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제재 완화 후 북한 경제의 진로는
2019.01.18 오후 6:04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높아지는 유엔 제재 완화 기대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예상은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완화일 것이다. 제재 완화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 조치’로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수없이 강조해 온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말부터 핵전력 완성을 주장하면서 일체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탈피해 경제 개발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 후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한 정상회담이 계속해서 열렸다. 그 과정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무려 4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주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로 열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계기로 북미 비핵화 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유엔의 경제제재 완화일 것이다.

북한 경제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유엔 제재이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로 인해 남북 경협도 한 치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미국으로 부른 것은 그동안 벌여온 막후 접촉에서 일정한 접점이 찾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접점은 북한 측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와 미국 측이 요구하는 비핵화 진전이 부분적으로 나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은 어떤 경제 정책을 표방할 것인가가 앞으로 북한의 운명을 좌우하는 좌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남북 경협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베이징 방문 시 중국 전통 의약품을 파는 동인당을 방문하고 견학했다. 의약품 제조 과정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 질문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김 위원장은 그 이전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과 다롄을 방문했을 때도 산업 단지와 공장 등을 방문했다. 북한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파이낸셜 타임스 캡처]


지난해 11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하노이를 방문했다. 북한의 경직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베트남과 같은 성공적인 경제 개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리외무상은 베트남 정부 관리들을 만나 지난 1986년부터 시작된 ‘도이 모이’(개혁)가 어떻게 베트남을 빈곤과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최고의 제조·무역 국가로 거듭나게 했는가에 대해 학습했다.


하노이 외교관들과 지역 언론들은 리 외무상이 산업 단지를 방문해 외국 기업에 제공하는 세금 우대 조치와 규제 해제 조치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고 전했다. 베트남 외교부의 레 투 항 대변인은 “베트남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공유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베트남은 교사와 학생으로서의 역할이 구분이 뚜렷한데,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종종 말해왔다. 지난해 4월 남북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을 특별히 언급한 바가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 7월 하노이에서 가진 북한과의 회담에서 한 때 미국과 전쟁을 벌였던 베트남이 이제는 수십억 달러 상당의 직접 투자와 무역을 하는 파트너로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기적이 이제는 당신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발언한 바 있다.

베트남 경제는 연률 7%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빠른 속도다. 한국의 삼성 그룹이 주도하는 외국 투자는 기록적인 수출을 가능케 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과 심지어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미중무역전쟁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한편 북한 경제는 2017년 실시한 수차례의 핵실험과 대류간탄도탄(ICBM)의 발사로 인해 국제사회의 종합적인 제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북한의 경제는 2017년 유엔 제재로 인해 90%의 수출이 막히면서 마이너스 4~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후 제한적인 경제 개혁을 조용히 실천해 왔다. 그 가운데는 사람들이 농업과 산업 분야에 종사하면서 개인적인 수입을 얻도록 하는 조치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타고 북한의 정치적인 발언도 경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의 경제 전문가들은 1980년대의 베트남과 지금의 북한이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도이 모이를 시작할 때 베트남 군대는 여전히 캄보디아에 주둔하고 있었으며, 중국 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로부터도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었다. 따라서 국제 사회의 시장과 금융 기관에의 접근이 극히 제한돼 있었다.

베트남 정부의 경제 고문인 팜 치 란 경제전문가는 “베트남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은 베트남이 매우 어려운 경제 환경에 처해 있음을 인식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개혁만이 경제를 붕괴에서 구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북한처럼 농업의 비중이 컸던 베트남은 농부들이 자신의 농작물을 경작하고 시장에 직접 내다 팔아 수익을 얻도록 하는 개혁부터 시작했다. 1988년까지 베트남은 농산물 수입국가에서 수출 국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베트남은 이어 외국 무역과 투자에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압도적인 숫자의 국영 기업들을 민영화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의 경제학자들은 같은 방법으로 북한이 경제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선임 경제학자는 “베트남의 개혁이 국영 기업의 민영화, 외국 투자 규제 완화, 수출 부양책을 추진했다”며 “북한은 외국 직접 투자를 받기 전에 훨씬 더 많은 개혁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미국과의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고립이 20년에 지나지 않지만 북한은 무려 60년이나 계속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베트남 모델 도입이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베트남의 한 경제학자는 “북한이 다른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베트남에 관심을 갖고 있다”라며 “유럽 중부 국가들은 경제개혁을 이루기 전에 붕괴되거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베트남의 경제학자는 “북한이 성공하기를 원하면 교육과 정치 분야를 포함하는 개혁도 동시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모델은 북한이 연구하고 있는 유일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중국 정부도 정치 자유화 없이 경제 개혁을 이룩한 자신들의 모델을 북한이 따라와 달라는 희망을 피력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해 중국관영 매체가 “북한이 개혁과 개방에서 중국의 경험을 배우기 원한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