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년]이정대 KBL 총재 특별대담②"프로농구, 수익 창출하려면 달라져야"
2018.11.08 오전 6:30
"한 명이 제도 깬다고 되는 것 아니야…모두가 틀을 깨야"
[조이뉴스24 이성필·김동현 기자] 한때 농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체육계에서 처음으로 '오빠 부대'가 등장했고 동시에 실업팀과 아마추어팀 할 것 없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유일한 종목이었다.

이러한 인기를 발판 삼아 1997년 한국 프로농구, KBL이 출범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각종 사회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농구 인기는 몰락 일로였다. 2002년과 2014년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으나 식어가는 농구 열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치인·경기인 출신 총재들이 연이어 행정부를 맡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농구대잔치' 시절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고 팬들의 발걸음도 점점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9대 총재로 이정대(63)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취임했다. KBL 역사를 바꿀 만한 선택이었다. 21년 KBL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 소방수로 등판한 것이다. 이 총재는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한 사업가이자 그룹 재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또 현대그룹 재직 당시 평범했던 프로축구 전북 현대라는 그룹 내의 원석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 아시아 최고 구단으로 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농구와 연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지난 4개월간 보여준 행보는 그간의 수장들과는 방향성 자체가 달랐다. 경기력 위주의 농구가 아닌, 재미있는 농구로의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수직적이고 딱딱했던 KBL 사무국은 조금 더 유연해지는 중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2년 8개월여의 임기가 남은 지난 5일, 신사동 KBL 센터에서 창간 14년을 맞은 '조이뉴스24'가 이 총재를 만나 2시간 동안 특별대담을 나눴다.



<①편에서 이어서…>

그동안 프로농구는 '이미지 메이킹'에 아마추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력에서는 판정 불만이 터지면 숨기거나 변명하기에 급급해 부정적인 논란만 키웠다. 여론 제어 능력이 빵점에 가까웠다. 리그 행정도 촌극에 가까웠다. 외국인 신장 제한으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두 가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 현장에서 마케팅을 열심히 해도 김만 빠졌다. '프로'는 곧 '수익성'과 직결되지만 모기업으로부터 돈만 받아 쓰는 구조에서는 마케팅의 정점에 있는 경기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았다. 밥그릇 싸움만 하는 무대처럼 보였다.

'농구인'만 돈 버는 기형적인 구조…"목표 설정 새롭게 해야"

부임 4개월이 지나고 있는 이정대 KBL 총재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던 프로농구 문화에 대해 분명히 달라져야 모기업의 투자 명분(조이뉴스24=사회 공헌 또는 홍보-마케팅 수단 등)도 확실히 생긴다.

"농구인 모두가 열정은 있었다. 하지만 관리방식이 다르다. 나는 기업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기능적인 부분과 행정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한다. 기능적인 부분만 고려하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기능적인 부분이 잘 만들어졌다면 이젠 행정적인 부분에서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목표 설정을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 두 부분을 하나로 합치면 충분히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 실제 와보니까 모든 분이 애도 많이 쓰고 했다. 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을 너무 신경 쓰고 하다 보니까 다른 부분을 등한시한 게 아닌가 싶다. 조직을 와서 보다 보면 그 조직이 어느 정도는 보인다. 기업에 오래 있다 보니 생긴 노하우다. 어떤 부분을 처방해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가 작용한다. 목표와 목적을 새롭게 설정하면 되는 문제다. "

농구 원로, 감독, 심판, 단장, 사무국장 등 '농구인'들과 구단 대표이사들로 대표되는 '경영인'까지 모두 만나 열심히 농구판이 변하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이 총재다. 단순히 경기 하나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래서 평일 경기를 종전 오후 7시에서 30분 늦춰 7시 30분 시작이 탄생했다. 구성원들은 조금 늦게 끝나 고생스럽지만, 관중 편의가 최우선이어야 분위기가 살고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팬들이 대부분 직장에 있다. 6시에 끝나면 7시쯤에나 밥 먹고 허겁지겁 온다. 몇몇 마니아 빼놓고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30분만 늦춰도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한 시즌만 그렇게 해서 진정성을 보이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본다. 시청률도 0.1%씩이나마 올라가는 것도 긍정적이다. 재미가 있으니까 머무는 것이다.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중계권사인) MBC스포츠+ 사장을 만나서도 중계 품질 높이자고 이야기했다. 카메라도 9대씩 들어온다. 소리도 좀 생생하게 잡자고 한다. 중계를 보면 선수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분위기 고조를 위해 만든 (경기장 내) 전자음이 워낙 많이 들리긴 하는데 그것도 없애자고 권유했다. 전자음을 줄이면 선수들의 미세한 소리도 잘 잡히지 않겠나. 구단들이 아직 하지 않고 있는데 KBL 사무국 직원들에겐 고민을 해보자고 한다. 그런 부분이 모이면 경기 품질이 올라간다고 본다. 팬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되면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리라 본다."

