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허슬&플로우]선수는 전략이 될 수 없다
2018.06.23 오후 7:10
메시, 최고의 전술 카드 맞지만…전력·전술 뒷받침되어야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스페인의 거함 FC바르셀로나를 이끌었던 명장 고 바비 롭슨은 자신의 제자인 '브라질의 괴물' 호나우두를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그가 곧 전술이다."

롭슨 감독과 호나우두가 함께 했던 1996~1997시즌, 호나우두는 리그에서만 34골을 넣었고 컵 대회를 포함하면 47경기에서 45골을 넣었다. 이 시즌에 바르셀로나가 리그에서 넣은 총 득점이 102골이었으니 호나우두가 정확히 1/3을 홀로 책임진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롭슨 감독이 호나우두를 전술이라 칭한 것은 과언이 아니다. 사전적 의미의 전술은 '전투에서 병력을 운영하는 기술'이다. 선수들은 전술의 일부 내지는 전술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호나우두는 롭슨의 골을 넣겠다는 가장 믿음직한 전술 그 자체였고 이를 대단히 훌륭히 수행했다. 호나우두의 선수 경력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다. 그를 기용한 감독들이 호나우두를 골 넣는 전술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단순히 하나의 전술이 좋다고해서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술은 하나의 방책일 뿐, 전체적인 그림, 즉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략이라는 것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방법, 즉 전술을 묶어 놓은 것이다. 강력한 스트라이커만큼이나 뛰어난 플레이메이커, 견고한 수비수와 골키퍼의 존재도 중요하다. 이들 하나하나가 팀을 구성하는 전술적 요소이자 전력이다.


롭슨의 바르셀로나도 호나우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가 엄청나게 강력했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펩 과르디올라와 수식어가 필요없는 루이스 피구, '발칸반도의 천재'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가 건재했다. 이들이 함께 있었기에 호나우두의 골 퍼레이드도 빛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롭슨 감독 또한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지략가. 이러한 전력과 전술, 전략이 모두 묶여 탄생한 것이 이 시즌의 바르셀로나였다(이 시즌 바르셀로나는 최다 득점과 승점 90점을 기록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전술도 좋은 전략과 동료를 만나야 터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21세기 최고의 전술 카드가 팬들과 마주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다. 그러나 대회를 거듭할수록 메시를 향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비난의 골자다.

확실히 메시의 침묵은 심상치않다. 1차전인 아이슬란드와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메시는 이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놓쳤고 제대로 된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한채 경기에서 사라졌다. 직후 크로아티아와 2차전에서도 한 차례의 슈팅을 시도하는 데 그쳤고 팀의 0-3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 늪에 빠졌고 팀도 졌으니 주포인 메시를 향한 비난의 강도가 커지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시만 비난하기에는 그를 보좌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나 좋지 못하다. 메시가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중원에서 힘을 발휘해야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 종지)나 엔소 페레스(리베르플라테)는 경기장에서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니콜라 오타멘디(맨체스터 시티)는 실점을 거듭할수록 거의 정신을 잃은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종국엔 크로아티아 선수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국내파인 막시밀리아노 메사(인디펜디엔테)도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에두아르도 살비오(벤피카) 또한 좋지 못하다. 유일하게 제몫을 해준 선수인 세르히오 아게로(맨체스터시티)도 1골을 빼면 경기장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태도 또한 전략적이지 못했다. 그는 크로아티아와 경기가 끝난 후 "메시를 뒷받침할 만한 선수가 없어 메시의 경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 발언에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격분했다. 실망한 아게로가 "마음대로 지껄이도록 놔둬라"라고 한 것은 아르헨티나의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팀을 하나로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 팀을 오히려 와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메시가 현 시점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선수인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메시는 올 시즌에도 바르셀로나에서 54경기에서 45골을 터뜨렸다. 골을 넣을 줄 아는 선수이고 팀의 가장 중요한 전술이 될 자격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 전술도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승리를 향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전술도 그 빛을 잃기 마련이다. 지금의 아르헨티나는 그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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