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취! 러시아]월드컵 인프라 확장의 저주는 없다
2018.06.23 오후 12:11
공항 증설로 팬들 이동 편의성 증대, 호텔 바가지 요금은 여전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역대 월드컵에서 보이지 않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훌리건의 난동이다.

훌리건은 역대 월드컵마다 골칫거리였다. 출전국 경찰들이 개최국에 와서 상주하며 수사기관과 공조해 집중적으로 살폈지만, 모든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러시아월드컵에는 아직 난동 사건이 접수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방송을 집중해 시청해도 훌리건 관련 소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도입한 팬 신분 확인 제도인 '팬 ID' 도입 효과로 보인다. 애초에는 불법적인 입장권 거래, 암표 유통 등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가 걸러지면서 위험 요소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소위 테러 위험국이나 관련국에서 온 팬들은 철저하게 심사를 해서 안전은 보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이동이 꽤 편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팬 ID가 있다면 경기 당일 개최 도시로 가는 기차가 무료다. 개최 도시 대중교통 수단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최대한 편의를 봐주면서 팬들의 부담도 한결 줄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여행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야간열차 등을 편하게 이용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항공 이동이다. 4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과 비교하면 상당히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연착이 생기는 것은 방법이 없지만, 각 개최 도시로 운항하는 항공편은 대부분 결항이 없다. 평소에는 잦은 결항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라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모스크바의 새 공항에서 주요 거점 도시로 가는 항공편을 최대한 증설해 운항하고 있다. 모스크바에는 다섯 곳의 공항이 있는데 이 중 셰레메티예보(SVO), 도모데도보(DME), 브누코보(VKO) 공항이 여객 수송 공항이다.

SVO에는 한국에서 대한항공이 취항해 여행객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러시아 국적기 아예로플로트와 자회사인 에어로씨아의 거점 공항이며 타 대륙 노선이 많은 중심 공항이다. DME는 저가 항공으로 시베리아 항공으로 불리는 S7항공이 노보시빌리스크에 이어 제2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 주요 국적기들이 취항한다. VKO에도 유테이르항공, 포베다 항공 등 역시 많은 저가 항공의 거점 공항이다. 90%가 국내선 취항이다.

세 공항에서는 개최 도시로 가는 항공편을 모두 증설했다.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국제공항도 평소에는 자주 없는 개최 도시 직항편이 하루에 2~3번 정도 있다. 대부분 만석이다. 전세 비행기를 전문으로 운영하는 항공사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교민 유한성(52) 씨는 "평소와는 많이 다르다. 타 대륙에서 와서 국내선을 타려면 세 공항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런 흐름이 계속 유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세 공항은 여객 터미널을 증·개축하거나 신축했다. 러시아 내 항공 수요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 월드컵 이후에 대한 부담도 거의 없다. 탑승구 앞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직접 항공기로 들어가는 브릿지(탑승교)가 부족하면 탑승구 통과 후 버스를 타고 활주로를 지나 주기하고 있는 항공기 앞에 내려 트랩(임시 계단)으로 탑승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개최 도시들도 공항을 새로 짓거나 터미널을 개선했다. 신태용호가 멕시코와 일전을 벌이는 로스토프나도누의 경우 도심 인근에 로스토프 국제공항이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도심에서 한 시간 떨어진 플라타프 국제공항을 새로 세웠다. 월드컵을 겨냥하면서도 인근 도시 승객들의 수송 편리성을 증대하는 전략이라고 한다.

활주로가 길지 않아 B777, A330 등 중대형 항공기는 이착륙이 쉽지 않다. B737, A321 등 약 200여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는 중소형 항공기들이 주로 뜨고 내린다. 국내선은 물론 터키 이스탄불이나 안탈리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일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도 노선을 개설해 꽤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터미널 개장을 월드컵 개막까지 맞추지 못해 탑승구만 삐죽 나와 있고 이용객은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냈던 브라질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개최 도시 공항과는 확실하게 비교됐다.



다만, 숙박업의 바가지요금은 상당하다.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꽤 심하다. 조이뉴스24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숙소로 사용 중인 호텔의 경우 멕시코인들은 트윈룸 1박에 무려 8천 페소(한화 약 44만원)를 지불했다고 한다. 조이뉴스24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급한 금액보다 더 비싸다.

멕시코 응원단이 3만명이 몰려들면서 숙박난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비단 로스토프나도누 외에도 숙소가 많은 신태용호의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등 큰 도시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투자 비용을 바가지 요금으로 빼먹으려는 전략은 평창, 강릉, 상파울루 할 것 없이 똑같다.

그래도 월드컵을 통한 인프라 개선은 러시아 인식 개선에도 기여하는 모양이다. 러시아 취재진은 공식 기자회견마다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개최 도시의 인상이나 좋은 점, 인프라 등을 빠짐없이 묻고 있다. 폐쇄적인 이미지를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현대적인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다.

※우다취( Удачи)는 행운 또는 성공을 바란다는 러시아어입니다. 조이뉴스24는 이번 월드컵 기간 러시아에서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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