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내부통제 감독 '도마 위'…유진證 조사 '뒷북'
2018.08.10 오후 5:11
증권사 내부통제 점검결과 발표 '일주일 만'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2의 삼성증권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5월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숏 다우30'의 주식병합을 전산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았다. 유진투자증권의 이 같은 오류에 이 증권사 투자자 A씨는 해당 ETF 종목에서 실제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까지 총 665주를 전량 매도할 수 있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고와 닮은 꼴이다.

애초 투자자 A씨가 보유한 해당 주식은 166주뿐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665주를 전량 매도할 수 있었던 건 매도 전일 해당 ETF가 4대1 주식병합을 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유주식의 가격은 상승했고 주식의 수량은 4분의 1로 줄었다. 당일 오전 11시 미국 예탁결제기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지만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전산시스템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A씨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엔 바뀐 주식 수가 반영되지 않았고 그는 유령주식 499주를 매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올린 수익은 1천7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은 뒤늦게 매도 제한조치를 취하고 A씨에게 초과수익을 돌려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A씨는 유진투자증권이 주식병합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런 사고에도 유진투자증권이 금감원에 해당 사실을 알린 건 A씨의 민원이 제기되고 나서인 지난 7월, 즉 사고 발생 2개월 후였다. 그것도 A씨가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해당 사실이 드러난 결과다. 때는 금감원이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증권사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고를 계기로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유진투자증권 사고가 시장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 유령주식 28억주가 입고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감원은 지난 5월9일부터 6월1일까지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점검을 실시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제2의 삼성증권 사태 방지'란 키워드로 증권사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국내 모든 증권사에 대한 조사와 엄단을 촉구하는 한 청원글엔 이날 오후 4시 현재 참여 인원만 360명을 넘어섰다.

청원자 B씨는 "삼성증권 사고가 터진 지 얼마 안 돼 또 유령주식 사고가 났다"며 "금융당국과 증권사 모두가 알고도 방치한 결과로 이들에 대한 엄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원자 C씨는 "주식매매 시스템의 순기능은 그저 교과서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 현실은 다르다"며 "말에 그치지 말고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있기 바란다"고 썼다.

한편 금감원은 유진투자증권 사고와 관련해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검사 인원 5명을 투입해 유진투자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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