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신태용호③]여론에 취약했던 구조, 고통스럽게 견뎠다
2018.07.01 오전 6:21
선수·감독에 대한 인신공격 지속, 향후 개선해야 하는 숙제 남겨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른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1무 2패 탈락에서 출발했다.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레전드로 불렸던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난파선의 한국 축구를 구하는 임무를 맡았고 A매치와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일단 대표팀 붙잡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월드컵 3차 예선을 지나 최종예선에 들어와서 스타일을 알 수 없는 축구를 시도하면서 도대체 전술이 있는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선수들도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서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행정을 책임지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이었다. 주장 기성용(29, 스완지시티)이 "선수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지만, 대표팀 운영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축구협회에 대한 아쉬움도 섞여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신태용 감독이 전격 선임됐지만,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믿음 대신 불신이 자리 잡았다. 특히 신 감독이 어렵게 지혜를 짜내 이란과 홈 경기를 0-0으로 비기고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도 0-0으로 비기며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우즈벡전에서는 2위를 경쟁하던 시리아가 이란과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신 감독의 방송 생중계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물론 당시 상황은 신 감독이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방송사의 현장 중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미리 샴페인을 터뜨렸다며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론은 더 차가워졌다. 유럽에서 강호 이탈리아가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밀려 떨어지는 등 일련의 상황이 발생하자 '농어촌 전형'이라는 등 비아냥거림과 마주했다.

분명 대표팀은 사령탑 전격 교체라는 위기 속에서 중요했던 두 경기를 지혜롭게 돌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 이란전 직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관중 소음 발언이 터지면서 여론은 더 차가워졌다.

월드컵 본선으로 오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훈련에서는 볼리비아와 평가전이 문제였다. 종료 후 방송 생중계에 잡힌 정우영(빗셀 고베)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모습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이 싸운 것 아니냐며 의심했다.

결국, 경기 다음 날 이들은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서로가 아니라도 했는데도 팀 분위기가 형편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극복하기 위해 손을 잡고 볼을 주고받는 모습까지, 여러모로 어려움이 컸다. 해프닝이 진짜처럼 비친 셈이다. 그래도 의심은 끝이 없었다.

신 감독의 '트릭' 발언도 여론을 흔들었다. 볼리비아전 김신욱(전북 현대)의 선발이 속임수였다는 것이다. 평가전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호소에도 비판은 계속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지 않고 '인맥'에 의해 선발된 신 감독이라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느낌표까지 붙었다.

오죽하면 신 감독이 취재진을 향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결과론으로 치부되더라도 넓게 봐달라. 팬들에게도 호소한다. 선수 비판은 월드컵이 시작되고 해도 좋지 않은가"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드컵에 들어와서는 장현수(FC도쿄)가 스웨덴전에서 박주호(울산 현대)의 부상을 유발했다며 '희생양' 찾기의 제물이 됐다. 정작 부상을 당한 박주호가 아니라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박주호가 장현수를 감싸기 위해 애써 거짓말을 한다"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선수들은 장현수를 감싸며 스스로 뭉쳤다. 외부의 불신은 내부 단결로 이어졌다. 선수들의 핸드폰을 수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지 않거나 기사 자체를 읽지 않는 것으로 극복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잔소리 등이 대표팀을 깨웠다.

결국, 독일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대반전을 이뤄내며 스스로 여론을 바꾼 대표팀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 선수 개인에게 직접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서 고통은 더 커졌다. 경험이 많은 선수도 비판 여론은 견디기 힘들다.

향후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선수들의 심리 제어와 외부 비판 여론에 대한 극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만 많아진 대표팀이다. 감독부터 코치진 선수까지 모두 합심하지 않으면 파도처럼 몰아치는 여론은 언제나 대표팀을 흔들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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