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여행]<27> 좋은 케어는 치매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치유한다
2019.04.25 오전 10:00
삼 형제가 요양원을 찾았다. 치매에다 와상상태인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두고 삼 형제가 옥신각신하다가 한 번 요양원을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가장 기세등등한 사람은 막내. "아니, 우리 엄마가 우리를 어떻게 길렀는데 이제 요양원에 갖다 맡긴다는 거요? 우리 엄마 불쌍해서 나는 절대 반대" 장남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법적으로는 동등하다고 해도 장남에게는 책임감이 부채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집에서 모시기에는 동생들 만큼 만만찮은 아내의 반대 때문에 안 된다. 성장과정에서 장남과 막내 사이에서 치여 살았던 둘째는 방관자적 입장을 보인다.

"요양원을 둘러보니 어르신들의 상태도 좋아보였고 직원들도 친절하게 보였다.

세 사람의 언쟁은 끝이 없으니, 어머니를 한 번 모시고 오라는 말을 듣는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머니는 요양원에 와서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눈치다.

요양원 원장은 "어머니를 6개월 만 저희에게 맡겨 보세요. 저희가 말을 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라는 뚱딴지 같은 제안을 한다. 치매여서 자식도 몰라보고 웅얼웅얼 의미없는 말만 하는 분인데, 말을 하다니? 결국 요양원 비용을 장남이 부담하는 것으로 타협을 한 세 사람은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갔다.

형제 순위에 따라 부모님을 대하는 방식, 부모님을 바라보는 마음이 다 다르다.

장남은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첫째라서 겪은 고초도 컸다. 그래서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다른 형제들은 성장기의 집안 형편, 현재의 자기 처지 등에 따라 부모님을 바라본다. 공부를 잘 해서 기대를 모았던 자식, 말썽꾸러기로 부모님 속을 무던히도 썩혀드렸던 자식들은 자기 방식대로 효도를 하고자 한다.

딸들은 어머니에 대해 더욱 강한 애착을 보인다. 아들에 비해 늘 뒷전이었던 딸들은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어머니의 안전과 행복을 강하게 요구한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맡기고 떠난 삼 형제 가운데 결국 어머니를 가장 자주 보러 온 사람은 장남이었다. 요양원 원장은 장남에게 어려움을 이야기 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트집을 잡는 막내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이며 염려를 잠재웠다.

그리고 삼 개월이 지났을 때, 어머니는 스스로 식사를 하게 됐고 6개월 뒤에는 말을 하게 됐다.

그 비결은 매일 아침 직원들이 돌아가며 할머니의 손을 어루만져 드리고 왼쪽관자놀이에 속삭이는 것이었다.

"할머니,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까,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요. 이젠 봄이 오려나 봐요." "할머니, 오늘 지각해서 뛰어왔어요."

사소한 이야기가 침대 생활로 삶의 느낌이 사라져 버린 할머니에게 조금씩 기운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식사를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병원에서는 간병인들이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여 드렸다. 하지만 바쁜 간병인들은 할머니가 제대로 음식물을 삼키기도 전에 숟가락을 들이밀기 때문에 결국 식사를 거부하거나 음식물이 기도에 넘어가 사단이 나는 경우가 잦았다.

요양원에서는 할머니가 스스로 음식물을 드실 수 있도록 유도했다. 식사 전에 잠깐의 마사지로 침샘을 자극하고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노력했다. 식사 도움을 받다가 스스로 식사를 하게 됐고 3달이 지나자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식탁에 앉을 수 있게 됐다.

6개월 뒤에 치매로 자식도 못 알아보던 할머니는 장남의 이름을 부르는 기적을 보였다. 그리고 할머니가 말을 하면서 형제들의 다툼과 갈등은 끝이 났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신경희(대전 P요양원, 전)원장은 "좋은 요양원은 어르신만 케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관계까지 케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 요양병원의 이야기도 소개하고자 한다.

밤에 잠들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침대 가드를 발로 차는 할아버지. 보통의 경우라면 수면제와 안정제를 처방했을 판이다.

하지만 간호사는 할아버지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살폈다. 뚜렷한 통증이나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야간 당직실로 모셨다. 밀린 업무를 해야 했지만 그녀는 할아버지의 손과 등을 어루만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이 지나니 할아버지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조용히 앉아 있기를 또 한 시간. 결국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확인한 간호사는 할아버지를 다시 침대로 모셔드렸다(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춘계학술세미나 사례 발표).

최근 요양병원, 요양원의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신체적 학대, 부실한 식사, 과도한 수면제 투여 등이 예사라고 한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자녀들은 불안해지고 혹시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좋은 요양원도 있다. 미꾸라지가 연못을 흐리는 것처럼 일부 시설들의 잘못된 행태가 전체 시설들을 매도하는 감이 없지 않아 씁쓸하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서울신문, 한국일보에서 노인전문기자로 일했으며, 2001년 일한문화교류기금으로 일본에서 개호보험제도를 공부했다.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살, 내가 준비하는 노후준비7' '은퇴후 희망설계333' '퇴근후 2시간'(공저)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등의 책을 썼다. 고용에서의 연령차별을 주제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요양보호사구인구직사이트 '조인케어'를 운영하고 있다. 5년 후 고령화율 18%인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와 개인의 삶. 복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