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아쉬웠던 측면 대응이 초래한 '반둥 참사'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완패였다.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 가운데서도 미흡했던 측면 대응이 충격패로 직결됐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바 반둥에 있는 스타디온 시 잘락 하루팟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 경기대회 남자 축구 E조 조별예선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1-2 완패를 당했다.

15일 1차전에서 바레인에게 6-0 쾌승을 거뒀던 것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초반부터 한국은 자신들의 뜻대로 경기를 풀지 못했다. 이른 시간에 내준 실점은 한국 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전반 5분만에 한국의 충격적인 실점이 나왔다. 말레이시아 진영에서 길게 날아온 공을 처리하기 위해 송범근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점프해 공을 잡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현수와 충돌하면서 공이 흘렀고 이를 말레이시아 공격수 사파위 라시드가 잡아 골망을 갈랐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제대로 위치를 확인하지 않은 탓이 컸다.

이후 한국은 맹공을 펼쳤다. 미드필더 김정민(FC리페링)이 전방으로 올라가 황희찬(잘츠부르크 레드불),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돕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미 견고하게 수비라인을 쌓은 말레이시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민재(전북 현대)나 이진현(포항 스틸러스)이 올려주는 후방에서의 긴 패스는 세밀함이 떨어졌다.

이러는 가운데 불안 요소를 계속 노출했다. 말레이시아 양측면에 위치한 선수들에 대한 대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말레이시아 최전방 측면은 사파위 라시드(조호르 두랄 타짐) 그리고 아크야르 라시드(케다FA)가 섰는데 이 둘 모두 자국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잠재력과 실력은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이 둘은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도 각각 1골씩을 터뜨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끈 주인공들이었다.

한국을 상대로도 이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측면을 활용했다. 3-5-2 전형에서 한국의 윙백들과 좌우측 센터백들은 아쉬움을 계속 노출했다. 덕분에 두 명의 라시드가 한국 진영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잦아졌다.

두번째 실점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사파위 라시드가 빠른 스피드로 한국 수비를 허물었다. 황현수(FC서울)이 붙었지만 아랑곳않고 황현수를 제쳐내고 단독 찬스를 만들었다. 송범근이 손을 쓸 수 없도록 시도한 아웃프런트 킥이 골대를 맞고 들어가면서 한국을 넉다운시켰다. 단순히 누군가의 실수라기보다는 라시드의 스피드에 제대로 대응치 못한 팀의 실수였다.

한국은 후반 플레이메이커 황인범과 손흥민을 투입하면서 골을 노렸다. 그러나 이미 2골을 넣은 말레이시아는 수비 숫자를 크게 늘렸다. 한 명을 제외한 선수들이 자국 진영에서 소위 말하는 '버스'를 세우듯 수비벽을 쌓았다. 후반 종료 직전 이진현의 패스를 이어받은 황의조가 추격골을 터뜨리며 불씨를 살리는가 싶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아쉬운 측면 수비가 부른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