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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 1조 항공MRO 비용, 왜 해외에 버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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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지난해 1년 동안 국내 항공사들이 MRO(항공기 안전운항과 성능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정비·수리·분해조립 등의 활동을 의미) 비용으로 해외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이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연 1조원씩 새는 자금을 국내로 하루빨리 돌려야 한다는 항공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 국토부가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항공사별 항공정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가 항공기 정비를 위해 해외 외주로 지출한 비용이 1조1천73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정비비 2조2천793억 원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이 해외로 흘러나간 것이다.

업체별로는 아시아나가 총 정비비 6천828억원 중 5천257억원(77%)을 해외업체에 외주를 맡겼으며, 대한항공이 총 정비비 1만1846억원 중 3천968억원(33%)을, 저비용 항공사(LCC) 6곳이 4천119억7천만원 중 2천508억원(61%)을 지출했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 구조상 연 1조라는 MRO 비용은 사실 항공사들도 어쩔 수 없이 지출하는 비용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노선과 서비스 수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지만, 항공기 제작이나 설계는 물론, 항공기 정비·수리 부문에선 분명 한계가 있다.

국내 항공 MRO 시설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국·내외 MRO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2015년 MRO 육성계획을 발표하고 정부 지원 MRO 사업자 선정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MRO 육성계획 발표 후 3년이 지난 2017년 12월이 돼서야 평가분야 6개(▲사업수행능력 ▲정비수요확보 ▲투자계획 ▲사업추진전략 ▲사업실현가능성 ▲부지와 시설)에서 우수 판정을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항공MRO 신설법인 설립에는 국내 1위 항공기 랜딩기어 제작업체이자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위아를 비롯해, 미국 MRO업체인 AAR,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업자 선정 후 올해 3월에는 경남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와 사남면 유천리 일원에 들어설 MRO산업단지 수립과 설계용역에 돌입해 5월부터 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보상가 등의 불협화음으로 지주와의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사천시 '항공MRO와 생산단지조성' 사업개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2022년 12월까지 단계별 용지 매입과 산업단지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항공 MRO와 관련해 국내에 마땅한 업체와 시설이 미비한 환경에서 해외 인건비(정비비)로 지출되는 금액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게 첫 이유이다. 정부가 국내외 MRO 시장 성장 가능성과 필요성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정부에서 추진한다고 말만 하고 있지, 아직도 크게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국내 항공사들 대다수가 국내에 마땅한 MRO 시설이 없으니 해외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 MRO 전문법인에 참여하고 힘을 보태고 있지만, 항공 MRO 설립과 인력확보는 회사 한 곳이 나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격납고에서 MRO를 하고 있으나 각 계열사를 제외한 기타 국내 항공사들까지 챙길 여력은 없는게 현실"이라며 "빅2 항공사 역시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 MRO 분야에 힘이 실리고 장기적으로 항공산업에 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 MRO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동남아 해외항공사까지 유치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동시에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 지출했던 정비비를 대폭 줄이고, 나아가 고급 항공 MRO 전문인력 일자리도 자연스레 창출된다.

사업자 선정까지 3년이 걸린 국내 항공 MRO 사업을 보면 세계시장 성장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정부와 관련 부처는 계획 수립과 발표에만 열중해 사업을 지체시키기보다는 적극적인 투자와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줘야 할 때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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