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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소통과 융합으로 과기인 지지받는 과총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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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과총 차기 회장, '체질개선' 천명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계 대표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의 차기 회장으로 지난 달 27일 이우일 (65)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선출됐다. 이우일 차기 회장은 회장 출마 소견서에서 '소통과 융합'을 강조하며 '과총의 체질개선'을 천명했다.

아직 현 회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는 상태에서 '차기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언론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서울대학교 301동)에서 만났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책수립, 팩트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문화. 이게 참 갈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이우일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 부재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마침 그의 책상 위에는 최근 회자되고 있는 책 팩트풀니스(Factfulness, 한스 로슬링 지음)가 펼쳐져 있었다.

"이 책에 잘 쓰여 있지만 전세계적인 현상인 모양입니다. 팩트를 받아들이지 않고 팩트와 전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마저 늘어나고 있어요. 심각한 것은 그런 세태가 오피니언 리더들, 정책당국자들에까지 퍼져 있다는 거죠. 과학자들의 말을, 전문가들의 말을 듣지 않아요."

창 밖으로 관악산의 정취가 고즈넉하게 펼쳐져 있는 조용한 연구실 분위기에, 이제 정년 퇴임을 몇 달 남겨놓지 않은 노교수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그는 인터뷰 내내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이우일 교수에게는 아직 할 일도, 할 말도 많이 남아 있어 보인다.

이우일 차기 과총 회장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우일]
이우일 차기 과총 회장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우일]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정부가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못 믿는다는 것인가.

"며칠 전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 관련 정책 현안이 쌓였는데 자문회의에 의견을 물어온 적이 없다'고 쓴 소리를 하셨던데 내 생각도 똑같다. 염 교수의 말은 사실일 거다. 그런데 그게 이 정부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느 정부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과학기술자문회의나 과학기술혁신본부나 다 들러리로 생각한다. 조직을 만들어 놓고 쓰지를 않는다."

그런 현상이 왜 벌어진다고 생각하나.

"따져보면 결국 신뢰 문제다. 과학기술계가 대중과 너무 격리돼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일반인들이 뭘 알겠느냐는 태도를 보이면 결과적으로 과학기술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사실 과학교육의 실패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적 사고방식, 보편적 상식으로서 과학기술적 마인드가 국민소득 수준 만큼만 올라오면 정책 당국이 과학기술자들의 전문적인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거다."

과학기술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답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팩트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만들고 국민들이 팩트에 기반해서 판단하도록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탈원전 문제만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길로 갈 것인가,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다른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선택하는 문제다. 그런데 잘못된 데이터를 제시하면 안된다.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학계 내에도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데이터를 쌓고 서로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게 중요하다."

과총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렵더라도 해야 한다. 과학적 팩트를,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계속, 끈질기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신뢰감 있게 사회에 먹힐 수 있도록 소통과 융합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학문 간의 융합, 세대간의 소통에 집중할 생각이다."

신축 예정인 과총의 사이언스 플라자를 소통과 융합의 장으로 꾸미는 구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인문사회계가 교류하고, 젊은 층이 과총의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교육, 코딩교육을 통해 사이언스 플라자가 교류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

포럼 같은 행사도 젊은 과학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서 과총이 젊어지게 할 것이다. 총장 선거 두 번 치러보면서 신세대 방식의 홍보도 해보고,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다.(웃음)"

과학기술계 내에 과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하는 일 없이 뜯어 가기만 한다고 한다. 과학기술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업을 할 것이다. 가령 학술지 문제 같은 것이 있다. 우리나라가 엘스비어에 한 해 2천억쯤 쓰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매년 인상압박에 시달린다. 거대 학술지들의 부당한 횡포에 효율적으로 대처를 못하고 있는데 과총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콘트롤타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신다면.

"과기계가 이야기하는 콘트롤타워는 과기계를 전담해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콘트롤타워를 바라는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까 싶다.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바꿔봤지만 본질은 안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체제는 아닌 것 같다. 정보통신부는 사업을 하는 곳이고 과학기술은 진흥을 하는 곳인데 같이 있는 게 이상한 구조다. 개인적으로는 영국 모델이 좋은 것 같다. 초중등교육은 지자체로 보내고 대학교육, 산업부 일부, 과학기술을 합쳐서 혁신부로 만들거나 차라리 과기처로 바뀌더라도 독립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은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나.

"연구개발 예산의 포커스가 기업쪽으로, 산업쪽으로 돼 있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 정부주도 예산은 우선순위가 산업에 직접적인 도움보다는 공공적인 것에 두어야 한다. 공공연구로부터 저절로 산업에 파급효과가 일어나게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지역 등에 나눠주는 예산까지 R&D에 다 집어넣으니까 예산규모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DARPA 챌린지처럼 과감하게 공공연구 중심으로 방향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우일 교수는 내년 3월 3년간의 과총 회장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내 업적을 위해 조직을 만들거나 생색나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 표가 안나도 진짜 필요한 것, 기본적인 것을 통해 과총이 과기인에게 사랑 받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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