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보다 중요한 철학…결론은 '한국식' 축구
2018.07.06 오전 6:01
단순 4년 짜리 지양…장기 플랜으로 가는 돌다리 놓아야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김판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이 말한 철학은 꽤 거대했다.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갈고 닦느냐가 더 중요하다.

KFA는 5일 서을 신문로에 있는 축구회관에서 1차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차기 한국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내건 감독 선임 가이드라인은 뚜렷했다. 격이 있고 명망이 높은,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이나 대륙 컵 대회 우승 정도의 경험,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을 영입하려고 한다. 우리가 제시한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KFA의 철학이 상당히 방대한 분량이었다. 김 위원장이 말한 한국 축구의 철학은 "경기를 지배하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 선수, 지도자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라는 것이다. 이 철학을 설명하는 데 꽤 긴 시간을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능동적이라는 것은, 공격 전개에서 득점 상황을 창조해내는 전진 드리블 우선 순위의 공격과 주도적 수비 리딩을 뜻한다. 주도적 수비 리딩은 상대의 수비를 유발하는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이브리드 공격 전환도 필요하다. 상대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우리가 공을 소유한 상황이 되었을 때 매우 강한 카운터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뜻한다. 또 그렇지 못했을땐 완전히 우리가 공을 안전하게 소유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그는 "절대 빼앗기지 않는, 강력한 수비전환을 하는 축구" 또한 한국의 철학이라고 했다.

사실 이러한 철학은 현대 축구의 전반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 요소들에 대해 "세계적으로 매우 보편적인 트렌드"라고 직접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축구의 방식에도 여러가지 축구가 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으로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은 이런 감독이다'라는 철학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KFA가 선정한 후보군은 모두 이 철학에 부합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유지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는 것은 높게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선수들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감독이 바뀌어도 한 철학을 꾸준히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이 바뀔 순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확실히 관리하고 있다면 변수가 와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단순한 트렌드를 좇는 축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보편적인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4년 주기로 돌아오는 월드컵 무대에선 전술적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한때 전세계를 강타했던 빠르고 정교하고 많은 수의 패스 수를 가져가는 축구보다 공을 후방에서 소유하다가 역습으로 공격을 풀 때 성공한 경우가 더 많았다. 전술적인 트렌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상대방과의 상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은 일본은 자신들의 강점인 빠른 패스 축구로 벨기에를 궁지로 몰았고 마찬가지로 세계 축구계에서 아직은 외곽세력인 이란은 강력한 수비에 역습을 가미한 축구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괴롭혔다. 하지만 한국 축구에서 이런 색깔이 명확했느냐라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철학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이드라인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월드컵을 위한 4년의 투자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기조를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이 부분에 동의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단기간에 이러한 축구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전진할 것이다. 또 유소년에 대한 교육과 훈련, 경기들을 셋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KFA가 말한 '명장 선임'은 이러한 '한국다움'을 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 될 전망이다.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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