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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이정대 KBL 총재 특별대담①"한국 농구, 우물 안 개구리…무한 경쟁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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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리그 보고 충격…제도 전부 폐지해야 경쟁력 생겨"

[조이뉴스24 이성필·김동현 기자] 한때 농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다. 체육계에서 처음으로 '오빠부대'가 등장했고 동시에 실업팀과 아마추어팀 할 것없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유일한 종목이었다.

이러한 인기를 등에 업고 1997년 한국 프로농구, KBL이 출범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점점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시달렸고 각종 사회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농구 인기는 몰락 일로였다. 2002년과 2014년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뒀으나 식어가는 농구 열기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치인·경기인 출신 총재들이 연이어 행정부를 맡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 '농구대잔치' 시절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고 팬들의 발걸음도 점점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 9대 총재로 이정대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취임했다. KBL 역사를 바꿀 만한 선택이었다. 21년 KBL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 소방수로 등판한 것이다. 이 총재는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한 사업가이자 그룹 재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또 현대그룹 재직 당시 전북 현대라는 그룹 내의 원석에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 아시아 최고 구단으로 성장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농구와 연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총재가 지난 4개월간 보여준 행보는 그간의 수장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경기력 위주의 농구가 아닌, 재미있는 농구로의 발전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수직적이고 딱딱했던 KBL 조직은 조금 더 유연해지는 중이다. 물론 아직 갈길은 멀다. 2년 8개월 여의 임기가 남은 2018년 11월 5일, 신사동 KBL 센터에서 '조이뉴스24'가 이 총재를 만나 2시간 동안 특별대담을 나눴다.

"인터뷰, 정말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4개월이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이정대 KBL 총재는 지난 4달을 '정신없었다'고 표현했다. 문자 그대로였다. KBL 총재에 취임하자마자 북측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에 다녀왔다. 각종 행사에 KBL 총재로 참가해 새로운 농구 탄생에 대해 알려와야 했다. 남들에겐 길었을 수도 있을 4달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에게 있어선 KBL 총재를 맡아 달려온 지난 시간들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는 1981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 지난 2012년까지 32년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재직하면서 경영전반의 주요 보직을 폭넓게 소화한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이 시기에 그룹 내 스포츠 구단들의 재무에 관여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전북 현대다. 스포츠와도 연이 있었던 셈.

그러나 이 총재는 쉽게 말하면 '돈 관리' 전문가다. 특히 현대자동차 재임시절 경영기획과 재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경영관리실장, 재경본부장, 경영기획총괄 등을 맡았다. 약력만 봐도 경영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걸 알 수 있다. 그런 인물이 KBL 총재를 맡은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윤세영 초대 총재 등 기업가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KBL 역사상 첫 경영 전문가였다.

사실 농구와 연은 거의 없었다. 이 총재는 "여기에 오기 전에 농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학교 다닐때만 잠깐씩 한 게 전부지, 특별히 빠져서 한 건 없었다. 농구 쪽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다. 기아자동차에서 농구단 운영할때 선수들 격려나 해달라고 해서 선수들 등 두드려주며 격려한 정도"라고 시원시원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왜 이 중대한 자리를 맡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만큼은 확실해보였다. 그는 "스포츠에 있어서의 행정은 기업과 확연하게 다르다"면서도 "사실은 회사에 있으면서 특별한 콘셉트를 잡는 것보다는 직무에 충실하게 존재하는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소명이었다. 지금 내게는 KBL이 대중성을 확보해서 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게임 내용을 더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관심을 끌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는 본인과 KBL 사무국의 슬로건을 '재미있는 농구'라고 했다. 대중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농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대중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농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직원들에게도 말한다. '너희들이 기획하고 하는 일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재미있는 농구다. 팬들을 끌어모으는 농구를 하자. 지금부터 하는 일들은 모두 더 많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재미있는 농구를 만들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내부 결속이었다. 이전까지의 KBL은 대단히 수동적이었고 수직적이었다. 상호간의 의견이 오고가기보다는 '하달'되면 그것을 '시행'하는 식이었다. 동시에 직원들의 처우는, 이 총재의 말을 빌리자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이를 바꾸는 것이 그의 첫 미션이었다. 이 총재는 "모든 일 다 제쳐두고 직원들 처우부터 바꾸라고 했다. 다른 조직에 비해 처우가 형편이 없었다. 그래서 이를 모두 바꿨다. 예산이 부족하면 총재가 직접 끌어올테니 걱정말고 바꾸라고 했다"고 웃었다. 업계 최저 수준이었던 연봉은 순식간에 올랐다.

