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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의 백스크린]베테랑의 배부른 투정…실패한 FA 계약이 이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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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이용규(35, 한화 이글스) 사태로 프로야구가 개막도 하기 전에 시끄럽다.

프로 16년차 고참이 FA 계약서의 사인 잉크가 마르자마자 팀내 입지가 축소됐다며 트레이드를 요구한 것이다. 팀은 아랑곳 않고 오직 자기 자신만이 중요하다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게 야구계 안팎의 일치된 견해다.

이용규는 지난 겨울 한화와 2년간 보장금액 10억원에 계약했다. 성적에 따른 보너스와 3년째 구단 옵션을 포함하면 3년 최대 26억원 달한다.

팀내 베테랑을 후하게 대접하기로 유명한 한화다운 통큰 선물이었다. 이용규는 2016년을 끝으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다. 지난해 134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했지만 맞히는 능력 외의 수치는 내세울 게 없었다. 빠른 발을 이용해 도루 30개를 성공했지만 도루자가 11개나 됐다.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4할대를 오갔던 출루율도 3할7푼9리에 그쳤고, 원래 약점이었던 장타력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즌 총 안타 134개 가운데 16개(홈런·3루타 1개, 2루타 14개)가 전부였다.

 [사진=이영훈기자]
[사진=이영훈기자]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갈수록 효용성이 떨어지는 '단타 위주 외야수'에게 수십억을 투자할 구단은 요즘 없다. 옵션을 대폭 삽입했다지만 한화가 이용규와 맺은 계약은 어떤 면에선 '자선 사업'으로 여겨질 만큼 후한 대접이었다.

하지만 이용규는 시범경기가 한창인 최근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하면서 프로야구의 이슈를 한꺼번에 빨아들였다. 한화 구단의 설명과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위치에 놓이자 한화에서 뛰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한화는 이용규의 주포지션인 주전 중견수 자리에 또 다른 베테랑 정근우를 투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붙박이 1∼2번 타자였던 이용규를 9번타순으로 하향 배치할 뜻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의 기용과 배치는 전적으로 코칭스태프의 권한이다. 연봉만 300억원 가까이 받던 천하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2006년 포스트시즌에서 극도로 부진하자 8번타자로 강등되며 '에이트-로드'라는 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랬던 로드리게스도 구단의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 팀에서 뛰기 싫다'고 한 적은 없다.

같은 베테랑으로 이번 겨울 역시 한화에 방출을 요청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권혁과도 다르다. 권혁은 새 시즌 계약을 맺지도 않았고, 구단이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방출을 요구했다. 시기와 절차 모든 게 맞아떨어진 합리적인 진행과정이었다.

현실적으로 이용규를 트레이드로 원할 구단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직 한두 시즌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임창용이 새 팀을 구하지 못해 최근 은퇴했다. 최준석과 김진우도 불러주는 구단이 없어 이번 겨울을 호주에서 보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여러 베테랑들이 소리소문 없이 국내 야구판에서 자취를 감췄다.

구단들은 더이상 하향세가 뚜렷한 노장들을 원하지 않는다. 선수생활의 전성기에 있더라도 정도 이상의 거액을 FA에 투자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간 수없이 많았던 거액 FA 계약의 실패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FA계약 실패의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로 바로 한화의 이용규 영입이 꼽힌다.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그는 4년 67억원에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똑딱이에게 수십억이 말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꽤 컸지만 팀의 부흥을 간절히 원했던 한화는 과감하게 투자했다.

연평균 20억원 가까운 돈을 받은 이용규는 그러나 한화에서의 5년간 몸값에 크게 못미쳤다. 124경기에 나선 2015년 타율 3할4푼1리 출루율 4할2푼7리로 반짝 돋보였을 뿐이다. 타율 3할5푼2를 기록한 2016년에는 각종 부상으로 113경기 출장에 그쳤다. 급기야 4년 계약의 마지막해인 2017년에는 57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해 말로 예정된 2번째 FA를 1년 유보하기까지 해야 했다.

운동선수는 자의식이 강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누구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없다. 한국 선수들은 유난히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누구나 황당한 주장이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도 스스로는 합당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이번 이용규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팀이 전열을 정비하고 개막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3년 계약을 맺은 최고참급 선수가 이적을 요구했다. 팀 사정은 상관 없고 나만 중요하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요구라는 게 많은 야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화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요청에 3군 격인 육성군 강등으로 맞불을 놓았다. 사실상 트레이드 요청을 거부한 셈이다. '베테랑의 배부른 투정'이라는 세간의 빈축이 어떤 결말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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