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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책임한 식약처, 이슈에 묻힐 권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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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식품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양유업 '곰팡이 주스', 오뚜기 '장갑 라면' 등 이물질 혼입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남양유업과 오뚜기는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으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이를 보며 남몰래 웃는 곳이 있다. 바로 식약처다.

식약처는 2013년 3월 말 보건복지부 소속 외청에서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승격하며 권한이 강화되고,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부처로 승격된 후 식약처가 보여준 행정절차상 처리는 여전히 '식약청' 시절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터진 대상 '런천미트' 대장균 검출 논란이 대표적이다.

식약처가 지난해 10월 '식품안전나라'에 대상이 생산·판매하는 캔햄 '런천미트'에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공지한 후 대상은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대상은 일단 사과문과 함께 통조림 햄 전 제품에 대해 생산·판매 중단과 함께 환불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나 대상은 생산 과정에서 세균이 검출될 수 없는 환경임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 역시 "멸균 과정에서 대장균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대상은 외부 기관을 통해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나 몰라라'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다. 재검사를 진행한 후 "대상 캔햄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런천미트'를 검사한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또 대장균이 발견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앞으로도 명확한 원인 규명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답한 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식약처의 포털 식품안전나라에 올라왔던 런천미트 '세균발육 부적합 판정' 게시글도 현재 삭제된 상태다.

대상은 이번 '런천미트' 사태로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캔햄 전 제품에 대한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고, 캔햄 제품 19만5천 개를 환불해줬다. 또 공장 중단에 따른 유휴 인력 인건비를 비롯해 택배운반비, 폐기비용 등으로 손실이 하루에 수십억 원씩 발생했다. 대상의 이미지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대상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1일 '런천미트' 실험을 진행한 충남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식약처는 식품에 대한 검사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전국 각지의 검사기관을 지정해 위탁하고 있다.

대상은 자체 점검과 공인 검사기관 시험 결과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해 12월부터 캔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재개했다. 하지만 한 번 나빠진 이미지는 회복하지 못해 사태 발생 후 3달이 지났지만 생산과 판매량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런천미트'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 과정에서 식약처와 이를 검사한 기관의 실수에 따른 피해를 대상이 오롯이 혼자 짊어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식약처는 자신들이 지정한 위탁 검사기관이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지금도 그 어떤 사과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식품 위생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과 해결책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은 채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성급한 식약처의 발표로 한 기업은 멍들고, 소비자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식약처는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지도 않았다. 그저 또 다른 먹거리 이물질 이슈가 터져 나와 자신들의 과오가 하루 빨리 묻히기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얼마 전 지인을 만났을 때 '정부의 공무원 채용 확대 방침'을 두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는 "공무원들은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있는 동안 책임지지 않으려고 애쓰다 결국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한다"며 "공무원을 계속 뽑을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공무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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