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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세권 청년주택' 조례는 연장됐지만, 청년은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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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지난달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하나의 역세권에 하나 이상의 청년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지난달 28일자로 공포·시행했다. 개정조례의 주요 내용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대상 역이 서울시내 모든 역으로 확대된다. 당초 교차 역,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역, 폭 25m 도로에 위치한 역으로 사업지가 한정됐지만, 이 기준을 삭제해 서울시내 모든 역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가능하다.

조례 시행기간도 연장됐다. 역세권 청년주택 조례는 2016년 7월 13일 공포·시행 이후 3년 이내 사업승인 인·허가를 받은 사업에 대해서만 효력을 갖는다. 원 조례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올해 7월까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한부 사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과 시의 '공적임대주택 24만호 공급계획'을 추진하고, 역세권 청년주택 8만실 공급목표 달성을 위해 조례 시행기간을 2022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고,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주거면적의 100%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우선 공급하는 주거정책이다.

통계청의 '지난 20년 우리가 사는 집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은 2005년 34.0%, 2010년 36.3%, 2015년 37.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거빈곤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지하(반지하)·옥상(옥탑)거주 가구,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주택 이외에 사는 가구를 의미한다.

청년층의 주거빈곤 현실은 수치로 표현된 것 이상으로 가혹하다. 특히 생산활동을 막 시작하는 청년층은 금융기관의 도움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관협력 청년주택사업은 더욱 절실하다.

지난달 기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은 모두 30곳(▲공공임대 2천590실 ▲민간임대 1만300실), 사업인가가 진행 중인 곳 30곳(▲공공임대 2천101실 ▲민간임대 7천411실), 그리고 사업인가가 준비 중인 곳은 21곳(▲공공임대 1천735실 ▲민간임대 7천823실)으로, 전체 3만1천960실 규모이다.

시가 조례시행 기간을 3년 연장하고 서울시내 역세권 전역으로 사업지를 확대했지만, 역세권 청년주택 8만호 공급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다수 사업지가 사업인가 과정을 거치고 있고, 정작 착공에 돌입한 곳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사업지 선정, 용역선발 등의 과정을 거치며 시간이 필요한 것도 이유지만, 집값 하락과 주변 슬럼화를 우려하는 주민들과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실제 관악구 신림동, 마포구 창전동, 영등포구 당산동 청년임대주택 등 대다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주민들의 반대로 수 차례 홍역을 앓고, 관할구청과 시는 끊임없는 시위에 시달려야 했다.

관악구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경우 2017년 9월 지구단위계획과 지형도면이 고시됐다. 단지 규모는 지하 4층~지상 20층이다. 그러나 사업 고시 직후 인근 주민들은 관할구청인 관악구청과 사업지앞에서 시위에 돌입했다.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매일 아침 구청앞에서 확성기를 동원한 집회를 열었다.

시위 참가자들이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는 2~3층 주택 밀집지역에 20층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청년주택으로 인해 입주민이 늘어나면 교통 혼잡으로 불편함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 부지 바로 옆에는 2009년 12월 오픈한 지하8층~지상 15층 규모의 대형 쇼핑몰이 위치하고 있으며, 삼모스포렉스(13층), 두산위브센티움(22층), 르네상스 복합쇼핑몰(15층) 등 다수의 고층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또 청년주택 입주자격에는 '차량 미운행자(차량 미소유자)' 조건이 있기 때문에 청년주택 입주민들로 인해 차가 많아져 교통 혼잡이 생긴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건립 발표 이후 1년 넘게 이어졌다. 끊임없이 주민과의 불화에 시달린 이 사업은 결국 2021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올해 9월 착공에 돌입한다. 준공예정일은 사업이 공시된 지 5년여만으로, 이 마저도 계획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 관계자는 "관악구는 1~2인 가구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특히 청년층 비율이 높다"면서 "따라서 지난해만 이 지역에 수십개의 초고층 오피스텔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느 이어 "고가의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초고층 오피스텔 건립에는 아무말 하지 않으면서, 청년임대주택 건물 하나 짓는데는 반대하고 나서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만약 본인 자녀들이 거주난에 힘들어한다면 이렇게 큰소리 내며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주민이 자신들의 불편함을 관할 지자체에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체인 서울시와 지자체는 '슬럼화', '조망권 침해', '교통혼잡' 등의 우려가 실재하는지 명확히 주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지역주민과 청년주택 입주민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편의시설과 생활 인프라 확충 등의 방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역시 무조건 반대보다는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편히 쉴 곳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역세권 청년임대주책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서는 안된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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