기업인 입장에서 프로농구의 구조는 상당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전체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농구는 해외 진출 선수가 극소수에 불과해 '외부 효과'도 없다. 사기업이었다면 부도로 퇴출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 신청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시장에 내놓아도 사겠다고 나설 매수자가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재원 역시 수익에서 오지 않고 모기업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비용 성격이 주로 '사회 공헌'이라는 점은 슬픈 일이다. 명색이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더 절망적이다. '자생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일부를 제외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는 '자생'에 둔감하다. '농구인'만 돈을 벌 뿐 파급효과는 거의 없다. 관중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스포테인먼트'에 애를 쓰는 서울SK 정도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이 역시 '서울'이라는 거대 시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 총재는 냉정한 평가를 했다.

"프로는 독립 (경영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자생력을 가진 곳이 없다. 기업에 있을 때 보면 야구, 축구에 각각 350억원, 농구에 100억원, 배구에 70억원 정도 들어간다. 구단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자기 회사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한다든지 사회적 책임 등 순수한 목적만 가지고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언제까지 모기업에 돈 받아서 써야 하나…"수익원 다양화해야"

그래서 변화, 뼈를 깎고도 모자란 변화가 필요하다. 받아 쓰는 시대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물론 경기력이 최우선이니 '지역 사회 공헌 활동' 대신 '훈련'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감독들도 구단 사무국의 처절한 노력에 응답해야 한다. 구단 구조가 취약하니 KBL이 계획을 세우면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KBL 사무국 마케팅 부서에 지시한 건, 명색이 프로라면 (구단별) 일정 부분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장료, 협찬, 용품 판매 정도인데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다. 입장료는 조금 미미하고 광고는 그냥 알음알음 품앗이하는 정도다. 용품은 거의 0에 수렴한다. 이런 수익구조에 대한 부분도 결국은 인기가 있고 팬들을 확보해야 용품 판매도 되는 것 아니겠나. 재밌는 농구를 해서 팬을 확보하고 구단마다 스타들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만들려고 한다. 떠오르는 스타가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이상민, 문경은 등 오빠 부대 원조들이 있지 않았나. 물론 예전엔 엔터테인먼트가 별로 없어서 농구가 주목을 받은 것도 있지만,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여력이 있다. 그런 전략을 세워나가자고 했다. 예전 여고생들이 브로마이드, 책받침을 제작했듯이 지금은 핸드폰 케이스 등 관련 상품을 만들지 않나.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전략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구단들이 따를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직원이 3명인 곳도 있다. 속은 영세한데 겉은 프로다. 한 명이 수십 가지 일에 달려든다. 외부 용역을 맡겨 버틴다고는 하나 사무국이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KBL의 통합 마케팅 의지가 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별 구단에 맡긴다고 될 일도 아니다.

"구단도 달라져야 한다. 참 답답한 부분이 10개 구단이라 안건에 대한 의견이 전부 모이기가 어렵다.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다. 사무총장에게도 그랬다.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하겠다는 구단부터 시행하자고 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체부에서 개최했던 패션쇼에는 몇몇 구단만 참가했다. 다들 훈련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내년에는 아마 더 늘 것이다. 구단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유인 작전으로 가자고 했다. 설득해서 한꺼번에 다 가려고 하지 말자고 했다."

