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위스키 업계, 高성장 '싱글몰트' 공략 본격화
2018.12.14 오후 5:38
젊은 층 소비 늘며 싱글몰트 출고량 급증…제품·마케팅 경쟁 활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직장인 정혜림(31) 씨는 최근 싱글몰트 위스키에 푹 빠져 종종 한남오거리 인근에 있는 위스키 바 탐방에 나선다. '와이낫', '푸시풋살룬', '마이너스' 등 이 지역 내 유명 위스키 바를 종종 찾는다는 정 씨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주변 친구들이 많아 호기심에 들렀다가 위스키 바를 좋아하게 됐다"며 "시끄러운 분위기에서 소맥을 마시는 것보다 조용한 곳에서 위스키 1~2잔을 마시며 얘기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잔에 2만~3만 원 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관련 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이를 판매하고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10년 전만해도 눈에 띄지 않던 싱글몰트 위스키 바는 현재 250여 곳이 넘는다.





14일 한국 위스키 협회에 따르면 전국 싱글몰트 바 수는 2010년 10개에 불과했지만 2013년 69개, 2014년 101개로 꾸준히 늘어 2015년 167개, 2016년 250개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는 전국에 약 300여 개의 싱글몰트 바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블렌딩한 다른 위스키와 달리, 하나의 증류소에서 100% 맥아만을 사용해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각 증류소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제품마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며, 일반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고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싱글몰트 위스키 바가 과거 강남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강북을 비롯해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소주, 맥주를 즐기는 곳에도 위스키 바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시장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싱글몰트 출고량은 올해 8월까지 8만17상자(1상자=700㎖×12병)로,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1.9% 급증했다. 한국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유통된 싱글몰트 위스키 출고량은 8천554상자로, 전년 동기 대비 91.8% 늘었다.

특히 19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된 고연산 싱글몰트 위스키 소비량은 파죽지세다. 올해 4월 말까지 국내에 출고된 21년산 싱글몰트 위스키는 전년 동기 대비 54.7%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위스키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전체 위스키 시장은 9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 주류 연구기관인 ISWR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연속 감소세로, 2008년 158만6천975상자였던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2만4천25상자로 44.5%나 줄었다. 특히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판매량은 2007년 275만1천250상자에서 지난해 92만5천500상자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가심비'와 '소확행'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적은 양이라도 희소성이 높은 고급 제품을 마시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비싼 고연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위스키 업체들은 싱글몰트 위스키 제품군을 한정판 중심으로 강화하거나,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싱글몰트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발렌타인'을 싱글몰트 위스키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최근 배우 이정재·정우성과 함께 '워너 미트 어 싱글(Wanna meet a Single)' 캠페인을 론칭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그동안 국내에서 블렌디드 위스키로만 선보였던 '발렌타인'의 판매량이 감소하자,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싱글몰트 제품을 적극 앞세우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해 '글렌버기·밀튼더프·글렌토커스 15년'으로 구성된 '발렌타인' 싱글몰트 위스키 3종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

또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싱글몰트 마니아들을 겨냥해 올해 10월 부티크 몰트 위스키 '아벨라워'도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이미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로 인지도가 높으며, 국내에는 '아벨라워 12년 더블 캐스크·아벨라워 16년 더블 캐스크· 아벨라워 아부나흐' 등 3종이 판매되고 있다.

더불어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달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리벳 윈체스터 컬렉션의 첫 시리즈 '더 글렌리벳 윈체스터 컬렉션 1964' 한정판을 국내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전 세계에 단 100병만 출시됐으며, 국내에는 1병만 들여와 남다른 희소가치를 자랑한다.

디아지오 코리아도 올해부터 '싱글톤'을 싱글몰트 위스키 대표 제품으로 앞세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기존 700㎖ 제품 외에 500㎖ 제품을 국내에 새롭게 출시했고, 전용 잔인 '롤링 글라스'도 함께 선보였다. 또 '싱글톤' 외에 '탈리스커', '달위니' 등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 제품들의 인지도도 높이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골든블루도 지난해 9월부터 수입·유통하고 있는 타이완 싱글몰트 위스키 '카발란'의 새로운 제품을 들여와 라인업을 강화했다. 지난 7월 들여온 이 제품은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 캐스크'로, 알코올 도수는 55~60%로 높지만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맥캘란'으로 유명한 에드링턴코리아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달 말 '글렌로티스 솔레오 컬렉션' 4종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또 다음달에는 '맥캘란' 한정판인 '마스터스 오브 포토그래피 매그넘 에디션 7(MOP 7)' 제품도 국내에 선보여 마니아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앞서 '맥캘란'은 9월에도 52.2도의 고도 한정판 싱글몰트 '맥캘란 클래식 컷 2018'을 출시해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중 최고 숙성연도(1961년산)가 포함된 '발베니 DSC컴펜디엄' 세 번째 컬렉션을 지난달 12일 선보였다. 위스키 5병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전 세계 50세트만 출시됐으며, 국내에는 1세트만 수입돼 서울 신라호텔에 전시돼 있다. 아직까지 판매는 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몰 럭셔리' 소비 문화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싱글몰트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프리미엄 주류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적극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위스키 업체들은 싱글몰트 제품군 인기에 편승해 가격도 잇따라 인상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지난 7~8월 '맥캘란', '글렌피딕' 등 위스키 제품 약 20여 종의 가격이 5~7% 인상된 데 이어 지난달부터 '하일랜드파크' 등 위스키 10종 가격도 평균 12.6%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글렌피딕', '발베니' 등 일부 제품 가격은 국제 평균 출고가보다 국내 출고가가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과의 FTA 체결로 2014년 7월부터 위스키에 대한 수입 관세가 철폐됐지만, 업체들이 몰트 원액 부족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독점 유통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쉽게 올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