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쓰오일, 오로지 '아람코'서 원유수입…작년 3천억 손해
2019.01.28 오전 6:00
3분기 누적 순이익 절반이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빠져나가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해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 나섰지만, 정작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에만 의존하다가 최대 3천억원 가까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이익 중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아시아에 출하한 경질유 공식판매가격(OSP, Official Selling Price)을 지난해 3분기 2.0달러($/bbl), 2분기 1.4달러($/bbl) 1분기 1.7달러($/bbl)로 각각 설정했다. OSP는 산유국이 원유를 판매할 때 시장 가격에 비해 일정 가격을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지표다.



사우디는 원유가격을 두바이-오만유 현물시장 가격 평균에 OSP를 할인 또는 할증을 적용해 최종 판매가를 결정한다. 지난해 사우디는 아시아향 OSP를 지난 2017년(-0.1 달러)과 비교해 무려 1.7달러까지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아시아시장에 막대한 '덤터기'를 씌웠다.


사우디가 OSP를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아람코의 기업공개(IPO)을 의식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기업공개 전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의 OSP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손쉽게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원유수입 금지 조치도 한 몫했다. 미국 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 중국, 인도 등에 이란산 원유 수입중단을 요구하면서 결국 사우디는 막대한 경쟁자가 사라졌다. 사우디는 이 기회를 포착하고 OSP를 대폭 끌어올렸다.

결국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거래를 맺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최대 국영 석유업체인 시노펙(Sinopec)은 사우디의 OSP 인상에 반발하며 사우디산 원유를 최대 40%까지 줄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시아 프리미엄 직격탄…업계 "수입처 다변화, 필수"

국내 정유사들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해서 낮춰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지난 2004년 이후 14년만에 70%대로 떨어졌다. SK에너지는 약 10여개국,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0여개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 공급선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오스만 알감디 에쓰오일 CEO


하지만 에쓰오일은 상황이 다르다. 원유전량을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도입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아람코의 자회사 AOC(Aramco Overseas Company B.V)다. AOC는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도입해 가공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9월 기준 최상위 지배기업인 아람코와의 거래에서 원유 매입과 관련, 총 13조1천992억원의 매입액이 있다고 신고했다. 또, 원유 평균 도입가격은 FOB 선적 기준 작년 1분기 65.68달러($/bbl), 2분기 74.36달러, 3분기 77.43달러라고 밝혔다.

FOB는 제품가에다 내륙운송비, 수출항구 선적비까지만 포함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내륙운송비 및 수출항구 선적비용을 평균 배럴당 1달러로 측정한다. 24일 환율(1천129.50원)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사우디 원유 1억6천356만 배럴을 수입, 이에 OSP로 총 3천44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수입처 다변화를 하지 못한 에쓰오일은 '아시아 프리미엄' 값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5천804억원)의 절반가량을 지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안정성을 위해서는 수입 다변화가 필수적임에도 에쓰오일은 지배구조 탓에 수입선을 단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장기 원유 도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계약이 가능해졌다"며 "원유도입 평균 가격에는 다양한 부문의 비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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