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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정상회담]밥상은 차렸는데, 먹을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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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제재로 러시아 지원 쉽지 않아…‘말의 잔치로 끝날 수도’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열리는 북러정상회담이어서 많은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및 중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할 것이고,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서의 존재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8년 만에 열리는 북러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큰 기대를 갖기에는 무리이고, 또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경제 협력 및 원조를 러시아로부터 얻어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유엔 경제제재 위반이라는 국제적인 이해관계를 해치면서까지 북한을 도울 의사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을 살펴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과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을 살펴본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러시아는 경제 협력, 문화 교류, 원조 등을 북한에 제공해온 주요 우방이었다. 북한에 핵제조 기술을 처음 제공했던 것도 러시아였다.

그러나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양국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이념적 고리가 약해지면서 서로 특별 대우와 지원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리고 일반적인 교역상대국으로서 북한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국가이다.

2000년 초부터 러시아가 점진적으로 서방 국가들과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북한과는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는데, ‘내 친구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오래된 논리에 기초해 러시아를 후원하는 몇몇 국가들을 우방으로 선택했다. 북러정상회담이 마지막으로 개최된 것은 8년 전인 2011년이었는데, 당시 대통령이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이 만났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관계가 밀접하다. 러시아의 항구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또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8천여 명의 북한 이주 노동자들이 러시아에서 노동을 해 벌어들인 중요한 임금을 북한에 송금하고 있다.

현재의 유엔 경제제재 규정에 따르면 이 이주노동자들은 올해 말까지 모두 귀국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

김정은 위원장은 뜻하지 않게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많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유엔의 경제제재 완화를 은근히 기대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당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물러서 있어야 했다. 따라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은 푸틴 대통령으로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러시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카이 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스카이 뉴스]

러시아의 개입은 위신과 평판에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던 간에 러시아는 적어도 어느 수준에서든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개입에 성공한다면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가 북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의미 있는 도움을 준다면 ‘금상첨화’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내고, 외국과의 무역을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은 제재 해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구에게든 손을 벌려야하는 처지다. 실질적인 외교적 진전에서부터 상징적인 외교적 협조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도움이 되는 것을 북한은 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고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강대국이 여전히 북한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다면 미국 및 중국과의 협상에서 추가적인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회담 결과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양국 간에 주요한 합의나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적인 인식과 앞으로 미국과의 회담에서 발휘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얻는 것 이외에 북한은 주로 경제에 관심이 있다.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북한 취재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러 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북한 취재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경제는 오랜 경제제재로 인해 매우 피폐해졌기 때문에 북한은 정상적인 무역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제재가 완화되기를 필사적으로 원하고 있다. 북한은 또 원조 형태로의 자금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둘 다 러시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많은 돈을 지원하기에는 매우 믿을 수 없고, 통제 불가능한 국가라는 것이 러시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많은 도움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경제도 크리미아 반도 사태 이후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북러정상회담은 미국과 한국을 향한 제스처의 성격도 가지고 있으며, 북한으로서는 북러정상회담이 국내용인 측면도 강하다. 즉, 북한 인민들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북러정상회담은 북한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풀이된다.

북러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묶여 있다. 따라서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그러한 제재를 위반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러시아는 사소한 제재 위반에 대해 눈을 감아주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왜냐하면 제재 위반은 러시아의 이해관계를 해치는 대신, 반대급부는 별로 없는 손해나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로서는 수출 상대국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러시아에서 필요로 하는 주요 상품을 생산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기껏해야 상징적인 약속은 있을 수 있겠지만, 행동 보다는 말이 더 많은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력을 원하겠지만, 러시아는 단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높이는 수준에서 정상회담이 끝날 수도 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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