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골 넣어도, 좋은 수비해도 조연 자처하는 김학범호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모두가 주연을 하기보다 20명이 자기 위치에서 조연이 돼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 나선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빡빡한 일정을 견디며 8강까지 진출했다. 23일 열린 인도네시아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16강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조별예선 3경기, 16강 1경기 등 총 4경기에서 10득점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4경기 5골로 팀 득점의 절반을 해내며 '인맥 축구' 논란을 날려 버렸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진야(인천 유나이티드), 나상호(광주FC),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등이 각각 한 골씩 기록하는 등 최전방 공격수에게만 의존하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먼 대표팀이다. 8강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은 앞서 같은 장소에서 먼저 홍콩과 경기를 치러 3-0으로 이겼다. 조별예선에서는 방글라데시, 태국, 카타르를 상대로 3전 전승에 10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4경기 13득점 무실점이다.

대표팀의 마음은 한결같다. 누가 골을 넣고 수비를 하든 출전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경기 일정은 험난하고 로테이션을 선언한 김학범 감독이다. 이란전에서는 나상호, 황희찬이 출전하지 않았다. 27일 우즈벡전까지 충분히 출전 가능한 몸이다.

게다가 수비수 김민재(전북 현대)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 우즈벡전 출전이 유력하다. 골키퍼 조현우(대구FC)의 무릎 상태가 중요해졌지만, 수비-미드필드진이 한 발 더 뛰며 희생하는 플레이로 보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기 욕심을 버리고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평가전도 치르지 못하고 왔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단합이 나타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아산 무궁화)은 "평가전 없이 와서 조직력을 맞추고 있는데 4번째 경기까지 갈수록 선수들이 서로 맞춰주고 있다. 내가 뛰는 포지션 이상을 해내야 한다. 더 말을 많이 하면서 중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점점 틀이 잡혀가고 있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이란전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원팀'이 돼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전했다는 점이다. 황인범은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했던 말 중) 가장 와닿던 것이 모두가 주연을 하려고 하기보다 20명이 자기 위치에서 조연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모든 공격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니 좋은 득점 장면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조연이니 골을 넣어도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수비수 세 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던 이승우가 그렇다. 이승우는 "골을 넣어서 기쁘다.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며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별예선 3경기 중 2경기를 교체로 나서 마음고생이 있었겠지만, 중요한 순간 자기 몫을 한 것에 대한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격수들이 공격을 편하게 하도록 모든 선수가 수비하고 공도 빨리 주고 편하게 받을 수 있게 했기에 편하게 공격했다"며 동료들의 희생이 있어 가능한 승리였음을 강조했다. 서로 주연이 아닌 숨은 조연 역할을 자처해 서서히 결과물을 만드는 중인 김학범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