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원코리아] ③남북경협, 통신·SW '눈독'
2018.08.01 오후 3:01
통신시장 진입 및 SW·콘텐츠 공동제작 기대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북중정상회담을 마친 뒤 중국농업과학원(中國農業科學院)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농업과 ICT를 융합한 '스마트팜' 기술이 개발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7차 노동당대회에서 과학기술강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노선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ICT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고, 이를 남북 ICT 경제협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개발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7일 심포지엄에서 "중국이 이미 ICT 분야에서 북한과 단계적 협력을 하고 있는데, 제재가 풀리자마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상호신뢰와 호혜성에 기반한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국내 ICT 기업들도 모를리 없다. 이동통신사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대북제재 해제 시 펴나갈 통신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고, 남북협력 경험이 있는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과거 사업을 돌이켜보며 재추진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 퍼스트 vs. 위성'…SKT·KT의 강점은?

SK텔레콤은 북한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 모바일 이용자를 확대해 나가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유선 통신인프라가 전국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는데, 베트남과 미얀마 등의 사례를 볼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선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로 도약하고, 개발도상국인 베트남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다. 북한 내 3개 고려링크·강성네트·별 등 3개 이통사가 서비스 중이지만, 폭넓은 사업경험으로 북한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KT는 개성공단에 있는 유선설비와 위성통신을 활용한 ICT 교류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적인 ICT 기반 확산에는 유선 인프라가 필수지만, 이를 보완하는 용도로 위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KT는 2005년 12월 KT 개성지사를 열고 남북간 민간 통신망 700회선을 연결하기도 했다. 또 KT계열사이자 위성 중계업체인 KT SAT과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라이프는 지금이라도 한반도 전역에 서비스가 가능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KT는 남북 ICT교류에 '대표주자'임을 자신하고 있다.

양사는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ICT를 기존 산업과 융합해 고도화 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간 개성공단에서는 제한적으로 유선전화만 서비스했는데, 앞으로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무선네트워크와 전사관리시스템(ERP) 등이 필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선 중심의 차세대 통신망 구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UN 대북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 군사용도로 전환 가능한 기술이나 물품을 적국에 수출하지 않게 하는 바세나르 협정에 따라 통신장비 또한 북한에 반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협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 조약 가입 국가, 일본, 인도, 호주, 남아공, 그리고 한국이 1996년 가입했다. 이 때문에 과거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평양과 남포에 CDMA 방식의 2G 이동통신 망을 구축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도 있다.

위성을 이용한 교류협력도 제한이 있다. 위성통신은 현재 가입자당 데이터 처리량이 2Mbps 수준이고, 수신기 또한 이동통신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다. 또한 북한 내 위성중계사업자로 태국 타이콤이 사업을 벌이고 있어 '무주공산(無主空山)'은 아니다.

이통사 관계자는 "각 사의 강점을 활용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동통신 기간망의 구축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기반해 철도·도로 등 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면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개발인력 수준 높아"…"원활한 의사소통 필요"

통신사뿐만 아니라 SW와 콘텐츠 업계에서도 남북경협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인력이 필요한 남측과 기술사업화기 필요한 북한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는 ▲조선콤퓨터센터(KCC) ▲평양정보센터(PIC)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에서 SW 개발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 곳에서 양성되는 이른바 '수재급' 인력은 1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변재일 의원(민주당, 충북 청주시청원구) 주최 토론회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일행이 평양을 방문했던 것은 북한의 IT산업과 인터넷 개방을 위한 전제조건이었다"며, "인터넷 개방을 대비해 개발인력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해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북한 인력과 SW 개발을 함께 했던 핸디소프트의 이상산 부회장 역시 북한의 ICT 역량을 높게 보고 있다. 2001년 중국 단둥시에 '하나 프로그람 센터'를 열고 개발사업과 교육사업을 병행했는데, 사업 초기 10명이었던 개발자들이 최대 90명까지 늘어났다.



이곳의 인력들은 한국 기업을 통해 외부용역을 수주했는데, 이 부회장은 프로젝트 관리와 문서화 작업에 체계적인 훈련이 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애니메이션과 단순 프로그래밍은 즉각 개발업무가 가능하며, 상용제품의 특정기능을 구현하는 것에는 3~6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한 정도로 봤다.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북한 인력과 공동제작했던 남한길 EBS 글로벌사업부장은 무엇보다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당시 북한 내 인력과 업무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글로 전달할 내용을 적은 뒤 중국 연락소로 보내고, 이를 다시 CD에 담아서 우편으로 보내는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의도했던 작품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아 상당수의 에피소드를 남측에서 후작업 해야 했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은 지속적인 남북교류협력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 부장은 "실사 위주의 영화나 드라마 등은 남북관계 분위기에 따라 제작여건이 급변하는데, 애니메이션은 남북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장기간 함께하게 된다"며, "간접적으로 볼 때 북한 애니메이터들의 능력이 한국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므로, 공동 제작소 등에서 함께 일하면 이전 보다 업무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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