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다큐-사람이 좋다' 정호근, 아이들을 위한 두번째 인생 '감동'
2019.01.08 오후 8:00
연기자에서 무속인으로 변신 최고의 아빠 향한 최선의 노력
[아이뉴스24 박명진 기자]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라는 것. 내가 이렇게 한복을 입고, 방울을 흔들고, 부채를 펴며 어떤 영적인 기운을 느끼며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리라고 생각을 해봤겠습니까? 천직 또한 내가 정말 이거 아니면 안 된다, 라는 일도 이렇게 인생을 통해서 바뀔 수 있다는 거예요."

연기자에서 무속인으로 변신한 배우 정호근의 말이다.

8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정호근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정호근(56)은 지난 1983년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데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같은 연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그가 연기하는 악역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극을 현실로 착각하게 만들 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악독한 일본인 형사와 비열한 의사, 사채업자 등 정호근은 어떤 역할이든 완벽하게 소화하는 명품 배우였다.


그랬던 정호근이 돌연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된 것은 지난 2015년. 사실 정호근에게 있어 무속 신앙은 낯선 대상이 아니었다. 유명한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정호근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무속 신앙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스로 무속인의 삶을 선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첫째 딸과 막내아들을 잃는 슬픔 속에서도 꿋꿋이 버텼지만 그는 결국 운명이라 생각하고 내림굿을 받았다. 그 결정적 이유는 바로 가족. 자신에게 가해지는 무병은 견딜 수있으나 가족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두 번째 인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 두 아이를 잃은 슬픔. 19년 기러기 아빠 생활에 얽힌 사연은?

정호근은 16년째 기러기 아빠다. 아내와 세 아이는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 매일 미국에 사는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엔 아픈 이유가 있다. 큰딸 유진과 막내아들 제임스를 모두 일찍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큰딸은 아내의 임신중독증으로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고혈압으로 27개월 만에 세상을 떴고, 뒤이어 낳은 쌍둥이도 미숙아로 태어났다. 첫째 딸을 잃은 뒤 그는 좀 더 나은 의료시설의 도움을 받고자 미국행을 택했으나 쌍둥이 중 아들이었던 제임스 또한 3일 만에 잃게 된 것이다. 자식을 둘이나 앞세우며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는 정호근. 그는 무속인이 된 뒤 처음으로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에 막내 제임스의 묘소를 찾는다. 지금까지 겪어야 했던 모든 우여곡절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정호근과 가족들. 배우 아버지에서 무속인 아버지가 되어 나타났지만 그의 세 아이들, 동섭(21. 의대 1학년), 혜지(20. 치의대 합격), 수원(16. 고1)은 원망을 접고 아버지의 선택을 응원하고 나선다.

그의 아내 장윤선(51) 씨는 "'난 못 하겠다, 당신하고 못 살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이혼할래" 이런 말도 했었어요. 참 많은 충격이었어요, 정말로.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둘이나 잃었고 또 소중한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한다는데 어느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때부터 저는 아무 의심도 없어요. 그냥 서포트죠"라고 말한다.

큰아들 정동섭(21) 씨는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주변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문화적으로 되게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제 가족에게도 오니까. 사실 처음에는 원망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그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을 한 명씩 도와주시고 조언을 주시고 각각의 인생을 더 나아가게 도와주신다는 게 되게 아름다운 직업이다, 멋지다 생각했어요"라고 응원한다.

◆ 변함없는 믿음을 준 가족. 최고의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

정호근에게 있어 가족은 항상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무속인의 길을 걷겠다는 갑작스러운 선언에도 가족들은 변함없이 정호근을 믿어주었다. 처음에는 가족들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원망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정호근의 생각을 존중하고 응원해주었다. 지금 아이들에게 정호근은 존경하는 아버지이자, 인생의 롤 모델이다. 막내딸 수원은 정호근을 ‘슈퍼 히어로’라고 부른다.
정호근은 1년에 단 한 차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이들을 위해 손수 식사를 차리고 함께 해변을 산책한다. 아들 동섭의 바이올린, 둘째 딸 혜지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른다.
탤런트에서 무속인으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는 정호근. 때로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생활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한편, MBC '휴먼 다큐-사람이 좋다'는 매주 화요일 밤 8시 55분에 방송된다.

/박명진기자 pm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