직원들도 이러한 변화를 반긴다. KBL에서 오랜기간, 다양한 보직에서 근무해온 한 팀장급 인사는 "사고 방식도 그렇고 일 처리가 명쾌하다고 느낀다"면서 "직원들 모두 자세가 달라졌다. 스스로 일을 찾고자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온 뒤 KBL 마케팅 팀의 인원은 기존의 두 배 이상 불었다.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이 총재 체제에서의 KBL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비판도, 칭찬도 와이드 오픈"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

단순히 이런 내부적인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KBL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특기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경기력이 아닌 경기 전체의 질에 집중하고 이를 언론, 팬들과 함께 바꿔나가자고 부르짖고 있다. 심판들의 오심을 그대로 공개하고 헐리우드 액션인 플라핑을 한 선수 명단을 언론과 구단에 전부 고지하는 식이다.

그는 "심판 수준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순 없다. 대신 오심은 오심대로 인정해야한다. 옛날처럼 경기 본부에서 감싸려고 하면 안된다. 그 변명을 믿어줄 팬이 없다.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앞으로를 인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전부 다 오픈한다. 플라핑 같은 것도 그렇다. 다 공개하자고 했다. 언론에 보내고 구단에 공개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경각심을 가진다. 지적당한 선수는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나쁘겠지만 남들을 속여선 안된다"고 말했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그림이다. 이 총재는 "있는 그대로 다 오픈하자고 했더니 결과적으로 지금은 많이 줄지 않았나. 내가 자만에 빠진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긍정론을 펼쳤다.

팬들과 소통도 크게 늘렸다. 지난 개막 언팩 행사 당시 KBL은 '보이스 포 KBL'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현장과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이었다. 마침 인터뷰 전날(5일) '보이스 포 KBL' 행사가 열렸고 많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이 총재는 "게시판을 통해 건설적인 의견을 말해준 팬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특정한 주제를 두고 한 것은 아니다. 팬들에게 행정적인 문제에 대해 묻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에서 벗어나진 않는다"면서 "그 분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도 조치를 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는데 이것들에 대해서는 상황 설명을 확실히 해줬다. 이러한 부분은 홍보 쪽에 전담 요원을 둬서 바로 응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말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와이드 오픈'이다. 그는 "언론이나 팬의 지적은 늘 받아들이려고 한다. 귀담아들을 것은 들어야 한다. 그런것에 자존심을 걸었다간 제자리걸음 뿐이다. 한발이라도 더 나갈 수 있다면, 그게 쓴소리여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언론, 직원 등 모두에게 내 방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말하지만 지금 숨길게 뭐가 있나. 우린 밑바닥에 있다. 여기서 자존심이 뭐가 필요하나 싶다"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올라갈 일 뿐이다. 그러려면 진일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고인물은 썩는 법이고 우리는 더 이상 갈 곳도 없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다.

◆"무한 경쟁으로 가야" 대대적인 제도 변화 예고

사실 KBL 수장의 변화야 말로 이번 시즌 KBL의 가장 큰 변화다. 직전 집행부는 경기인 출신들로 이뤄졌다. 경기인 출신 집행부의 명과 암은 명확했다. 농구 경기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보니 신장 제한과 같은 인위적인 제도들이 생겼다. 분명 흥행 요소도 있었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팬들과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었다. 언론의 비판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았고 결국 아쉬움만 가득했다.

