 평상시에도 저음으로 얘기하고 웃지 말라고 하셨다”며 “나 자신을 없애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안나를 연기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스는 나에서 시작을 해서 연기를 해왔는데 그게 아예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연습하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노력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은 운명적인 사랑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 안나의 서사를 섬세한 감정으로 풀어내며 몰입감 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안나 자체를 혼신의 힘을 다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분들이 내가 느끼는 내면의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관객들을 위해 작품 소개를 해 달라.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은 ‘와’ 하고 박수치는 공연이 아니다. 톨스토이 자체가 인생에 대해서 되게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지 않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안나 카레니나’ 안에서도 표현을 했고 사랑과 인생에 대해서 소설을 썼다. 보시는 분들이 도덕적인 기준도 다르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서 돌아가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물음표일 수도 있는 공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돌아갈 때 나의 인생과 안나의 인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볼 때마다 다른 지점에서 눈물이 나고 매번 공연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흔치 않은 공연이다. 이런 공연도 다른 시각에서 감동을 얻고 긴 여운을 즐길 만한 공연이 아닌가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보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 구성적 특징을 보태자면.

“감정의 교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공연 안에서 볼 수 있지 않나. 그 볼거리 안에서의 내면의 깊이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진짜 종합선물세트다. 무대 LED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세트가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무궁무진한 것들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 것도 다른 공연에서 보기 힘든 볼거리라고 생각한다. 이 공연은 노래로 클라이맥스가 ‘짠’ 하고 나오는 건 패티 노래밖에 없다. 많은 부분들이 오케스트라가 클라이맥스를 가져간다든지, 그 다음 장면으로 연결이 된다든지 한다. 어떻게 보면 음악이 처음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하나의 동그라미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자체를 낯설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겨줬으면 좋겠다.”

- 출연 제의를 받고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저번 시즌 공연을 봤다. 그때만 해도 ‘러시아 뮤지컬은 이런 거구나’ 하고 너무 가벼운 맘으로 공연을 봤고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이번에 제의를 받고 너무 놀랐다. ‘제가요?’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대본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너무 도전해보고 싶다’ ‘변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자신감이 머리끝까지 있는 상태에서 연습에 들어갔는데 연습을 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출님 덕에 점점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 개막 후 열흘 정도 지났는데 여유를 좀 찾았나.

“여유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못 찾을 것 같다. 꿈에도 나타날 정도로 생각이 많고 감정의 표현들을 끝도 없이 생각한다. 표정을 보여드리면 많은 분들이 공감할 텐데 공연은 2층에선 표정이 아예 안보이지 않나. 목소리만으로 안나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어려워서 매번 공연을 녹음해서 들으며 모니터한다. 매 장면마다 숙제들이 많다. 하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공연이 한번 끝나면 매번 녹음한 걸 들어보고 바꾸고를 반복하고 있다. 개막부터 짠 하고 보여드렸어야 되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느껴지는 게 많더라. 잠자는 시간이 진짜로 너무 아깝다. 나한테 큰 배움이 되는 역할이다.”

- 캐릭터를 소화함에 있어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참 어려운 내용이고 흔히 할 수 없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안나가 더 안쓰럽고 불쌍하다. 너무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고 자식이 주는 행복감 말고는 사랑도 행복도 느껴보지 못했을 것 같다.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원해서 시작이 된 건 아니지만 불처럼 갑자기 훅 사랑이란 걸 느낀 거지 않나. 그게 나의 갈 길이고 행복이라는 걸 느끼고 결정해서 직진을 했는데 그것도 나의 행복과 자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하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자의 인생 쪽으로 접근을 하고 싶었다. 물론 잘못된 사랑이지만 이 여자한테는 첫 경험이고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려지길 바라서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부분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특히 힘든 점이 있다면.

“이 여자가 결국엔 정신이 점점 혼미해지고 이런 과정들이 있지 않나. 그 과정에서 감정이 과하면 관객과의 호흡이 같이 안가더라. 세밀한 감정들을 차츰 보여줘야 되지만 또 너무 적어서도 안된다. 정말 거기에 몰입하고 계속해서 끈을 이어간다는 게 어렵다. 공연이 반복되면서 희석되면 안 되니까 똑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 지금 7회 정도 공연을 했는데 매번 모든 감정이 소진되는 느낌이 들어서 커튼콜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많이 울었다. 그런 걸 잘 추슬러야 되는데 안되더라. 그래서 그냥 끝날 때까지 추스르지 않으려고 한다. 빠져 있으면 다시 끄집어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냥 안에서 있고 싶단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보통은 너무 힘드니까 빠져나가 있다가 다시 들어오고를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그게 더 힘든 것 같아서 푹 빠져있어야 되겠단 생각을 했다.”

