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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비극을 껴안은 강형철의 언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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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강형철은 꾸준하다. 그리고 일관적이다. '과속스캔들'(2008)을 시작으로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 '스윙키즈'(2018)까지 그가 3~4년을 주기로 성실히 내놓은 영화들의 사이에는 어떤 경향성이 있다. 관용, 그리고 건강한 유머다.

자신도 몰랐던 딸과 손자의 존재를 알게 된 유명 배우('과속스캔들'), 우연한 계기로 학창시절의 추억과 조우하게 된 주부('써니'), 천부적 재주를 타고났지만 한계들을 마주하게 되는 타짜 청년('타짜-신의 손'), 흉내내선 안 될 '미제 춤'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소년('스윙키즈')까지, 그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속내는 대개 쉽게 읽히지만 시시하지 않다. 때로 위악적일지라도 기꺼이 그 분투의 속사정을 궁금케 한다. 파이의 결처럼 겹겹이 쌓인 유머는 썩 유쾌하지 않은 상황 속의 인물들에게서도 기어이 인간미를 채굴해낸다.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 제작 ㈜안나푸르나필름)도 다르지 않다. 매체 속 재현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종종 생경한 한국전쟁 시기가 영화의 배경이다.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감독은 비극의 역사를 무대로 활용한다. 음악은 장단조를 오간다. 길고 짧은 음표들이 어우러지고 인물들은 춤을 춘다. 신명나는 흥분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비극도 모두 그 안에 있다. 관조하던 관객들은 결국 그 안으로 뛰어들어가 뒤를 돌아본다. 사랑스러운 캐릭터, 발을 구르게 하는 몸짓에 홀린 관객들은 어느덧 비극과 희망의 언어가 교차하는 이 이야기를 공동체의 역사로 끌어안게 된다.

강형철 감독이 말하는 '스윙키즈'는 "춤으로 시작해 결국 춤으로 끝을 맺는" 영화다. 처음으로 역사적 비극 소재로 영화를 만든 그는 "역사와 관련된 영화는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며 "다시 이런 전쟁이 벌어지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내 주변의 사람들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지난 19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이하 강형철 감독과 일문일답

(이하 인터뷰 내용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가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뒤 엔딩에 얽힌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예상 밖이라는 반응도,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는 반응도 있더라.

"주구장창 호흡을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고 안타깝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충격이 가야만 하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스윙키즈'는 전쟁영화이지 않나. 실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사와 관련된 영화는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시 이런 식으로 어이없는 전쟁이 나고,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내 주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나 역시 관객으로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여운을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극장의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좋아한다. 이 영화에 관객이 그렇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스윙키즈'를 '전쟁 영화'로 생각했느냐, '춤 영화'로 생각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결국 춤으로 끝을 맺는다. 두 시간 짜리 영화로 역사를 보여주는 셈인데 그 안에서 기억되고 살아남는 자는 결국 스윙키즈다. 역사 안에서 사랑받는 이들은 그 어떤 다른 인물들이 아닌 그들이라는 뜻이다. 춤으로 행복해지려 했고 실제로 그 꿈을 이룬 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에필로그와 엔딩까지 모두 봐야 '스윙키즈'라는 영화를 완벽히 본 것이다."

-결말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해진 것이었나?

"나는 편집이나 중간 작업 단계에서 영화를 바꿔버리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무엇 하나가 틀어지면 모두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로기수'라는 뮤지컬을 접한 뒤 영화의 엔딩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극장을 나서는 관객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잔향을 가지고 나서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엔딩크레딧까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스윙키즈'는 '예상 밖'의 결말을 내놓는 영화다. 하지만 '예상 가능'한 결말들의 경우 역설적으로 그간 많은 경험치를 통해 오락성이 검증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것을 외면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법하다.

"우리가 '검증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조차 어떤 시대의 실험과 진화를 통해 얻어낸 것이다. 매체를 보는 시선도 바뀌고, 새로운 것을 보길 원하는 마음들이 생긴다. 때로 익숙치 않은 것은 외면받기도 하고, 이후에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런 실험이 없이 기존의 것들만을 답습한다면 영화라는 매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크고 작은 실험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기수 역 도경수는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연기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무에 능한 아이돌이라는 점까지, 그에 꼭 맞는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던데.

"도경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수의 안무를 피아노에 비유한다면 탭댄스는 드럼인 셈이었다. 전혀 다른 장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배어있는 프로의 모습으로 로기수 역을 잘 소화해줬다."

-여타 인터뷰나 후일담을 통해 도경수라는 배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도경수를 알고 나서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도경수가 엄청난 스타라는 사실을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끼리는 못 느끼곤 한다. 도경수는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의 사랑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스타니까 벽이 생길 수도 있는데, 도경수가 아침에 현장에 출근하면 마치 동생이 온듯 다들 함께 스스럼 없이 함께 간식을 까먹으며 농담을 하곤 했다. 하루 하루를 잘 보냈고, 모두에게 사랑받았다. 태도가 너무 좋았다.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팬들은 스타를 닮아간다고, 도경수의 팬들까지 매너가 좋은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더라."

