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전술이 만들어낸 일본의 진격
2018.06.25 오후 4:32
세네갈전에서도 가가와 위치 바꾸며 볼 부드럽게 돌아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일본이 월드컵서 진격을 이어가고 있다. 유연한 전술적 대응이 쾌조를 이끌고 있다.

일본은 25일(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세네갈과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실 일본은 첫 출전인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월드컵 무대에서 아프리카 팀에게 제법 강했다. 세네갈과 경기 전까지 2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개인기와 탁월한 신체능력을 앞세운 아프리카 팀에게는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직전 대회였던 2014 브라질 대회서 코트디부아르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니며 1-2로 패배했던 기억도 일본 팬들을 우려하게 만들었다.



개인 능력만 놓고 보면 세네갈은 2014년의 코트디부아르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팀 전체의 전력만 놓고 보면 코트디부아르보다도 위였다. 알리우 시세 감독이 공격에서 규율을 도입하면서 아프리카 팀답지 않게 약속된 플레이들을 대거 내세웠다. 이런 점에서 일본에겐 분명 까다로운 상대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일본은 고전했다. 세네갈은 이스마일라 사르(렌느)를 중심으로 일본의 왼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나가토모 유토(인테르밀란)은 활동량이나 수비력에선 아시아 톱 클래스이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덕분에 공격력과 스피드가 좋은 이누이 다카시(레알 베티스)가 많이 내려와 수비 커버를 해주는 장면도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사르의 스피드와 탄력은 압도적이었다. 음바예 니앙(토리노)가 일본 센터백들을 사이에서 미끼로 움직인 것도 세네갈의 좋은 전략이었다.

이렇다보니 전반 초반 공이 거의 돌지 않았다. 패스가 주무기인 시바사키 가쿠(헤타페)와 후방 경기 조율 능력이 좋은 하세베 마코토(프랑크푸르트)를 중원에서 세웠지만 세네갈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설상가상 전반 11분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FC메츠)의 펀칭 실수가 사디오 마네(리버풀)의 골로 이어지면서 뒤지는 상황까지 나왔다.

이때 니시노 아키라 일본 감독이 변화를 시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한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위치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시바사키와 함께 중원에 가담하게 만든 것이다. 가가와가 이 위치까지 내려와 뛰는 것은 독일에서는 가끔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일본 대표팀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술적 대응은 유연했다. 공이 돌기 시작했고 측면에 있는 선수들에게 공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으로 내려와있는 가가와의 돌파력을 세네갈 수비들도 의식하면서 그를 향해 붙었고 결국 공간이 만들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일본의 첫번째 득점 장면은 이 전술적 대응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있던 가가와가 오른쪽에서 세네갈 수비를 2명 달고 중앙으로 파고든 후 센터 서클 근처에 있던 시바사키에게 볼을 돌렸다. 시바사키가 오른쪽에서 돌아들어가는 나가토모를 향해 한번에 긴 패스를 뿌렸고 이 공이 결국 이누이의 감각적인 골로 연결됐다. 오른쪽 공간을 절묘하게 활용한 케이스다.

후반에도 전술적인 유연함이 빛났다. 세네갈은 약간 전략을 바꿨다. 마네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고 덕분에 마네를 수비하던 사카이 히로키(마르세유)와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의 수비 부담이 가중됐다. 그러나 일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거의 활약을 하지 못햇던 오사코 유야(베르더 브레멘)의 활동폭이 하프타임 이후 개선됐다. 일본 중원과 수비진도 동시에 라인을 올리면서 보다 컴팩트한 간격이 유지됐다. 덕분에 오사코로 향하는 짧은 패스의 성공률이 많이 올라갔다.

1-2 상황에서 나온 혼다의 두번째 골도 이러한 전술 대응의 덕을 봤다. 센터백인 쇼지 겐(가시마 앤틀러스)이 하프라인을 넘어온 직후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에게 정확한 패스를 건넸고 이 패스가 오사코에게까지 연결됐다. 오사코가 퍼스트 터치로 수비를 벗겨낸 후 오른쪽으로 돌아들어갔다.

계산된 플레이였다. 이 터치 덕분에 오카자키와 혼다가 페널티박스로 들어갈 시간을 벌었다. 오사코의 패스를 오카자키가 골키퍼와 경합했고 골키퍼의 위치 선정 실수 덕분에 공이 이누이에게 연결됐다. 혼다가 이누이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을 터뜨렸다. 앞선 전술 변경이 없었더라면 나오지 못했을 장면이었다.

현장에 있던 일본 기자도 이러한 전술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우에다 미치오 일본 풋볼채널 편집장은 "처음에 다소 고전했지만 가가와와 시바사키의 포지셔닝을 변경하면서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공간에서 일본이 공을 잘 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유연한 대응은 지금까지의 일본 대표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확실한 성장이 느껴지고 있다"면서 "니시노 감독의 관리 능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상 최고의 일본대표팀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일본은 패스는 잘하지만 전술적인 유연함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축구만 한다는 인상이 강했다. 잘 풀릴때야 패스가 잘 돌고 승점도 따낼 수 있지만 역으로 이러한 플레이가 읽히면 상대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는 경기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무승부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일본이 경기 도중 유연하게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갔다는 것, 그리고 기어코 추격하는 등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이 유연함이 달라진 일본을 상징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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