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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쟁점②] '뜨거운 감자' 저출산 대책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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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제민주화' 연상, 대여공세 명분과 아젠다 선점 '실리'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470조원의 내년도 '슈퍼 예산' 중 복지 예산은 162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4%를 차지한다. 가장 큰 비중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저출산 대책을 위한 예산이다. 그 원인 제공자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은 보편복지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규정,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정작 11월 예산정국 돌입 직후 기존 원칙을 완전히 뒤집어 저출산 대책과 관련 파격적인 보편복지 방안으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중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 기조 아래 고용률과 생산성이 저하되고 생산지수도 소비자지수도 모두 하락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민생과 복지를 취약계층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20개 분야 증액사업을 발표했다.

그 핵심적인 분야가 저출산 대책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우선 임산부 30만명에 200만원 상당 토털케어 카드, 출산장려금 2천만원 일시 지급이다. 올해 9월부터 만 5세 아동 1인에 한해 지급된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국당은 아동수당 지급 금액도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게 현재 10만원에서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내년도 20만원부터 2021년 3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 아동수당과 동일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김성태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원내대표연설에서 제시한 이른바 '출산주도 성장'의 예산 버전인 셈이다.

한국당은 줄곧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보편복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중장기적으로 국가부담을 늘리면서 굳이 상위 소득자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다. 대표적인 게 아동수당 정책이다.

아동수당 지급은 원래 소득과 무관하게 이뤄졌으나 한국당의 반대로 소득 상위 10% 가구는 배제됐다. 시행시점도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이유로 상반기에서 9월로 미뤄졌다. 지난 국정감사에선 이들을 지급 대상에서 가려내기 위한 행정비용이 실제 지급액보다 더 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당이 자체 저출산 대책에 필요한 예산으로 집계한 금액은 7조원가량이다. 최대 12조원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동수당의 내년도 예산이 1조9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만만찮은 금액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각 부처의 소요를 토대로 기재부가 작성, 여야가 함께 심사한다는 점에서 야당의 주장만으로 예산안을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출산지원금, 아동수당 확대 등 제안 자체는 적극 검토할 수 있는 것들로 여야의 저출산대책TF를 통해 논의될 것"이라며 "당장 현재 반영될 수 있는 예산은 내년도 아동수당 100% 지급을 위한 추가재원 1천2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저출산 대책에 바른미래 '속앓이' 이유는?

그 때문에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이번 저출산 대책 발표와 관련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저출산 대책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는 점은 진보, 보수 또는 여야 모두가 정치 지형의 구별 없이 동의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가임기 여성 1인당 합계 출산률은 1.05명, 올해 출산률은 세계 최초로 1명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국면이다. 저출산이 진행될수록 인구감소로 국가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침체가 지속되는 재앙적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저출산 대책을 둘러싼 정책적 아젠다를 선점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수 진영에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차기 총선 전 정계개편을 두고 경쟁 중이다. 한국당의 경우 바른미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공보수', '이념보수' 이미지가 강한 상황이다. 개혁적 색채가 약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도층 표심을 흡수할 차별화 포인트를 이번 저출산 대책을 통해 먼저 가져갔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솔직한 말로 골치가 아프다"며 "지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선점하면서 개혁적 보수로 당 이미지를 세탁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저출산은 복지 지출에 부정적인 보수층 내에서도 충분히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당 차원에서 중도층의 표심에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정국에서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주도권 다툼을 위한 포석이라는 측면도 있다. 한국당은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세금중독' 예산으로 규정, 20조원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주요 타깃은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가짜일자리 예산 8조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대폭 삭감하겠다. 핵폐기 없는 일방 대북 퍼주기 예산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일자리 분야, 한반도 평화구축 관련 예산의 삭감분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여 견제와 함께 당 목표사업의 예산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인 셈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만큼 일자리,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일정 부분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아동수당 100% 지급이 이미 잠정 합의된 만큼 12월 초 예산안 통과 이후 당 지도부가 이 부분도 아마 자신들의 성과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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