- 비극적인 엔딩을 맞는 캐릭터를 주로 하는 것 같다.

“내가 거의 8년째 계속 죽고 있다.(웃음) 자살을 하는 건 옛날에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이 죽었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다. 점점 삶을 포기하고 피폐해지는 과정을 쭉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기차에 뛰어들 때까지 너무 힘든 것 같다. 많이 몰입해야 되고 생각해야 되고 ‘어떤 느낌일까’를 끝도 없이 생각한다. 타인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는 것과 자살을 하는 것은 정말 너무 다르다.”

- 초연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모든 역할이 그렇지만 배우마다 표현하는 캐릭터가 다르다. 많은 분들이 윤공주와 나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여러번 봐주시는 것 같다. 저번 시즌의 안나(정선아·옥주현) 두분과 나랑은 또 엄청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처음엔 낯설어하시는 분도 분명히 계실 것이다. 어떤 틀에 갇혀서 보면 뭐든 다 틀리고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 비우고 와주셨으면 좋겠다. 정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이 이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지가 중요하지 않나.”

- 두 브론스키(김우형·민우혁)와의 호흡은 어떤가.

“두분이 정말 너무 다르다. 김우형은 굉장히 남성적이고 우직하면서도 직진형이다. 1막과 2막의 브론스키의 변해가는 모습을 다각적으로 생각해서 표현한다. 민우혁 같은 경우는 패기와 열정이 있다. 안나를 끝까지 한결같이 지키려고 본인 스스로가 노력하는 브론스키인 것 같다. 둘 다 매력이 너무 다르고 다른 매력을 매번 받기 때문에 너무 좋다. 나도 한 안나에 매어있는 게 아니라 브론스키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생긴다. 두분 다 평상시에도 자상하다. 안나들을 잘 챙겨주기 때문에 윤공주와 나는 너무 편하게 연습하고 공연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배려가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상대역끼리 대화가 필요하다. 어색하면 할 수 없는 신들이 너무 많다. 눈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착각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 윤공주 빼고는 다 유부남·유부녀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토요일 저녁공연이 가장 최근 공연인데 내가 자장가 신에서 너무 열심히 노래를 불러서 진짜로 아역이 잠이 들었다. 그 다음 신에서 남편인 카레닌이 안나를 내쫓고 혼자 서서 ‘은혜를 모르는 것’ 신에서 열창을 한 다음에 마지막 장면에 아들이 달려와서 아빠 다리에 매달려야 되는데 잠이 들어서 안나온 거다. 민영기가 얼굴이 사색이 돼서 뒷걸음질치면서 연기를 하시고 나가셨는데 들어와서 나한테 ‘진짜 재우면 어떡하냐’ 그러시더라. 공연하면서 진짜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된 것 같다.”

- 관객의 반응이나 평을 찾아보는 편인가.

“엄청 많이 찾아봤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호평도 악평도 나한테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첫날부터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러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배우 스스로 막공 때까지 찾아가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배우들끼리도 공연이 거듭되면서 그날그날 느꼈던 감정들을 서로 얘기한다. 이미 초연 때 완성된 막공을 보신 분들이 오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다. 다 헤쳐나가야 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감정적으로 진실되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잘해야지’ 하는 욕심이 앞서게 되면, 안나가 아닌 나 자신으로 무대에 올라가면 이 공연만큼은 절대 그 감정을 같이 느끼고 호흡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나를 없애고 내려놓아야 되는 역할이라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 기분 좋았던 평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달라.

“부모님이 방송에서 보시고 나를 좋아해주셔서 공연을 처음 보러 오셨는데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봤고 집에 갈 때도 계속해서 공연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행복해하셨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모님께 뮤지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하셨다. 뮤지컬이 단순히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주셔서 뮤지컬로 첫발을 디디신 거니까 그게 되게 감사하더라. 계속 봐주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하지만 시작을 나로 해주셨다는 게 감사했다.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낯선 장르인데 TV를 통해서 나를 아시고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새로 오시는 분들한테는 첫 경험이 때문에 사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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