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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은 'IT금융' 원한다…경협은 新 성장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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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 북한경제연구센터장 "남북경협, '퍼주기' 아닌 경제 '돌파구'"

[아이뉴스24 김지수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는 '북한 공부'가 한창이다. 국책·시중은행 할 것 없이 남북경협 등을 대비해 북한 연구 조직을 신설·확대하고 북한 경제 전문가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올해 기존 IBK통일준비위원회를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IBK경제연구소 내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경협 연구 및 준비에 나섰다.

기업은행의 '북한 경제 연구'를 이끄는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센터장은 한국 북한 경제 전문가 1호다. '북한'을 입에 올리거나 논문에 적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1990년부터 북한 경제 연구를 시작해 30년 가까이 외길을 걸어왔다. 2000년대 벤처기업에서 직접 대북 사업 총괄로 참여하는 등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의 '북한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조 센터장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북한 경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북한 전문가들이 함께 경제 이슈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등의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5월 센터 신설과 함께 연구 인력도 보강됐다. 최근 주안점을 두고 진행하는 연구가 있다면?

"기존 연구 자료를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또 다른 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을 제대로 파악하고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많은 변화의 폭이 큰데 이런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 특히 금융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에서 은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대출 이용 형태는 어떤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현실적인 연구를 해서 체계를 갖춰나야만 추후 국내 기업에 대한 자문과 정책 지원도 해줄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을 것 같던 1990년부터 본격적인 '북한 경제' 연구를 시작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던 1988년에 문득 북한 경제 연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논문에 남한과 북한으로 표기하면 왜 우리나라를 '남한'으로 표기하냐며 뭐라고 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사는 이상 북한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없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80년대 우리 경제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남북이 분단돼 있는 가운데 지속적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미래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경제 연구를 시작했다."

-북한 경제 연구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연구를 위한 어떤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구하는 것은 지금도 쉽지 않다. 일본의 북한 서적 전문 취급 서점을 찾아다니고, 중국에서 북한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다.

2008년까지는 연구 차원에서 북한을 1년에 한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갈 수 없었다. 연구를 간접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한계가 컸고 연구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최근 금융권에서 북한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협 등 연구에 나서는 건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향후 대북 제재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 벤처기업에서 대북사업 총괄도 담당했다.

"북한 경제 연구는 이론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때마침 DJ 정부 때 현대그룹보다 먼저 대북사업을 진행하던 벤처기업에서 제의가 왔다.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여러 경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다 만류했지만 며칠 고민 끝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도전을 택했다. 이후 북한과 협상도 하고 공장도 짓고 기업도 운영하면서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북한 금융의 규모와 실태, 성장 잠재력은 어떻게 보나?

"북한은 어떤 인프라나 시스템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 북한도 금융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상 제로 상태다. 은행의 경우 겨우 예금만 하는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번영을 이루기는 어렵다. 그래서 김정은이 몇 년 전부터 금융의 정보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정보화는 IT시대 금융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높은 편이다. 460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이걸 기반으로 모바일금융 등을 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은 시스템 구축은 안 돼있지만 기본적은 IT 기술은 뛰어나다. 이런 부분에서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금융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남북경협이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나?

"일각에서 남북경협을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퍼주기'라며 우리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하는데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저성장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북한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의 경우 100개가 넘는 기업이 10년 넘게 운영됐다. 1,2,3차 협력기업까지 넓히면 5천개 가까이 된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지방에 있어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남북경협시대가 본격화된다면 기업 투자 활성화와 중소기업 내수의 한계도 극복이 가능하다.

또 북한 내 경제성 있는 지하자원만 4천조원에 달한다. 남북이 조사부터 시추, 발굴까지 함께한다면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크다. 철도 연결의 경우 동북아시아의 모든 물량이 한국으로 몰리게 돼 앉아서 높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아직은 미래지향적인 얘기들이지만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

물론 대북제재 등이 완화되지 않은 가운데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연구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게 우선이다. 지금 당장 북한과 금융 등 분야에서 협력을 한다는 논의는 이르다. 연구부터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 작은 것부터 협력하는 그림을 그리고 단계별로 가야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 기업은행의 역할은 무엇인가?

"개성공단이 멈춘 지 2년이 넘었다. 입주 기업 모두 시설 교체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곧바로 공장을 가동하기 어렵다. 빠른 시일 내 시설을 구축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입주 기업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 부분은 기업은행이 맡고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개성공단에 지원센터 개념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결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대한 평가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단순한 대북경제협력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 경제가 가야 할 미래의 청사진이고 비전이지 경협만을 위한 건 아니다. 남북관계가 개선이 안된다고 해서 멈추는 게 아니고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

여전히 대북 제재는 풀리지 않았고 북한의 대내외 여건과 인프라, 제도 등은 부족하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신경제지도를 더 구체화시켜야 하고 결국은 북한과 풀어내야 하는 게 첫 단계다. 남북 간 합작 신경제지도가 나올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북한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다. 남북한경제연구센터 등을 만들어 남북이 경제 이슈를 함께 연구하고 세미나, 토론 등이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연구와 함께 시범사업도 진행할 수 있는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라고 있다."

-분야별로 북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북한을 심도 있게 연구했던 사람들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정치, 군사 분야와 비교해 경제 관련 연구자는 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경제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경제 중심으로 이슈가 형성돼야 한다. 기업, 기관에서 전문가 부족을 호소하는데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 쪽에서 북한 경제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거나 대학원 학과 개설, 은행, 경제 단체 교육 프로그램 등 여러 방법이 있다. 향후 3~5년 정도만 인력 육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면 경협 시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 인력에 대한 확보 없이 경협을 진행하고 실패한다면 타격이 크다. 서독은 통일 전 동독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많이 했다. 지금도 늦었지만 북한 경제를 제대로 알고 판단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중은행 시스템과 북한경제와 결합시 시너지 효과는?

"국내 은행들에게 북한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지점 축소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북한 경제의 문이 열리면 은행 지점이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부분은 은행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전 서독의 KFW 은행이 동독 지역 금융 역할을 담당했다. 동독 지역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섰다. 리스크가 컸지만 KFW 은행은 이를 통해 8년 만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이익, 지점, 매출 모두 크게 늘었다. 국내 은행들도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서 잘 준비한다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한계가 온 것처럼 금융도 한계에 부딪쳤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남북경협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낸다면 뛰어오를 수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우리 금융권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지수기자 gs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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