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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재진 들러리 세운 그들만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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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최근 한 뮤지컬 제작발표회 취재를 갔다가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한 방송사 아나운서는 시작부터 기자들을 향해 “홍보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거듭 내뱉었고 심지어 제목까지 뽑아가며 일방의 기사작성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노트북·카메라·캠코더 등 각자의 취재도구에 손을 올리고 있어 박수를 칠 수 없는 취재진들에게 행사를 준비한 이들의 노력을 강조하며 박수를 강요했다.

간혹 경험이 부족한 진행자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 같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부 기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당사자에게 취재진의 입장을 얘기하며 호응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을 설명한다. 문제는 자칭 국내 최고 뮤지컬 기획사가 주최하고 몇 년째 수많은 작품을 맡아온 마케팅 대행사가 주관하는 공연의 제작발표회였다는 것이다.

과연 아나운서의 실수 또는 과욕이었을까? 최근 2년가량 사회부에서만 있으며 공무원들을 상대해오다보니 혹시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지 잠시 객관화도 시켜봤다. 하지만 역시나 그날 제작발표 과정은 무례했다. 영상기자들에게 영상을 올릴 때 넘버를 한곡 한곡 잘라서 올려달라고, 그게 홍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행사 처음과 끝 두 번이나 강조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나운서가, 끝엔 홍보 담당자가 노골적으로 이 같이 말했다. 불편하고 또 불편했다.

며칠 전 타 매체 선배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는 한 뮤지컬 프레스콜에서 화가 났던 경험을 얘기했다. 진행을 맡은 홍보 담당자가 본인이 준비해 온 질문들로 질의응답 시간을 모두 채우고 기자들에게 질문 1~2개만 받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하는 선배가 그들만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듣다 진이 빠져 그날은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질문을 준비한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그 프레스콜을 준비한 곳은 앞서 언급한 제작발표회를 준비한 곳과 같은 주관사다.

‘작품과 캐스팅을 소개하는 자리에 꼭 참석해 자리를 빛내달라’는 안내문을 받고 기분 좋게 향한 현장이었다. 새롭게 올라가는 공연에 대한 기대도 컸고, 작품을 준비하는 제작진·배우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는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들여다봐야 비판을 할지 소개를 할지 보이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 홍보였겠지만 그 의도를 고스란히 말로 뱉는 것은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출연해도 그것을 내세워 선을 넘으면 안된다. 애써 준비한 많은 것들이 퇴색되지 않게 사소한 배려와 기본적인 존중이 오갈 때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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