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NOW 로스토프]젊은 신태용호, 투혼-멘탈도 냉철해야 효과적
2018.06.24 오후 12:11
전력 투구해야 하는 언더독, 상대의 사정을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와 1차전에서 1-1로 비긴 한국대표팀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알제리와 2차전을 준비했습니다.

당시 동행했던 조이뉴스24는 알제리 취재진과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설전을 마주하면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팬들로부터 할릴호지치 감독이 독선적이고 고집만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 알제리 취재진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은 청문회 같았습니다.

팀 분위기가 엉망인 것을 보고 내심 "알제리를 이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독자 여러분들이 느끼신 대로 2-4 패배였습니다. 벨기에 패하고 온 알제리는 독기만 남았고 스피드와 힘으로 한국을 압도했습니다. 벨기에와 최종전에서 투혼을 발휘했지만, 역시 0-1로 지면서 16강 진출을 좌절됐습니다.



경기장 밖의 상황을 떠나서 당시 과정을 목도한 뒤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은 나름대로 투혼을 앞세워 뛰고 지원스태프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 애를 썼지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실력도 나름 있는 지도자 영입으로 연속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소개했지만, 한 번에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후 4년이 흘러 러시아월드컵까지 왔습니다.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조이뉴스24는 현실적인 판단으로 대표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태용호의 '통쾌한 반란'이라는 구호는 참 매력적입니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이라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팀들을 상대로 언더독의 당찬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 말이죠.

하지만, 이 구호에는 한국적인 투혼 발휘 외에는 딱히 무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보유했지만, 이집트를 대표해 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같은 심정일 거라는 영국 BBC의 분석에 동의하게 됩니다. 나란히 2패를 당했네요.

냉정하게 평가해 16강 진출은 상당히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이 스웨덴에 2-1로 이기면서 정말 작은 희망이 남았고 못 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만, 승점 3점으로 16강에 가는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추가됩니다.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로스토프 아레나 미디어센터에 울려 퍼지는 국내 취재진의 환호와 멕시코 취재진의 탄식에 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왜 좋아하나?", "독일이 더 유리한 조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우리 선수들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두 경기를 뛰었습니다. 뒤는 없다는 거죠. 참 묘한 것이 조별리그 1~3차전을 같은 체력으로 뛰어야 한다는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체력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스웨덴, 멕시코전이 보여줬기 때문에 독일전도 갑자기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복이 깔끔하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올지도 의문이구요.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부상이 가장 큰 악재라면 악재입니다.

오히려 스웨덴전을 기점으로 회생한 독일이 한국을 상대로 독기를 품고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득점해서 이기겠다는 의지도 더 강하고요. 강자는 조별리그보다 토너먼트부터 준비한다는 그 법칙이 우리에게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솔직히 걱정됩니다. 한국이 이를 역이용하는 지혜를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지만, 팀이 너무 젊고 그라운드의 리더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패기로만 월드컵을 치르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일부 비판하는 팬들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격이나 인터넷 기사 댓글에 크게 요동치는 팀 분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안정을 가져올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 있는 불씨를 살려서 빠른 분위기 전환이 가능할까요. 냉정하게 승부에만 집중하느냐가 남은 가능성이 기적이냐, 절망이냐로 갈릴 것 같습니다.

스페인 출신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멕시코전이 끝난 뒤 의미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프로 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정신이 중요하다. 승패에 상관없이 냉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겼을 때도 졌을 때도 한국 선수들은 패배에 깊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지만, 이런 경험이 한국 선수들에게 부족했다. 이런 수준의 대회에서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며 뼈있는 지적을 하더군요.

우리 스스로 예상 가능한 결과를 부셔야 한다는 심리 무장과 경기 전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은 가능성을 살리지 못하고 물러나면 상황에 따라 다음 월드컵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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