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의'에 거침없는 '소피커'의 시대
2019.02.09 오전 10:00
所/小+Speaker…공동체 질서의 발전적 해체일까, 포장된 개인주의일까
[아이뉴스24 이솜이 기자]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키워드는 많다. 그 만큼 사회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다. 그중 '소피커'가 특히 눈길을 끈다. '나의 정의' 혹은 '나의 가치'를 거침없이 말하는 그들이 지향하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1. 미혼인 홍진영(28·가명)씨는 벌써부터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을 자처한다. 홍 씨는 결혼과 출산은 여전히 분리가 어려운 사안이고 또 자식을 둬야 이후의 삶이 적적하지 않다는 주위의 숱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는다.

그는 "출산과 양육에 뒤따를 일들은 전적으로 내가 책임질 문제"라면서 "결혼해서도 딩크족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내 소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가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고 강조했다.

소피커가 되려면 '나'를 세밀히 관찰하는 시간은 필수다. [사진=Pixabay]
#2. 이지연(28)씨의 소신은 '나를 위해 살자'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이 씨는 이제 '비혼'을 저울질한다.

그는 "갈수록 불안정한 사회에서 내 가족을 꾸려 부양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스스로가 바로 서고 내 생활에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나'를 들여다볼 시간이 많아졌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도 좋다는 결론을 내린 다음부터는 이런 소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 송준호(32·가명)씨는 '내 기준대로 산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송 씨는 "누군가가 내 나름의 기준을 넘어서면 가차 없는 편인데 이를테면 기본 예의를 간과하는 사람들은 상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내 생각에 어떤 이들도 야유나 질타를 보낼 자격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에게도 지난한 취업 준비 과정은 스스로의 신념을 다잡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송 씨는 "구직이란 '나'를 판매하는 과정이라고 한 어떤 강사의 말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주관을 정립하게 됐는데 자연스레 내 소신을 숨길 필요 역시 사라졌다"고 전했다.

소피커는 자신의 소신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람이다. [사진=Pixabay]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2019년 밀레니얼 세대(1985~2004년 출생)와 Z세대(1995~2004년 출생)의 트렌드 키워드로 '소피커(所/小+Speaker의 합성어)'를 꼽았다.

소피커는 '자신의 소신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사람'을 뜻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과거에는 소신이 보편적인 정의 혹은 대의와 관련이 깊었다면 이들 세대에게 소신이란 곧 '나의 정의'로 통한다. 아무리 작은 사안일지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스스럼없이 전하는 이들이 곧 소피커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가 확대되면서 소피커처럼 이들이 스스로를 잘 알게 돼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 책임연구원은 젊은 세대가 각자의 정체성을 표출하고자 하는 사회적 현상과 '소피커 트렌드'가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바라봤다.

또한 이 책임연구원은 "젊은층이 개인에 치중된 이슈를 토대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기존의 관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이런 모습은) 세대가 바뀌고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면서 생겨난 과도기적 양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그 여파로 문화가 변화하는 수준에 이른 건 맞다"고 전했다.

다만 설 교수는 "이를테면 젊은 층이 직장 상사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여기더라도 대개 이를 거부하지는 않듯이 '말'에는 일종의 권력관계가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소피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사회와 세대가 바뀌었다 할지라도 젊은 층이 기존 사회 구조나 질서로부터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설 교수의 진단이다.

/이솜이 기자 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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