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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버비콘', 트럼프를 겨냥한 1950년대 범죄잔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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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시나리오가 원작…노아 주프의 뛰어난 연기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누구나 부러워 할 마을 서버비콘에 살고 있는 가장 가드너(맷 데이먼 분)는 아내 로즈(줄리안 무어 분)를 살인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로즈의 사망보험금을 받고 처제 마가렛(줄리안 무어 분)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교통사고로 위장한 범죄가 실패로 돌아가자 마피아에게 청부살인을 의뢰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목격자가 등장하고 완벽하고 여겼던 계획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자신을 겨눈 마피아의 협박과 경찰, 보험조사원, 아들 니키(노아 주프 분)의 의심은 점점 숨통을 조여온다. 과연 가드너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영화 '서버비콘'(감독 조지 클루니, 수입 우성엔터테인먼트)은 지난 1982년 블랙코미디의 거장 코엔 형제(조엘·에단 코엔)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범죄잔혹극. 배우이자 감독 조지 클루니와 그랜트 헤슬로브 프로듀서가 영화화를 결정, 전체적인 뼈대의 분위기는 살리되 시대적 배경을 바꾸고 스토리를 각색했다. 영화의 서사는 두 갈래로 가드너가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시작되는 메인플롯과 마을 서버비콘에 이사 온 최초의 흑인 가족, 마이어스가의 이야기가 서브플롯이다.

원작보다 30년 가량 앞당겨진 '서버비콘'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 세계대전 이후, 세계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뉴딜정책이 시행된 시기다. 전승의 기쁨과 정부 주도 정책에 따른 경제 성장은 미국 사회에서 풍유로운 중산층을 양산했다. 영화는 엽서에 나올 법한 클래식한 배경과 당대 중산층의 모습을 재현한다. 주택뿐 아니라 편리성을 추구한 가드너의 와이셔츠 패션 등은 극의 사실감을 더하는 밑바탕이다.

치안, 행정, 교육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마을 서버비콘과 가드너를 포함한 그곳 주민들은 미국의 '풍요한 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짊어지고 처제와 부정을 저지르는 가드너는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만 죄책감이나 양심 따윈 없다. 마이어스 가족이 등장하자마자 주민들은 경멸의 눈으로 예의주시하고 식료품까지 팔지 않는 등 이들에게 서슴없이 모멸감을 안긴다. 화목한 가정도, 평화로운 마을도 언제든 무참히 무너질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했던 것.

가드너와 마이어스 가족에게 일어나는 사건은 극이 진행될수록 같은 속도감으로 절정과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가드너는 결국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 니키와 마가렛 또한 집안에 침범한 낯선 이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 주민들은 마이어스 집을 에워싼 후 고성을 지르며 쓰레기를 던지고, 급기야 방화를 시도한다. 교차편집해 보여주는 두 집안의 모습은 긴박함과 공포로 가득 채워진다. 이와 함께 강렬하고 묵직한 선율의 배경음악은 긴장감을 한껏 더 높인다.

가드너와 마이어스의 집이 한 블록 떨어져 있는 것처럼, 두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배치돼 언뜻 접점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두 집의 뒷마당이 연결된 것처럼, 두 개의 플롯은 단단한 실로 이어져 있다. 가드너의 살인 목적에서 보여주는 탐욕스러움, 범죄 사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비로소 드러나는 권위적 태도와 체면도 버릴 만큼 광포해지고 폭주하는 모습 등은 마이어스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주민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영화는 이를 통해 당시를 넘어 작금의 미국 사회를 풍자·비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 이후 더 거세지는 약자에 대한 차별과 무시, 부상하는 집단주의 등 미국의 현주소를 극중 배경이 되는 1950년대와 연결시킨 것. 풍자·비판을 넘어, 아들 니키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넌지시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서버비콘'은 비극적인 스토리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희망을 잔잔하게 그리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배우 맷 데이먼은 당시 중년 남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점점 포악해지는 가드너의 모습을 극적으로 그린다. 또 다른 배우 줄리안 무어는 양 극단을 지닌 표정으로 1인 2역을 이질감 없이 소화한다. 아역배우 노아 주프의 연기력은 역시나 눈에 띈다. 영화 '원더'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그는 맷 데이먼과 줄리안 무어에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을 보인다.

다만 '서버비콘'에서는 서사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반전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극의 절정에서 등장하는 몇몇 신들은 그간 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장치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메인플롯의 작지만 예측불가능한 흐름,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타포들을 찾는 것에서 즐거움을 안긴다.

한편 '서버비콘'은 1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05분, 15세 관람가 등급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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