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만들 '양승태법' 위헌?
2018.11.07 오후 2:56
"대부분 합법이지만 일부 논란 소지 남아"…시민단체가 재판부 결정 주장은 '왜곡'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인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피의자들의 재판을 진행할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가 11월 이후 정기국회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별재판부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당이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 법률안(양승태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반대 목소리가 표출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는 무엇보다 '양승태법'의 위헌 가능성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국회와 시민단체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판사 출신 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경우 지난 31일 당 중진회의에서 "사법권은 재판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 배당권도 당연히 포함하는 것"이라며 "재판부 배당을 사법부가 아닌 일반 시민단체까지 참여, 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은 "법원은 이미 코드 인사가 어느 정도 됐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특별재판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일부 단체가 어떤 성향이 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아예 "특별재판부 얘기는 고용세습, 채용비리를 덮으려는 볼썽 사나운 작태"라며 정쟁의 소재로 보는 입장이다.


◆특별재판부, 친여권 시민단체가 결정?

사법 농단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 구성에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회가 입법을 통해 사법부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게 현재까지 제기된 특별재판부 반대 논리의 핵심이다.

특별재판부 찬성 측은 이 논리가 허구라는 주장이다. 이들 비판이 상당 부분 현재 논의 중인 '양승태법'을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오독하고 있다는 게 특별재판부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인식이다.

'양승태법'이 규정한 특별재판부 선임 절차를 살펴보자. 재판부는 우선 현직 법관들로 구성된다. '양승태법'은 특별재판부에 포함될 법관이 사법 농단 사건의 전심재판, 조사·심리에 관여했거나 사법 농단의 핵심 축인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이 있을 경우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직 법관 중 상당수가 재판거래 등 사법 농단 주요 사건들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 제한이다.

'양승태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서울지법 형사부 13개 중 부패사건을 담당하는 7개 재판부 재판장 가운데 4명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라며 "현재 구조에선 이들이 자신들의 사건에 관여하는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가 애시당초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승태법'에 따르면 특별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설치된다. 1심과 항소심을 전담하는 역할이다. 재판부에 배속될 판사들은 3명으로 대법원장의 임명에 따른다. 서울중앙지법에 특별영장전담법관도 대법원장을 통해 임명된다. 다만 특별재판부후보 추천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돼 특별재판부 배속 판사와 영장전담법관 후보의 2배수 추천을 담당한다.

이 추천위원회가 논란의 진원이다. 특히 한국당이 시민단체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대목이다. '양승태법'에 따르면 대법원에 설치되는 추천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법 및 고법 판사회의가 3명씩을 추천한다. 나머지는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비법조인 3명'이다.



이 '비법조인 3명'에 대해 반대론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 사법부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단체, 또는 친여권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 3명을 추천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그러나 '양승태법'에 따르면 이들은 대한변협과 판사회의가 추천한 인사들과 함께 대법원장이 위촉하도록 규정돼 있다.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의 추천 몫이라는 것이다.

물론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추천위원 중 호선으로 결정되는 추천위원장에게 특별영장전담법관이나 특별재판부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는 조항으로 실질적인 임명은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전 의원)는 "현직 법관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법 내 선거전담 재판부처럼 사법 농단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하는 게 특별재판부 논의의 핵심"이라며 "현직 법관들의 사무 분담에 관한 내용인 만큼 위헌 여부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자체는 심각하지만 특별재판부 도입이 결과적으로 국회가 입법으로 사법권에 개입하는 것이란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국회가 입법으로 사법농단 재판부를 새로 구성하려는 시도는, 헌법상 3권 분립제도와 사법권의 독립 조항에 위배되는 입법권의 남용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당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신중론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규정과 함께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법원조직법, 형사소송법 등 법원 운영과 재판에 관한 법들을 국회가 만드는 만큼 특별재판부 도입도 헌법상 문제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특별재판부 반대 입장에선 국회 개입을 말하지만 법 자체를 만든다는, 국회 고유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 외의 개입은 없다"며 "당장 국회가 대법원과 각급 법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도 그럼 위헌이냐"고 반문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법농단은 사법부 스스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경종이 필요하다"면서도 "특별재판부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고 볼 수 있느냐. 이번에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다른 정치적 사건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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