구단들이 모기업에도 당당해졌으면 한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다. 흔히 프로구단 사장, 단장들은 퇴임을 앞둔 사람이거나 권력 싸움에서 밀린 사람들이 '쉬러' 오는 곳으로 인식된다.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 언론에는 노출이 생각보다 많이 되니 괴로운 셈이다. 모기업 명칭이 이상하게 다뤄지면 그 부분에 민감하게 생각해 '해결하라'는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구단 경영을 영리하게 해서 조명받는 경우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수익 구조를 10~20%라도 구단 것으로 가지고 있으면 조금 더 떳떳하지 않겠나. 단장이나 사무국장들이 모기업에서 돈 가져다 쓰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면 (조직은)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다. 왜 스스로 밖으로 밀려나려 하는지 모르겠다. 농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더 올리고 확신시키는, 무형의 효과가 있다. 피부로 안 와닿으니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사장들이 대부분 본인의 본직은 따로 있고 프로 구단 운영은 겸임이다. 그런 인식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구단 경영에 적응한 사장, 단장들의 경우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가 생긴다. 그런데 이 경우 모기업 내에서의 구단 위치가 걸림돌이 된다. 가장 중요한 홍보 수단 중 하나인데 눈치를 봐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구단이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구단주들을 만나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 연간 100억 이상 들여서 구단 운영한다면 유형으로 100억을 얻어내지 못해도 무형으로 얻을 수 있다. 광고비로 연간 몇천억씩 쓰지 않나. 하지만, 구단 운영으로 한 시간에 얻는 효과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지상파) 뉴스 스팟 광고에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몇억씩 쓴다. 그런데 구단 운영은 100억이라는 경비를 들여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시간을 따지면 더 크다. 우승하거나 플레이오프 가면 더 크다. 그런 조건들을 고려하면 피할 것은 아니지 않나. 물론, 사회 공헌도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 높이는 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성장 대신 현상 유지에 급급…"프로농구 구성원 모두가 틀을 깨야 한다"

농구계 스스로 성장과 확대에 대해 등한시하는 측면이 있다. 프로농구는 여전히 학교 농구부를 통한 선수 배출에 의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배출 방식이고 대학까지 성장한 후 프로에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에 직행, 만 나이로 10대에 해당하는 선수가 활약하는 미국프로농구(NBA)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가뭄에 콩 나듯 고교 졸업 선수의 프로 진출이 이뤄지니 선수단의 수직적 질서가 흔들리지 않는다.

프로농구에서 가장 등한시했던 것이 유소년 육성이었다. 취미형이든 엘리트 육성형이든 농구라는 종목에 흥미가 있을 자원 심기가 미흡했다. 유소년을 키워 올린다고 곧바로 수익원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잘 키운 선수가 스타급 활약을 하면 관중이 오게 되고 부가 상품을 구매하는 등 연쇄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것도 그 부분이다. 틀을 깨야 한다. 그런데 이게 한 명이 제도를 깬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 KBL 사무국 등 모든 사람이 모두 깨야 한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 멀었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말이다. 구단들에게도 유소년 관련 이야기 많이 했다. 밑에 텃밭이 튼튼해야 제대로 된 싹을 돋우고 키울 것 아닌가. 예산이 적더라도 유소년에 투자해달라고 말했다. 절실하다.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해결되면 아까 말씀드린 외연 확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꺼번에 다 하기는 어렵다. 현실이 아까울 뿐이다."

그래서 연고지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프로농구는 구단명 앞에 지역명을 붙였지만, 말만 연고제였다. 연습 체육관이 전부 수도권에 위치했다. 경기 전날 잠만 자고 경기 후 상경한다. 올해 들어서야 합숙소가 폐지되는 방향 설정을 했다. 물론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고 또 경기장 대관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KBL가 출범하고 20년이 넘도록 지역에 연습 시설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은 '프로'와 '연고정착'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모기업 재원에만 의존했다는 것은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어린 시절부터 해왔던 합숙 문화가 장,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스로' 자기 관리에 능해야 진정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선수단 관리 비용을 줄여도 지역 사회 공헌 사업 한 가지를 더할 수 있다. 지역에 계속 붙어 있어야 구단의 존재 이유도 증명된다. 지자체 끊임없이 교류도 해야 한다.

"수도권 합숙소는 다 폐쇄했다. 해당 연고지에 살면서 주민들과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출발했다. 서울 근교에 거의 체육관 있으니 무용지물이 될 위기다. 엊그제 창원 시장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경기도 이천의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하는) 창원LG가 창원이 연고지인데 연고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경기장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했다. 그런 요건 충족되면 LG가 여기에 (클럽하우스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창원 시민들도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경기장이다. LG도 요청했고 시장으로부터도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농구는 그래도 행복한 스포츠다. 스포츠신문인 '스포츠조선'이나 농구전문지 '점프볼' 등 언론에서 포럼이나 토론회를 통해 농구 발전 방안에 대한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이 총재도 지난달 열린 포럼에 참석해 '배움'의 시간을 가졌고 관심에 대해서도 피부로 느꼈다. 과연 방향을 찾았을까.

<③부에서 계속…>


/정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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