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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가 '女風', 돌풍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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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여성이지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2곳에 합격한 신입사원 A씨는 유통 대기업 입사를 결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수백 대 일의 경쟁에서 살아남자마자 또다시 생존을 걱정하는 현실이 슬펐지만, 일견 타당한 선택 같았다. 올해 유통업계 정기 인사에 부는 '여풍(女風)'을 보면 A씨의 생각이 옳았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도 CJ·롯데·신세계 등 유통 그룹들은 여성 인재 중용에 앞장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CJ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한 식품마케팅본부장 바이오(BIO) 기술연구소장을 나란히 부사장 대우로 승진 임명했다. CJ에서 여성 직원이 부사장 직급으로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승진 임원은 총 10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한 롯데도 여성 인재 육성에 나섰다. 올해는 10명의 신규 여성 임원을 배출해 그룹 내 여성 임원이 36명이 됐다. 2012년 롯데가 처음으로 배출한 여성 임원이 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12배로 성장한 셈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그룹도 9명의 여성 인재를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임원 포스트인 담당으로 승진 발령했다. 아마 A씨도 이런 사례를 보고 먼 미래를 꿈꿨을 테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유통 부문은 여성 인재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주요 소비층이 여성이다 보니 여성 임직원의 시각과 감수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 중 현대백화점(여성 임원 비중 9.5%)과 신세계(7.9%) CJ(7.5%)가 나란히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 톱3에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선 유통업계 여성 임원 중용이 '보여주기'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여성 임원들이 오래 회사에 남지 못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CEO스코어가 2014년 9월 말~2018년 9월 말 퇴임한 여성 임원의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현대백화점은 3.1년, 신세계는 2.9년, CJ는 2.8년으로 평균(3.3년)보다 짧았다. 통상 임원 임기가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연임에 성공한 임원 수가 매우 적은 셈이다.

여성의 시각이 중요한 유통 업계에서조차 여성 CEO가 적은 점도 아쉽다. 2016년 10월 유통업계 첫 여성 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이후 배출된 여성 CEO는 선우영 롭스 대표뿐이다. 올해는 유리천장을 깬 사례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또 여성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요직에 선임되는 사례도 드물다.

일각에선 여성 임원을 두고 "여성이어서 혜택 받았다"고 폄하한다. 그러나 출산·육아 부담으로 떠밀리듯 직장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여성을 반추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끝내 살아남은 이들이 정말 특혜를 받은건지 의문이다. 또 이들이 수많은 여성 신입 인재들의 귀감과 동력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차원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양적 증가가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여성도 역량에 따라 임원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일부가 제기하는 역차별 논란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그 선봉장에 유통업계가 서 있다. 남녀 간 격차가 비교적 적은 유통업계에서라도 여성 임원 발탁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내년 연말 인사에는 더 많은 여성 CEO와 임원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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