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속물들' 유다인 "8년만에 찾은 부산, 울컥"(인터뷰)
2018.10.12 오후 2:22
'속물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공식 초청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선우정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안타까웠어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게 안쓰럽더라고요. 알고 보면, 모든 사람에게는 우정이처럼 지질한 모습이 있어요. 우정이가 나중엔 사람들 앞에서 완전히 발가벗겨지는데 그 순간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배우를 업으로 삼아오면서 '사람들이 내 진짜 모습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한편에 있었거든요."

지난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유다인은 햇수로 올해 13년차 배우가 됐다. 영화 '혜화,동' '용서는 없다' '의뢰인' '시체가 돌아왔다'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용의자' 등에 출연하며 청순하면서도 당찬 이미지를 그렸고 '기쁜 우리 젊은 날' '보통의 연애' '아홉수 소년'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부단히 필모그래피와 연기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JTBC '스케치'에 출연해 짧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오늘-비전 부문 수상작 '혜화,동'으로 괄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유다인이 8년 만에 영화제를 찾았다. 그가 출연한 영화 '속물들'(감독 신아가·이상철)이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것. 지난 6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당시에는 앞으로 영화를 더 많이 할 줄 알았고, 영화를 찍으면 부산에 오는 거라 생각했죠. 그래도 꾸준히 영화에 출연해왔는데 8년이나 걸렸어요. 어제 GV(관객과의 무대)를 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면서 '다인씨가 빛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줄게'라고 했었는데 그 말을 다시 들었거든요. 관객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유다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관객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본다. 놀랍다"라며 "예전에는 너무 떨려 관객과 눈도 잘 못 마주쳤는데 지금은 그래도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혜화,동' 당시 20대였던 그는 이제 30대의 중반에서 '속물들'로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다른 이의 작품을 표절하며 '차용'이라고 우기는 미술작가의 이야기. '혜화, 동'에서 10대의 서툰 사랑과 모성을 그리며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연기했다면, '속물들'에서는 미술작가 선우정 역을 맡아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표현한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배우에게 좋아요. 예전에 '속물들'의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걱정이 앞섰을 거예요. 굉장히 예쁘고 도도한 캐릭터의 겉모습도 실제 제 모습과 괴리가 있어 '나랑 안 어울려'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지금 제 나이에서 '속물들' 선우정은 너무 연기해보고 싶은 인물이었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캐릭터에 공감하는 지점이 늘어났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도 생겼고요."

선우정은 속물이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끄러움도 모른다. 끝까지 감추고 싶었던 거짓과 욕망의 민낯이 완전히 드러났을 땐 처절하기까지 하다. 정도의 차이일 뿐, 어쩌면 모두가 지니고 있을 우정의 그런 모습에 유다인 또한 끌렸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덮자마자, 촬영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우정이라는 인물에 호감을 확 느꼈고 이 친구의 표정이 너무 궁금했다. 빨리 연기해보고 싶었다"라고 눈을 빛내며 당시를 회고하고는 "한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디테일하게 연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저예산 영화들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이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말처럼, '속물들'에서 유다인은 빛난다. 자신만이 가진 특유의 무채색 분위기와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그려내고, 어느새 수채화처럼 은은하지만 진한 감정을 전한다. 유다인은 호평에 거듭 겸손함을 드러냈다.

"어렸을 때부터 제 심리 상태를 말로 설명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어요. 이런 인터뷰에서도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말을 진짜 잘하고 싶은데 그런 능력이 부족해요.(웃음)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달라지는 미세한 표정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연기를 해온 이유도 그렇고 배우의 표정이 좋은 영화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속물들'에서 선우정은 '영혼까지 팔아야 진정한 작가지'라고 절박하게 외친다. 종합예술을 하는 배우로서 우정의 캐릭터에 공감하는 점이 있었다고 밝혔던 유다인은 이 대사에 대해서도 "영혼까지 팔아야 하는 게 죽음이라면, 죽기 전에 촬영장에 갈 것 같다"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쉼 없는 작품 활동은 연기 열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터. 유다인은 '속물들'을 통해 배우로서 또 하나의 층위를 쌓아올렸다.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고뇌하는 것 같아 보이는 게 작품 속에 많았어요. 캐릭터를 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나름의 장점인 것 같지만, 대사를 하는 데에서는 항상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속물들'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 상대 캐릭터들과 다툴 때였죠. 식상할 수 있는 대사를 뻔하게 보이지 않으려고도 노력했고요. '속물들'을 찍으면서 조금이나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관객에게 못다한 말이 있냐고 묻자 유다인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뗐다.

"제가 작품으로 행사를 할 때마다 행사장에 오는 친구가 있어요. 이번 GV 때 제가 울컥하니까 그 모습을 보고 친구도 울더라고요. 되게 많이 기다렸다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죠. 관객분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영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영화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관객분들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배우 이나영 주연작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 폐막작은 홍콩 원화평 감독의 '엽문외전'이다. 초청작은 79개국 323편으로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은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이다. 13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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