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키호테와 中 대형마트 사로잡은 韓 세제는?
2018.11.07 오후 5:06
국내 생활용품업계 내수부진에 해외로 눈 돌려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대형 잡화점 '메가 돈키호테'. 1~7층을 빼곡히 채운 수 십만개의 상품 속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제품이 있다. 3층 생활용품 코너에 자리한 LG생활건강의 세탁세제 '피지'다. 국내에서는 올 초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B급 광고영상으로 화제가 된 제품이다.

이 곳에서 판매 중인 피지는 시트 한 장으로 간편하게 빨래를 끝낼 수 있는 '종이형'으로, 분말이나 액체형보다 무겁지 않고 찬물에도 100% 녹아 국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돈키호테 역시 피지를 소개하며 '1인 가구, 소량세척' 등을 강조했다. 일본 필수 구매품으로 꼽히는 '츠바키 샴푸' '보떼 섬유유연제' '보르도 젤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내수산업으로 여겨졌던 생활용품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활용품 시장은 P&G, 유니레버 등의 다국적 기업이 강세지만, 국내 기술력을 담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매출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소기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생활용품업계 1위인 LG생활건강은 중국·대만·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자사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중이다. 특히 중국에서 '히말라야핑크솔트담은치약(구강)', '리치(구강)', '리엔 윤고(헤어)', '닥터그루트(헤어)'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선 '피지'보단 '리치'에 힘을 싣고 있다.


덕분에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의 해외 매출(3분기 누계 기준)은 2016년 1천628억원, 2017년 1천795억원, 2018년 1천83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위 업체인 애경산업은 중국시장에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를 선보여 2014~2017년 연평균 11%씩 성장 중이다. 특히 곡물 성분의 '트리오 곡물설거지'가 인기를 끌면서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다. 세척력만 강조한 현지 주방세제와 달리 곡물이라는 천연추출물을 활용한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트리오'는 몽골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7년 '트리오'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70%나 성장했다. 몽골은 인구수가 300만명에 불과하지만, 세제는 100% 수입하고 있어 매년 주방용 세제 수입 규모가 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몽골의 주방용세제 수입규모는 3년 연속 성장해 2017년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시장 포화 상태…해외 시장 진출도 쉽지 않아

생활용품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까닭은 국내 시장이 경쟁 심화로 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활용품 시장 규모는 4조3천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5~2017년 연평균 성장률 역시 1.94%에 불과하다. 여기에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2017년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논란을 연달아 거치며 국내 생활용품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이는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의 올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조1천214억원, 영업이익은 1천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29.7%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가 매 분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것과는 대비된 모습이다.

애경산업의 생활용품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생활용품 사업부 매출액은 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그렸다.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2천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수치다. 2014년만 해도 애경산업 전체 매출에서 94.5% 차지했던 생활용품 사업부 매출은 올 3분기 49%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물론, 국내 생활용품업계 해외시장 진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LG생활건강의 중동 법인 청산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3년 중동 생활용품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생활용품업체인 '인뎁코'와 합작사(LG-새니타)를 출범했으나, 제대로 된 사업도 해보지 못하고 지난해부터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화장품 산업 대비 해외 진출 노하우가 적어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데다, 매출 규모도 크지 않아 본사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기에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은 저관여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도 익숙한 제품부터 찾아 초기 사업자가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소비 성향이나 생활양식이 다른 해외지역으로 갑자기 판로를 넓히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화장품처럼 직진출을 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기에도 부담스럽다"며 "이 때문에 국내 생활용품 기업 중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없었다. 다만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차츰 노하우가 쌓이면 해외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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