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은산분리 규제, 한국만 유독 엄격할까?
2018.09.14 오후 12:34
美·日·EU보다 강한 것은 사실···韓 특수성 고려하면 단순비교 어려워
[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현행 은산분리 규제는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25~34%까지 산업자본의 지본 보유 한도를 늘리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만 과도한 규제로 인해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규제 완화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확실치 않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해 특례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의견은 어떨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1일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나머지 금융산업 발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유독 우리나라만 강력한 은산분리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

미국의 경우에도 은행지주회사법(Bank Holding Company Act of 1956)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도 기존 은행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가를 받고 당국에 감독을 받는다. 다만 최대 4%까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최대 25%까지 허용한다.


미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은 일반적으로 ▲국법은행 ▲연방저축은행 ▲주법은행 ▲주저축은행 중 하나로 인가된다.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하면 미국 통화감독청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본자본(Tier 1) 비율 8% 이상, 비상자금조달계획 마련, 고객확인 안정성 확보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 적합한 규제 등 조치를 요구한다.

과거 '산업대부회사' 제도를 이용하면 은산분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했지만 지난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으로 인해 기존 은행들과 똑같은 규제 하에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은산분리 규제가 느슨하다. 미국과는 달리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허용한다. 전자, 통신 등 산업자본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 대신 주요 주주에 대한 사후적 통제장치를 강화했다. ▲은행 경영의 독립성 확보 장치 ▲모회사 등의 사업리스크 차단 장치 ▲고객 개인정보보호 장치 등을 당국이 관리 감독한다.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대신 주요 주주에 대해서는 주주의 의결권 소유 비율에 따라 당국에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의결권 5% 이상을 소유한 주주는 5일 이내에 일본금융청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지분 20% 이상을 소유한 주요주주는 사전에 금융청장에 인가를 받아야 하고, 50% 초과 보유 주주는 은행경영의 건전성 확보 의무를 부과한다.

EU도 별도의 은산분리 규제가 없다. 특정 국가에서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면 역내 타 국가에서도 은행업 영위가 허용된다. 대신 은행 주식 보유 비율이 높아질 때마다 단계적으로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일반은행과 동일하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만 별도로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해외 주요국의 규제 체계를 종합해 봤을 때 국내 은산분리 규제보다 완화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영과 소유가 분리돼 있는 외국 대기업과는 달리 국내 대기업은 재벌이 소유와 경영을 독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규제 강도와 방식을 직접 비교하는 것 역시 무리라는 지적이다.

조대형 순천대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아니지만 단순히 미국, 일본, EU의 규제 체계와 형태를 따라가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특수성과 재벌, 대기업의 특이점을 감안해 규제 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기자 gs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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