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NOW 상트]여전히 러시아에 남은 한국의 향기
2018.07.06 오전 6:21
독일전 승리가 한국의 인식을 바꿔 놓아, 체계 바로 세워 4년 뒤 나서야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만, 8강을 앞두고 16강, 8강에 오르지 못해 떠나는 팬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히려 7~8월 방학이 시작된 러시아 대학생들이 더 많이 보입니다.

러시아의 관문이자 모스크바의 시작인 세례메티예보 국제공항에도 빠져나가는 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4일(한국시간) 잉글랜드에 아깝게 패한 콜롬비아 팬들이 귀국하는 모습이 가장 많이 보이더군요.

경기 도시로 가는 항공편도 마찬가지입니다. 8강 개최 도시를 제외한 곳은 항공권 가격이 상당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4강부터 경기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에서 우리 돈으로 이코노미석 편도 4만원이면 이동 가능하더군요, 조별리그와 16강이 한창 진행 중이던 시기에는 10배인 40만원이 넘었습니다. 비즈니스석은 1백만원을 호가했죠.



당연히 만석을 이뤘던 항공기 좌석도 많이 비었습니다. 조이뉴스24는 5일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돌아왔는데 만석에 다리도 제대로 펴기 힘들었던 16강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월드컵을 즐기는 수요가 이제는 많이 줄었다는 뜻이겠죠. 8강 4경기, 4강 2경기, 3~4위전과 결승전까지 총 8경기 관전 가능한 팬은 최대 50만명입니다. 절반 넘는 인원들은 러시아인들이겠죠.


토너먼트가 진행 중이지만 조별리그의 여운은 오래 남는 모양입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하철 이동을 많이 했는데 AD카드를 맨 조이뉴스24를 보더니 "꼬레아?"라고 많이 묻더군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니 대다수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립니다. 독일전이 준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대회가 끝나고도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요.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에서 선방쇼를 보여줬던 조현우(대구FC) 골키퍼 스페셜 영상도 러시아의 월드컵 중계권사인 '러시아1' 등 주요 방송사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의 스페셜 영상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손흥민의 멕시코전 골은 현재까지 진행된 월드컵 베스트 골 10에서 5위로 박혀 나오더군요.

그만큼 월드컵이 주는 효과는 상당한 모양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교민 박광준(48) 씨는 "러시아 사람들이 어깨 펴고 다니라더라. 2014 브라질월드컵 때는 러시아와 비겨서 특별한 말이 없었는데 4년 전보다 축구를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한국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고 하더군요.

덧붙여 "한국하면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약간 위험한 곳 아니냐는 인식이 있었는데 축구 하나 때문에 많이 바뀌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녀갔고 여러모로 러시아 내 한국 분위기가 좋아지는 느낌이다. 교민 상당수도 그렇게 인식한다"며 자부심을 갖고 살겠다고 합니다.



축구 하나가 국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한국 축구가 러시아에서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실제 모호한 정체성으로 아쉬움을 남겨줬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이라는 팀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은 세계인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주고 온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확실한 정체성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4년 뒤 우리가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라이벌' 일본은 방법이 어찌됐든 자신들의 축구로 16강에 갔고 '얄미운 숙적' 이란도 끈끈한 수비 축구를 이어갔습니다. 이들과 같은 조에 속해 최종예선을 치른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다시 대표팀을 만들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에 주어진 숙제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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