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도입' 합의 거부 한국당에 여야 4당 '격앙'
2019.03.11 오후 4:38
비례 폐지·의원수 10% 축소 주장, 12월 여야 5당 합의문 무색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선거제 개편의 최대 현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한국당은 지난 10일 현행 비례대표제 폐지, 의원수 10% 축소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합의한 한국당 포함 여야 5당의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여야 4당과의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안건지정)'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발표된 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제 개혁안이 아니라 개혁을 훼방놓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약속파기 행위를 덮으려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목표로 한 단식 농성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손 대표가 언급한 약속은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합의문을 일컫는다. 손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정부의 2019년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 열흘가량 단식 농성을 이어갔다.

그 결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위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원칙 아래 비례대표 확대, 지역구·비례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 구체적 내용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내에서 합의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의 요구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한국당의 방안을 두고 "선거제 개혁에 대한 답안지를 제출하라는 주문에 되레 답안지를 북북 찢고 선거제 개혁에 대한 국회의 그간 노력을 조롱한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개혁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열차가 이번주 중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여야 5당 합의 당시 선거법 개정안 처리 시한은 올해 1월말이었다. 이미 1개월 이상 초과된 시점이다.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의 각 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안을 우선 확정해달라는 주문에 따라 바른미래, 민주평화, 정의당은 의원수 10% 증원,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2:1로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 의원총회에서 공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권역 단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 비율은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의석수는 현행 유지다. 이번 3월 국회 들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자체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상임위 내 한국당의 반대를 우회하도록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개정,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당이 여기에 대해 "의원 총사퇴"를 거론하며 반발한 후 뒤늦게 자체 선거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해당 방안을 발표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윗도리는 한복, 아랫도리는 양복을 입는 것과 다름 없는 것. 내각제 개헌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의 대상이 되는 법안과 구체적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상하고, 조속한 협상을 통해 단일안을 마련해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것은 법안 처리 시작 단계일 뿐, 선거제도 개편 합의를 위한 여야 협상을 본격적으로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야 3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