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밀레니얼 세대'의 지갑을 열려면
2018.10.24 오전 8:27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밀레니얼 세대'는 올해 삼성전자가 부쩍 대외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 키워드다. 1981~1996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게 삼성전자가 주목한 원인은, 이들이 최근 유행하는 각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잠재적인 핵심 소비자가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습관·소비패턴을 분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랩'을 사내에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으로 흔히 '가성비'·'가심비'가 꼽힌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면 자기만족을 위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소비한다는 의미다. '탕진잼'·'소확행' 등은 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와 연관돼 생긴 신조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가격이 합리적이거나, 제품 성능이 좋거나, 혹은 브랜드만으로 높은 가치를 지녀야 한다. 전자·IT기기라면 특히 그렇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22일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며 공개한 새 노트북 '플래시(Flash)'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를 많이 반영했다고 하는데, 정작 밀레니얼 세대인 기자에게 이 제품을 살 것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삼성전자는 삼성 디자인센터와 협업해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제품에 담았고, 인텔의 최신 기가비트급 무선랜 카드·KT 기가 와이파이 서비스와 결합해 와이파이 환경에서 매우 빠른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감각적인 디자인을 중시하고, 원활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향유를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플래시 노트북에는 인텔의 펜티엄 N5000과 셀러론 N4000 프로세서를 모델별로 각각 탑재했는데 이들은 웹서핑, 문서작성용 중·저가형 PC 라인업에 주로 쓰이는 프로세서다. 그래픽카드는 내장 그래픽카드다. 무선랜 카드는 최고사양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핵심 부품들은 많이 아쉽다.

그러면서도 소비자가격은 81만원을 책정했다. 국산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 정도 가격으로 보다 좋은 프로세서·그래픽카드 등이 탑재된 고성능 노트북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높은 수준의 제품 디자인을 갖추고 무선인터넷 등 일부 기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81만원이라는 가격은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를 맞추기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가 '플래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했다는 요소는 디자인, 무선인터넷 등 일부 기능적 요소다. 밀레니얼 세대가 특별히 주목한다고 여겨지는 트렌드에 제품의 기능을 맞추고, 이 기능들을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에서는 확실히 강점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기능이 몇몇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제품을 소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가격은 어떤지, 전체적인 성능은 어떤지, 내가 이 제품을 어디에 쓸 것인지 등이다.

이 중 하나에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눈에 띄는 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트렌디한 기능·요소는 그 다음 고려 대상이다. 이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의미다. 밀레니얼 세대들도 결국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플래시'의 판매 목표를 100만대라고 공언했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한 고려가 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제품에 밀레니얼 세대를 고려했다고 강조하는 방식을 보면 대개 일부 기능을 내세우는 식이다. 지난 23일 출시된 갤럭시A7도 그렇다.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토대로 카메라에 각종 기능들을 탑재했는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나만의 개성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홍보한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카메라만 보고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째로 구매한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고동진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살 여력이 안 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최신 기술을 탑재한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갤럭시A7은 그 대표적인 산물 중 하나다. 고 사장의 전략 자체는 좋다고 보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지갑을 열려면 일부 특화 기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가격, 성능, 그리고 실제적인 사용 빈도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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