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Feel']정몽규 회장, 위기 모르면 완전히 도태된다
2018.07.11 오전 8:12
세계 축구계 빠르게 변화, 한국 축구 개혁 디테일 보여주지 않으면 침몰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현장을 취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어느 경기장을 가더라도 중국 팬들이 가득하다는 것과 중국 자본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거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중동 자본의 영향력이야 이미 FIFA의 중심으로 진입한 지 오래됐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주요 유럽 빅리그의 클럽 재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타르 항공(카타르), 에티하드 항공, 에미레이트항공(이상 UAE) 등의 로고가 주요 클럽 가슴팍에 크게 박혀 있다.

2030 월드컵 단독 유치를 원하는 중국축구협회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세계인을 유혹하고 있다. 2026 월드컵부터 48개국 출전으로 아시아 출전권이 8.5장으로 확대된 것이 중국의 본선 진출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축구인은 거의 없다.



유럽은 유럽대로 그들끼리 똘똘 뭉쳐있다. 국가대표 리그전엔 네이션스리그로 타 대륙과의 교류를 사실상 하지 않고 있다. 남미는 북중미와 연대해 공동 대응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해온 지 오래다.

아시아 내에서도 일본 축구협회는 동남아 시장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지도자 교류 및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J리그는 페르난도 토레스 등을 영입해 규모의 확대를 이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는 독일전 승리 하나로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정몽규 회장의 인식이 지난주 축구협회 축구팀장단 간담회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사실 정 회장 개인의 발전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만났던 아시아 축구연맹(AFC)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회장은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 사이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셰이크 살만 회장과도 FIFA에 AFC의 목소리를 적절히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FIFA 평의회 위원에 당선됐고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회장직도 수행 중이다. 물론 EAFF의 경우 차기 개최국이 회장직을 수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평의회 위원직 수행이 더 크다. 평의회 위원 자격으로 2030 월드컵 남·북·중·일 공동 유치설을 흘려보는 등 열띤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사이 대한축구협회는 디테일이 없는 조직이 되고 있다. 회장에게 '아니오'라는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홍명보 현 전무 한 명의 퇴진으로 끝났다.

게다가 인사 쇄신 목소리에 올 1월 선임했던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에게도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홍콩의 히딩크'로 불릴 정도로 홍콩 축구 발전을 이끌어왔던 인물이다. 공부도 많이 해 AFC에서 발표한 홍콩 축구발전 계획이 극찬을 받았을 정도다. 한국 축구 전반을 끌고 가는 디렉터 역할을 자임했고 세세한 계획도 있다.

직접 제안해 영입했다면 감독 선임에 대한 전권을 쥐게 해줘야 하는데 외부 시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감독 후보군을 넓혀 놓으면서 김 위원장까지 황당하게 '적폐'로 몰려있다. 거친 인터넷 댓글까지 발견될 정도다. 시간을 갖고 선임한다는 김 위원장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람을 세워놓고 힘을 실어주지 못하면 그 자체가 인사 실패라는 것을 정 회장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팀은 내년이면 현재 용품 후원을 하는 나이키와 계약이 종료된다. 안팎에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설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만약 2022 카타르대회부터 8.5장 출전권 시대가 열린다면 축구협회에 후원할 명분이 사라진다. 시장성이 훨씬 크고 본선 진출 가능성도 있는 중국, 배트남, 태국 등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예산 집행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정 회장이 모를 리 없다.

새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행정도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 정 회장이 내치를 홍 전무 등 부회장단에게 확실하게 맡기고 외치에만 전념하는 등의 배분이 필요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나마 독일전 승리로 피어오른 축구에 대한 작은 관심은 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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