-강형철은 휴먼드라마에 확실한 강점을 가진 감독이지만 그 틀 안에서 크고 작은 변화와 실험들을 거쳐왔다. 전작들이 흥행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여러 실험과 도전이 있었다. 이번엔 춤 영화를 처음 해 봤고, 플롯과 편집 면에서도 실험이 있었다. (부담감에 대해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떨 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전작의 흥행과 관련한 부담은 하나도 없다.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지 않나. 나의 곁에서 압박감을 함께 짊어져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첫 영화부터 함께 해 온 스태프들, 편집기사와 음악감독 등이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아닐까 싶다.

휴먼드라마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장르지만, 늘 같은 장르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가는 '셀프 도태'될 것 같다. 영화라는 분야 안에서의 역마살이랄까. 어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고 그런 것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장르에서든 유머의 화법은 꼭 가져가고 싶다. 무언가를 심각하게 이야기하며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평소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농담을 섞어가며 해도 외려 전달이 잘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장르가 무엇이든 영화에서도 그런 언어를 쓰고 싶다."

-아예 다른 장르를 연출하는 강형철을 기대해도 될까. 멜로라든지.

"내가 멜로를 만들면 재미 없을 것이다. 보지 말라.(웃음) 우선 호러 영화를 만들 일은 없다. 무서워서 보는 것조차 싫어하기 때문이다. 스릴러는 재밌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스윙키즈'의 가장 큰 미덕으로 여성 인물(양판래, 박혜수 분)의 재현을 빼놓을 수 없다. 전작들에서도 느껴 온 바지만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강형철의 여성관은 매우 건강하다. 어떤 영향을 받으며 자랐을지 궁금했다.

"내 주변의 여성들은 모두 주체적이었다. 키워주신 할머니도 그랬다. 엄마와 누나도 일하는 여성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 일을 할 때도 우리 현장의 여성들은 그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스스로 노력해 쟁취하고 살아나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 있었으니 특별히 여성이라 해서 젠더 프레임 안에서만 바라볼 일은 없었다. 한 명의 주체적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외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분쟁에 대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양판래 같았기 때문이다."

-양판래 역의 박혜수 역시 '스윙키즈'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너무 잘 해냈다. 배역에 딱 맞춰서 잘 연기해냈다고 생각한다. 양판래는 남성들이 일으킨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 삶을 책임져야 하는 여성이었다. 응원하고 싶었다. 박혜수는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고 여전히 인파 속에서 머쓱해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멋진 여성이다. 배역이 주인을 잘 만났다 생각했다."

-자신의 몸 몇 배는 되어 보이는 짐이 올려진 지게를 지고, 집을 찾아온 잭슨을 맞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양판래라는 인물이 수용소 밖에선 어떤 일상을 살까 생각했다. 추수할 때 최대한 많이 (볏짚을) 가져와 새끼를 꽈서 사용했을텐데, 자본이 적으니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쟁취해야만 했던 그 당시 인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판래의 억척스러움이 귀엽게 묘사되길 바랐다."

-중반부 영화의 정서를 반전시키는 광국 역 이다윗의 연기도 인상적이더라. 자칫 영화의 결에 녹아들지 못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는 배역이었다. 감독의 디렉션도, 배우의 고민도 남달랐을 것 같다.

"플롯 장치의 실험이었던 셈이다. 영화가 반으로 잘린듯 갑자기 다른 영화가 나오니 관객은 당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념의 대립은 해방 후 갑작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나. 갑자기 나라가 반으로 갈리고 서로 총구를 겨누고 전쟁을 일으켰다. 그런 갑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광국이 극에 갑자기 들어오면서 이를 받아들이기 버거운 감정이 들었다면, 우리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이념 대립 역시 그렇게 온 것이 아니었을까? 전반부에 등장한 재밌는 장면들에 한창 몰입했지만 잠깐 정신을 차리면 그 곳은 수용소 안이었고, 전쟁통이었던 거다. 행복과 즐거움이 살얼음판 위에 존재했던 셈이다.

이다윗은 소년의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발성과 연기력이 언제든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 폭발될 수 있는 배우다. 연기력과 캐릭터가 맞닿아 있었다. 수용소에 첫 등장해 기수에게 안겨 엉엉 울 땐 소년 같길 바랐다. 하지만 곧 초콜렛을 보며 분노하는 장면에선 활화산처럼 감정을 터뜨려주길 바랐다. 광국 역시 피해자다. 그가 과연 이념이 무엇인지 알고 그런 행동들을 했을까? 이념 대립 속 망가져버린 인생에 대한 분노와 복수가 아니었을까? 이다윗에게 '광국은 악역이 아니'라는 말은 해 줬다. '너도 피해자'라고 이야기해줬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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