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ERCG 채권 결국 최종부도…1650억 국내 ABCP 피해 본격화
2018.11.09 오후 4:01
증권사 간 줄소송…"피해 커질 듯"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결국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디폴트(지급불능) 절차를 밟게 됐다. 여기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는 총 11곳으로 대규모 피해가 예고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ERCG의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한 1억5천만달러 규모의 사모사채는 만기 시점인 지난 밤 12시 돈이 들어오지 않아 결국 최종 부도를 맞았다.



이에 따라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된 1천650억원 규모의 ABCP도 이날 밤 12시 자동 부도 처리된다.

이 ABCP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이 금정제12차라는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지난 5월 발행했다.

현대차증권(500억원)을 비롯해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하나은행(35억원) 등 9곳이 이를 매입했고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2곳은 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가장 큰 규모로 ABCP를 사들인 현대차증권은 지난 2분기 보유액의 45%인 225억원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KB증권도 200억원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이 ABCP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전자단기사채 펀드에 투자한 법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특히 'KTB전단채' 펀드를 운용하는 KTB자산운용의 경우 이 ABCP에 투자한 200억원의 80%를 상각처리했다. 법인과 개인투자자가 대거 환매를 한 탓에 당시 4천억원 수준이던 설정액 중 남은 금액은 956억원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회사 간 소송전도 치열하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한화투자증권의 해당 ABCP 실무자가 판매 과정에서 중요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며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26일 한화투자증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현장에 관련 임원을 출석시켜 "CERCG 채권 부도의 최종 책임은 전적으로 한화투자증권 측에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재 7개 금융회사가 꾸린 채권단(현대차증권, KB증권, BNK투자증권,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부산은행, 하나은행)에 들어가지 않은 채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각각 150억원, 98억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98억원 규모의 매매대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증권 측은 현대차증권이 투자 물량을 되사기로 사전에 합의했다며 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했지만 현대차증권은 관련 내용이 채권거래시스템(K-Bond)이 아닌 실무자 간 메신저로 수요 협의 차원에서 논의됐기 때문에 예약매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안타증권도 예약매매와 관련해 현대차증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CERCG는 지난 8월 채권단에 자구안을 보냈고 채권단은 이에 대한 의견을 모아 지난 9월 CERCG에 전달했다. 채권단에 따르면 CERCG가 제시한 자구안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원금을 분할 상환하고 2020년까지는 회사채 이자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양측은 구두로 관련사안을 협의 중이지만 CERCG의 상환 가능 여부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한편 이날 밤 ABCP의 부도 처리로 평가손실을 떠안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오는 4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손실 규모는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2~3월쯤 확정될 예정이다.

CERCG 채권 부도에 연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단기채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물론 증권사 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며 "협의가 순조롭지 않아 소송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자구안을 놓고 입장이 계속 바뀌고 있어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며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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