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달 13일부터 지속된 폭염으로 아이스크림 업계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동안 커피나 빙수,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에 밀려 몇 년간 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는 111년 만의 기록적 폭염으로 아이스크림을 찾는 이들이 급증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제과 등 주요 4개 빙과업체의 지난달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각 업체별로는 롯데제과가 9%, 빙그레가 15%, 롯데푸드가 10%, 해태제과가 15% 늘었고, 주로 탱크보이·빠삐코 등 '튜브' 형태나 메로나·바밤바·밀키스바 같은 '바' 형태의 빙과류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빙과업계 성수기인 여름에도 매출 상승폭은 1%대에 그칠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폭염 덕분에 작년보다 7월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도 소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아이스크림 매출은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각 편의점별 아이스크림 매출 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CU는 전년 동기 대비 15.7%, GS25는 31.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는 아이스크림 매출 신장률은 -3.3%로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주 구매처가 편의점"이라며 "대형마트는 주로 5개입, 10개입들이 대용량 상품을 중심으로 취급하다 보니 직접적인 매출증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와 달리 동네슈퍼와 편의점은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채워넣자마자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한 동네마트에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각 고객들은 장바구니에 한 번에 20~30개씩 아이스크림을 담아 계산대로 향했다.
남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러 온 한 고객은 "날씨는 덥고 에어컨은 전기세 걱정때문에 하루종일 켜둘 수 없어 온 가족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며 "1천원에 아이스크림을 3개나 구입할 수 있어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덕에 업계에서는 올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예년과 달리 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 매출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 최근 젊은층을 겨냥한 아이스크림 신제품들의 매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2015년 2조184억원에서 이듬해 1조9천619억원으로 2조 원대가 무너졌고, 지난해에는 1조6천837억원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스크림 시장은 저출산 영향으로 소비층이 줄어든 데다 커피, 아이스음료, 빙수 등 다양한 디저트에 밀려 몇 년째 매출이 정체되거나, 하향곡선을 그렸다"며 "올해는 폭염 특수뿐만 아니라 기존 인기 상품과 신제품들의 반응이 좋아 전체 시장 매출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유통구조 탓에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아이스크림 가격은 유통채널별로 천차만별 책정돼 가격 신뢰도뿐만 아니라 제품 브랜드 이미지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가격정찰제' 시행에 나섰지만 편의점 외 다른 유통채널에서는 여전히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르지 않아 조금 아쉬운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유통 구조상 그러지 않다 보니 이번 반짝 특수가 크게 도움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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