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가짜 청원글로 10만명 낚은 20대, 검찰 송치 이유
2019.05.15 오전 10:14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자신의 친동생이 또래 청소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거짓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14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대인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지난 2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자신의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전날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 가운데 몇 명은 아버지가 경찰, 변호사, 판사 등인데 자신은 부모가 없어 대응이 어렵고 폭행이 일어난 장소는 CCTV 사각지대여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또한 쉽지 않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A씨는 가해자 일부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며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메시지에 가해자가 "어차피 청소년법이야 ㅅㄱ(수고)"라고 답한 대화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청원글이 게시된 지 나흘 후인 같은 달 25일 네티즌 9만 8000여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이에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A씨가 올린 청원 글은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계정을 생성한 뒤 직접 메시지를 입력하는 형식으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A씨는 가해자 계정 프로필에 SNS에서 찾은 일반인 사진을 넣기도 했다. 이에 자신의 얼굴을 도용당한 당사자가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의 이같은 글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10만여명의 동의를 얻은 해당 청원글은 3월 초 삭제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현행 소년법 폐지를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A씨가 직접 경찰에 거짓 신고를 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청원 게시판 특성상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담당 부서인 경찰이 답을 해야 하는 등 책임자는 경찰이기 때문에 112 허위신고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게시글에 적힌 피해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일일이 확인을 해야 했고 첨부한 카카오톡 내용도 명백히 조작된 것이었다"며 "판례에서는 범죄 사실을 적극적으로 속이려고 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려는 의도가 있으면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