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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T '내 목소리 동화'…'1호 아빠' 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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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지나 테이블TV에 연동해 실제 녹음 진행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인공지능 스피커(AI)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 줄 수 있다."

AI 스피커가 내 목소리를 흉내내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준다. 단순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연산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음성 자체가 꽤 큰 디지털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인화하기 위해서는 밑단에서 무수한 딥러닝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음성합성 기술은 특정 인물, 가령 연예인을 대상으로 구현됐다. 개그맨 박명수나 배우 유인나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이를 소비자(B2C)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개인화 음성합성(P-TTS) 기술을 개발, 첫 시도로 아빠가 내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방식의 '내 목소리 동화'를 선택했다.

KT 기가지니 테이블TV를 통해 내 목소리 동화를 실행한 모습
KT 기가지니 테이블TV를 통해 내 목소리 동화를 실행한 모습

물론,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은 아빠가 직접 하는 게 제일이다. '동화 내용'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아이와 아빠간 '상호작용' 부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4개월 미만의 아기에게 디지털 기기는 멀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내 목소리 동화'를 하기보다 직접 읽어주는 게 낫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매 순간 아이와 함께할 수 없다면 아빠를 대신해 동화를 읽어주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아직 배밀이도 못하는 아기를 만나러 퇴근길을 서둘러도 목욕 시간에 겨우 맞춰가고, 옷을 입히고 수면용 기저귀를 채우면 곧바로 분유를 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 후 아기를 달래 침대에 눕히면 오늘 볼 수 있는 아기의 모습은 다 보게 된다. 가끔 좀 더 보겠다며 잠투정할 때만 다시 안아본다.

때로는 동화를 읽어주는 것 자체가 어색한 무뚝뚝 아빠가 있을 수도 있다. 처음 동화를 읽어줄 때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온전히 아빠의 몫이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색함에 애꿋은 눈만 껌벅이며 마음 속 용기를 찾는 경우도 있을 터. 그들에게는 립싱크의 기회가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운 좋게 기자는 '내 목소리 동화'가 발표되기 전 베타 테스터로 참여했다. 나름 1호 아빠다. 참여 계기는 단순했다. 밖에서 일할 때 안에서는 매번 듣는 동요와 함께 내 목소리도 들려주면 좋을 듯 했다. 나중에 스마트폰 등 시각적 자극보다는 청각적 자극이 더 나을 듯도 보였다.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함께 있을 수 없는 미안함을 상쇄할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용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기가지니 AI 스피커와 페어링(연결)된 스마트폰에서 '기가지니' 앱을 통해 '내 목소리 동화' 녹음이 가능하다. 스튜디오 등 거창한 환경이 아니더라도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때마다 녹음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300문장을 녹음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통해 300문장을 녹음하면 된다

총 300문장의 음성을 입력하면 된다.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다는 가정하에 한 문장에 약 10초 이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에 300문장을 입력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날때마다 해당 문장을 녹음하면된다. 부정확한 발음에 문장을 재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체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이 필요하다. 말이 빠르고 정확하다면 1시간 이내로 줄일 수도 있을 듯하다.

난이도는 상당하다. "와이키키 해변과 훌라 댄스로 유명한 서핑의 섬 하와이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라던지, "그들은 거센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또는 "동야휘집에는 호랑이를 감동시킨 효부 이야기를 비롯한 많은 야담들이 들어있다" 등이다.

장시간의 수고로움이 끝나면 '내목소리동화 생성 중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완료 예정일이 표시된다. 예정일은 최대로 잡은 수치여서 그 이전에도 완료될 수 있다. 완료일은 13일 새벽 1시다. 처음에는 5월 15일 완료 예정으로 떴지만 다음날이 되니 14일날 된다고 수정됐다. 하루 정도면 충분한 듯 하다.

기가지니 테이블TV 내목소리동화 실행 장면
기가지니 테이블TV 내목소리동화 실행 장면

기가지니 AI 스피커 리모컨으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겠으나 동화책 이름을 안다면 음성으로도 명령할 수도 있다. "지니야, 내목소리동화 어린왕자 읽어줘"라고 하니 안내음과 함께 손발이 오그라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P-TTS 소리를 직접 들으니 상당히 내 목소리와 흡사하다. 약간의 어색함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단어들이 이어진다. 어떤 구간에서는 목소리 억양이나 습관 등도 따라하는 듯 하다. 출근 후 잠깐 내목소리 동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고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잠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아빠 소리인지 알아듣는가 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실 동화를 읽어줄 때는 약간의 과장된 소리나 등장인물들의 흉내, 또는 감정을 이입하는 등 여러 변조 과정을 거쳐 생동감 있게 들려주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쭉 소리내서 읽어준다' 수준이다.

다만 좀 더 조용한 곳에서 녹음을 했을 때 음성품질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시간을 쪼개 녹음한 게 못내 아쉽기도 하다.

KT는 이에 대한 해답도 준비하고 있었다.

임미숙 KT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 AI기술&HCI담당 상무는 "가까운 시일 내 사람의 희노애락까지 표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한창"이라며, "기계가 직접 감정을 전달한다기 보다는 고객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내 목소리 동화'는 이달 300명을 대상으로 시운전 중이다. 이 때문에 동화책도 10권만 준비돼 있다. 하지만 시운전을 끝내고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시점에 약 100권 정도로 동화책을 늘릴 계획이다. 정확한 요금이 책정되지는 않았으나 꽤 저렴한 수준으로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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