이 총재는 이러한 흔적을 지우고 있다. 그는 "농구인 모두가 열정은 있다. 그러나 너무 기능적인 요소에만 신경을 쓰느라 다른 부분을 등한시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위적인 요소를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살아나가는 느낌의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능하면 외부적인 요소를 넣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도록 하라고 (경기본부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경기 요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농구 본연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다는 의미다.

이러한 생각에 다다른 계기는 지난 9월 마카오에서 열린 아시아리그 터리픽 12였다. 국제농구연맹(FIBA)이 승인한 공식적인 대회였다. 현대모비스·서울 삼성 등 한국에서는 두 구단이 참가했고 중국과 일본,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각국에서 강호들이 모여 자웅을 겨뤘다.

이 총재는 이 대회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른바 '메기론'을 펼쳤다. 양식장에 미꾸라지의 천적이자 포식자인 메기를 집어넣으면 오히려 미꾸라지가 더 활발하고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국내 선수들 틈에 뛰어난 외국선수들이 들어오면 오히려 더 발전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중국은 키 큰 국내선수들이 있는데도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을 대거 놔뒀다. 중국만 그런게 아니라 대회 참가한 모든 나라들이 그랬다"면서 "한국은 우물 안 개구리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제 경쟁력을 길러야하는 시점에서 지금과 같다면 결국 고인물이 되어 썩고 만다"고 말했다.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는 "일본 B리그와 필리핀농구협회(PBA) 사람들과 협의해 적어도 아시아 국가만이라도 모여서 경기를 하자고 이야기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자극을 주면 선수들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러한 교류는 이전 집행부에서도 시도됐던 것들이다. 동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이라는 이름 아래 중국과 필리핀, 일본 팀을 초청해 대회를 열었던 적이 있다. 특히 일본과는 좀 더 돈독했다. 지난 2016년 B리그 출범 당시 제법 활발히 교류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B리그가 출범한 이후 도쿄에서 교류전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은 이 교류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이 총재는 "재정적인 부분만 확보된다면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쪽에서도 "다시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어 이 부분은 의지의 문제로 보인다.

비단 국제 교류 뿐만 아니라 발전까지는 멀고 험한 길이 남아있다. KBL 전체로 봤을때 재정 면이나 제도 면에서 풀 숙제들이 많다. 우선 샐러리캡을 들 수 있다. 각 구단들이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샐러리캡에 묶여 있다. 돈이 많은 구단도, 돈이 적은 구단도 쓸 수 있는 돈은 정확히 24억(외국인선수 제외)이다. 투자를 감행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금액이다. NBA와 같은 사치세 도입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맞부딪혔다.

하지만 이 총재도 이 문제를 풀고자 한다. 그는 "지금 당장 풀자고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적어도 프로 구단이라면 근본적으로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인기가 많아지고 경쟁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자연스레 풀린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대중성이 확보가 되고 인지도가 넓어지면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회사도 많아지지 않겠나. 그럼 그때가면 이런 샐러리캡도 필요없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무한 경쟁으로 가는 게 프로다. 그렇게 풀어놓으면 실력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프로의 기본이라고 본다"며 "결국 궁극적으로는 없어야 한다고 본다"고 제도 폐지에 대한 지론을 펼쳤다.

팬들의 가장 큰 질타를 받고 있는 신장 제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런 부분도 무한 경쟁으로 가야 한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 풀어야 한다. 우리끼리 어장에 갖혀있다면 결국 그 안의 물고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올 시즌 새롭게 출범한 농구발전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진일보된 정책이 나온다면 저를 포함해 농구단 단장들도 공감해주고 동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결국 인위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이 총재는 "인위적인 요소 없이 무조건 무한경쟁으로 가야하는 게 프로의 기본 원칙이다. 누가 생각해도 그런 인위적인 팩터(요인)들을 집어넣는 것은 부담스럽다. 결국 없애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하면서 "궁여지책으로 지금 이렇게 가는 것이 안타깝지만 농구 저변 확대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②부에서 계속…

조이뉴스24 정리=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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